스승의날 이벤트? 케이크 받았다가 '징계'…'조퇴'하는 교사들

이지현 기자 2025. 5. 14.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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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쉬쉬하는 스승의날①김영란법이 가져온 경직된 교내 분위기
[편집자주] 5월15일 '스승의날'이 사라지고 있다. 학교 주관 행사를 마련하지 않거나 교사들의 조퇴를 독려하는 학교마저 있다. 조용한 스승의날은 교권 추락의 단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스승의날, 스승의 의미를 되돌아봤다.

/그래픽=최헌정 기자.

#10년차 초등학교 교사 김모씨는 오는 15일 '조기 퇴근'할 예정이다. 학교도 '스승의 날'을 맞아 특별한 행사를 준비하기보다는 조퇴 사용을 장려했다. 동료 교사들도 "적극 조퇴하라"는 학교 방침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교권 존중을 상징하는 스승의 날이 예년 같지 않다. 학생들이 담임 교사의 선물을 챙기거나 학교 차원에서 스승의 날 행사를 주관하는 문화가 사라지고 있다. 교사들도 조용한 스승의 날에 익숙해졌다. 교권 추락의 단편이라는 개탄이 나오기도 한다.

서울 초교의 30대 교사 이모씨는 "연락을 이어가는 일부 졸업생이 찾아오긴 한다. 특별히 뭔가를 받는 게 부담스럽다"며 "선물 대신 편지 등으로 대체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서울 중학교에서 근무하는 20대 교사 김모씨는 "이번 스승의 날은 평범하게 보낼 예정"이라며 "특별한 이벤트를 기대하기보단 수업에 집중하겠다. 무탈하게 하루를 보냈으면 한다"고 말했다.

2016년 9월 시행된 청탁금지법(김영란법)은 스승의 날 행사가 축소된 결정적 계기로 꼽힌다. 공립학교뿐 아니라 사립학교 교사도 법 적용 대상에 포함되면서 교육계 전반에 경직된 분위기를 가져왔다. 시행 첫날 "교수에게 학생이 캔커피를 줬다"는 1호 신고가 접수되면서 상당한 충격을 안기기도 했다.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2023년 전북의 한 고등학교 담임교사가 학생들로부터 생일 축하를 받으면서 케이크를 받아 청탁금지법을 위반했다는 신고가 전북교육청에 접수됐다. 전북교육청은 해당 교사에게 행정 처분을 내리고, 학교에는 전체 교직원에 대한 청렴 교육을 실시하라고 통보했다. 지난해 9월 한 고등학교 담임교사는 스승의 날을 맞아 2만원 정도 케이크를 선물 받았다가 관할 교육청 감사와 징계를 받았다는 게시물을 권익위 홈페이지에 올리기도 했다.

무너진 공교육의 단편… 폭행, 신고 조심해야 할 판
조용한 스승의 날은 교권이 무너진 공교육 현실을 보여준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교사들은 2023년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이후 '교권 5법'이 제정됐음에도 교권 보장을 체감하기 어렵다고 호소한다. 교사에 대한 존경은커녕 학생이 교사를 때리는 사건이 잇따르고 있어서다. 지난달 서울 양천구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고3 학생이 휴대전화를 쥔 손으로 여교사의 얼굴을 가격했다. 수업 중 휴대전화로 게임을 하다가 여교사가 제지하자 실랑이 끝에 폭행을 저질렀다.

50대 교사 박모씨는 "학생 지도 중에 나오는 행동, 심지어는 말투를 가지고도 아동학대 신고 대상이 되는 사례가 많아졌다"며 "예전만큼 교실에서 학생들의 생활지도를 적극적으로 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스승의 날을 적극적으로 기념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공교육 정상화 계기를 끌어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박남기 광주교대 명예교수는 "아이들만 칭찬받으면 춤을 추는 것이 아니라 교사도 마찬가지"라며 "칭찬을 통해 자기가 가진 역량의 몇 배를 더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스승의 날을 학생들이 선생님을 시작으로 부모나 사회에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을 가지도록 훈련하는 날로 활용해야 한다"며 "그게 결국 우리 교육 발전을 가져올 것"이라고 했다.

이지현 기자 jihyun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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