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 익선동 한옥마을서 한옥이 사라지는 역설적 이유 [추적+]
익선동 한옥마을 ‘保다’ 2편
한옥마을 만든 사람 사라지고
지원하려는 한옥과는 다른 모습
이미 사라져버린 주택들도 있어
한옥의 기와와 기둥을 간직하고 있는 익선동(서울 종로)에는 독특한 미美를 경험하려는 관광객들이 몰린다. 하지만 익선동의 몇몇 한옥은 전통성을 잃어버렸고, 이곳에 흐르던 역사적 가치도 희미해진 지 오래다. 익선동 한옥마을은 그 가치를 다시 찾을 수 있을까. 익선동 한옥마을 '保다' 두번째 이야기다.
![익선동에 있었던 정세권의 업적을 알리는 담벼락은 이제 흔적을 찾을 수 없다. [사진 | 더스쿠프 포토]](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5/14/thescoop1/20250514092625854qtjd.jpg)
서울 종로구 익선동을 찾는 사람 대부분은 종로3가역에 내려 익선동의 남쪽부터 북쪽으로 골목길을 타고 올라간다. 물론 다른 길도 있다. 인사동과 낙원상가를 거쳐 서쪽에서 동쪽으로 움직이는 길(지도➊)이다.
인사동 끄트머리에서 길을 건너 삼일대로 33길을 따라 오른쪽으로 걸으면 익선동의 중앙에 닿는다. 행정구역상 익선동 중간에 있는 길이지만 관광지 관점에선 익선동 북쪽 경계다(지도➊).
6년 전까지만 해도 이 길(삼일대로 30길)에서 익선동의 남쪽 방향으로 파고 들면 담벼락 하나를 만날 수 있었다(지도➋). 이 담벼락엔 주변 한옥을 사들여 지금의 익선동 한옥마을의 토대를 만든 정세권 선생의 업적이 쓰여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흔적조차 찾을 수 없다. 개발 과정에서 담벼락을 허물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익선동을 처음 방문하는 사람들은 누가 이런 한옥들을 만들었는지 손쉽게 알 길이 없다. 그렇게 잊힌 역사적 공간을 차지한 건 카페나 음식점들이다. 관광객 입장에선 '괜찮은 풍경'일지 모른다.
익선동에 있는 가게 중엔 한옥의 미美를 십분 살린 곳이 많다. 한옥 특유의 목재기둥은 물론 기와를 살려놓은 공간도 적지 않다. '한옥마을'을 찾아온 관광객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다만, 이런 풍경이 정부가 보존하려는 한옥의 모습과 맞닿아 있는지는 의문이다. 정부는 익선동 한옥마을의 전통을 유지하기 위해 공사비를 지원하고 있다.
당연히 전제 조건이 있다. 첫째 원칙은 목구조다. 목재로 기둥을 세워야 하고, 기단基壇(건축물의 기초가 되는 단)은 돌 등을 활용해 목재 기둥을 받칠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한다. 둘째 원칙은 외관이다. 겉에 구조를 덧붙여 '한옥 구조'를 감추면 안 된다. 셋째, 이질적 재료로 마감해선 안 된다. 전통적 입면이 그대로 드러나야 한다. 창문도 규격을 맞춰야 한다.

하지만 익선동 곳곳엔 정부가 원하는 '모양'과 다른 한옥을 쉽게 볼 수 있다. 목재 기둥을 세웠지만 기단이 없거나 기와를 없애버린 식이다. 외벽 대신 통유리를 넣은 한옥도 적지 않다. 한옥의 기본만 가져와 재해석한 셈인데, 엄밀히 말하면 '지원 비용 규정'에는 위반된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익선동 한옥마을 '保다' 1편에서 지적했듯, 이곳의 집이나 거리가 '공공 자산'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부는 2020년 익선동을 '건축자산 진흥구역'으로 지정하면서 지원책을 내놨지만, 대부분의 소유주는 역사성보단 경제성을 좇았다. 한옥이란 소유물을 '유동인구'가 많은 골목에 있는 자산으로 봤던 거다. 결과적으로 정부의 선택은 건축자산의 멸실이란 좋지 않은 결과로 이어졌다.
문제는 익선동 한옥마을의 전통성을 회복할 수 있느냐다. 경제적 관점에선 쉽지 않다. 한번 오른 부동산값은 어지간해선 떨어지지 않는다. 같은 맥락에서 수익 창출이 가능한 공간이 돼버린 익선동 한옥마을이 수익이 떨어지는 공간으로 되돌아가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실제로 익선동의 '단독주택' 거래추이는 이를 통계적으로 입증한다. 2015년 6건이었던 이곳에서의 월세 거래는 2024년 2건으로 감소했다. 익선동의 '주거 기능'이 약해졌다는 방증이다. 누군가는 '숫자가 너무 적어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다'고 말할지 모른다. 일견 설득력이 있지만 따져봐야 할 점도 있다.
2021년부터 보증금 6000만원 이상의 전세나 월 임대료 30만원 이상의 거래는 신고 의무 대상이 됐다(임대차 거래 신고 의무화). 이런 점에서 신고 의무가 없었던 2015년의 통계는 과소집계됐을 가능성이 높다.
부동산 업계의 관계자는 "임대차 거래 신고 의무화란 변수 때문에 익선동 한옥마을의 월세 거래가 줄어든 건 의미 있게 봐야 한다"면서 "익선동 한옥마을이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갈 확률은 희박해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가 지원책을 내놨지만 익선동 한옥마을에선 이미 '젠트리피케이션'이 진행 중이다. 기존 한옥이 허물어지고 상점들이 계속해서 진입한다면 젠트리피케이션은 더 빨리 확산할 거다.
![[사진 | 뉴시스]](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5/14/thescoop1/20250514092628670euwj.jpg)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곳의 부동산 가격은 치솟을 대로 치솟은 상황이다. 10여년 전 월세 30만원이었던 한옥 주택의 매매가는 수년 전 십수억원으로 뛰었다. 여기에 이미 상업화가 진행돼 주거지로서는 다시 제 역할을 하기는 쉽지 않다.
남아 있는 주민은 버티기 어렵고, 익선동 초기에 자리 잡았던 상가들도 고가 임대료에 버텨낼 재간이 없다. 익선동을 지켜본 부동산 전문가들은 "한번 올라간 임대료가 다시 내려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일단 상업화가 진행된 골목은 다시 돌아갈 수 없고 적절한 조치 없이는 임대료 상승을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 젠트리피케이션이 끝물에 이르렀을 때 기와와 기둥이 남은 익선동은 그 모습을 유지할 수 있을까.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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