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수리·쌍둥이·거인의 고공행진 뒤엔 ‘감독 카리스마’


2025 신한 쏠(SOL) 뱅크 KBO리그에서 시즌 초반 3강 6중 1약의 판도가 형성되고 있다. 한화와 LG가 13일 기준 나란히 27승 14패로 공동 1위에 올라 있고, 롯데(24승 2무 17패)가 3위로 두 팀을 맹추격 중이다. 3강 체제가 형성된 세 팀의 격차는 불과 3경기. 3연전 시리즈 결과에 따라 언제든 순위가 뒤집힐 수 있는 격차다. 반면, 4위 삼성(20승 1무 21패)부터는 5할 승률 아래다. 삼성과 롯데와의 격차는 4경기 이상으로 크게 벌어졌다.
올 시즌 초반 3강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한화, LG, 롯데의 고공비행은 탁월한 조종사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이들 구단 사령탑들은 공통점이 있다. 바로 강력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선수단을 쥐락펴락하는 중앙집권형 지도자 유형이라는 점. 야구계에선 이 3명의 감독을 두고 선수단 장악력이 뛰어나다는 데 이견을 다는 이가 없다.
한화의 시즌 초반 돌풍을 이끄는 김경문 감독은 강력한 카리스마로 팀을 이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카리스마를 앞세워 하나하나 세심하게 챙기는 ‘김경문식 리더십’이 약체 한화에는 잘 들어맞지 않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었다. 하지만 불과 1년 만에 평가가 확 바뀌었다. 타고난 선수단 장악력과 결단력 때문. 김 감독은 선수 개개인의 장단점을 정확하게 판단하고, 그에 알맞게 기용하는 용인술이 탁월하다. 그리고 김 감독은 과감하다. 한번 결단하면 소신을 굽히지 않고, 뚝심 있게 밀어붙인다. 선수의 장단점을 파악하는 혜안을 지녔기에 그의 판단은 늘 적중하고 있다.
올해 외야수 문현빈과 마무리 김서현이 좋은 예다. 김 감독은 둘을 개막 이후 각각 중심타선과 마무리로 기용 중이다. 문현빈은 고정된 수비 포지션이 없었고, 김서현은 2023년 입단 후 부침이 심했다. 내부에서 이들의 중용을 두고 이견도 있었지만, 김 감독은 자신의 판단을 소신 있게 밀어붙였고 둘은 보기 좋게 성공하고 있다. 특히 둘은 한화의 투타 기둥으로 자리를 잡았다.
김 감독 특유의 한 박자 빠른 투수교체, 과감한 대타 투입 등 ‘승부사 기질’도 한화 상승세를 이끄는 힘이다. 올해부터 NC를 이끄는 이호준 감독은 “경기 후 하이라이트를 볼 때 ‘와’ 하는 결단력과 승부수에 매번 감탄하고 있다. 초보 감독에게는 배울 점이 많은 분”이라고 귀띔했다.
김 감독을 거친 선수들의 평가를 들어보면, 겉은 무뚝뚝하고 퉁명스럽지만 속은 여리고 순진한 사람이란 평가도 많다. ‘호랑이 감독’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붙듯 야단을 칠 땐 무척 매섭지만 그라운드를 벗어나면 따뜻한 마음으로 선수단을 보듬는다. 한화 관계자는 “겉으로 볼 땐 무서운 감독처럼 보이지만, 실제 선수단 내부 반응은 그렇지 않다. 선수들을 알뜰살뜰 챙기는 모습이 인상적”이라고 했다.
염경엽 LG 감독도 감독 중심의 일사불란함을 선호하지만, 치밀하게 계산된 시스템을 앞세운다. 염 감독은 전체적인 균형을 중시한다. 실제 LG는 특정 선수 의존도를 낮추고, 개인이 ‘튀는’ 것을 결코 허용하지 않는다. 사실 염 감독은 ‘말발’이 센 감독. 타고난 전략가답게 자신의 야구이론을 이해시키는 스타일이다. 이런 사령탑의 구상은 고스란히 선수단에 투영됐고, 기동력과 조직력이 돋보이는 팀이 됐다.
특히 염 감독은 부임 후 ‘뛰는 야구’를 선수단에 접목했고, 누구든 나가면 뛴다는 인식이 상대를 긴장하게 만들었다. 2023년엔 뛰는 야구가 29년 만에 LG에 통합 우승 트로피를 안겼다. 올해도 시스템에 따른 전술전략을 추구하는 LG는 기복이 없다. 실제 LG는 올해도 리그에서 3연패 횟수가 가장 적은 팀이며, 안정적인 전력으로 시즌 개막 후 줄곧 최상위권 경쟁을 펼치고 있다.
또 하나 눈길을 끄는 것은 염 감독의 소통 능력이다. 감독이 강하게 잡고 가지만 선수단 훈련만큼은 코치진에게 일임하고 있다. 염 감독은 훈련의 방향을 제시하고, 세부적인 건 참모인 코치들에게 맡긴다. 후배 코치들과도 적극적으로 전술 운용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는다. 그리고 선수는 언제라도 감독실에 들어가 면담할 수 있고, 감독은 직접 선수에게 따뜻한 커피 혹은 차를 내려 준다. 감독 경력에 앞서 프런트 경력이 있기에 구단과의 소통 능력도 탁월하다.
김태형 롯데 감독은 과거 두산 시절부터 특유의 강력한 리더십으로 팀을 이끌었다. 김 감독은 선수단을 손아귀에 쥐고 흔드는 스타일. 김 감독은 3명의 감독 중 전형적인 중앙집권형 사령탑으로 볼 수 있다. 김 감독은 운동을 잘하더라도 자기관리에서 허점이 드러나면 불호령을 내린다. 또 눈에 거슬리는 행동은 즉시 지적하고 넘어간다.
김 감독 리더십의 중심에는 타고난 ‘밀당(밀고 당기기)’ 능력이 있다. 김 감독은 뒤끝이 없는 스타일. 화를 냈다면 당일 모두 끝난다. 다음 날 혹은 시간이 흐른 뒤 선수를 다시 불러 농담이나 장난으로 풀어준다. 가식과도 거리가 멀다. 화법이 단순명료하다. 대신 진정성이 담겨있어 따끔한 충고도 충분히 설득력을 발휘한다. 김 감독과 한때 호흡을 맞춘 한 야구인은 “선수들을 들었다 놨다 하는 재능이 뛰어난 분”이라고 치켜세웠다.
김 감독이 지도자로 전업 후 가장 강조하는 것은 팀 내 경쟁이다. 김 감독은 경쟁을 통해 기회를 준다. ‘평등과 공정’은 김 감독이 롯데에 부임한 후 선수단 핵심 운영 방침이 됐다. 김 감독은 숨어 있는 장점을 발굴하는 혜안을 갖고 있다. 김 감독 부임 후 확 달라진 야구 솜씨를 자랑 중인 윤동희, 황성빈, 나승엽 등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감독 본연의 임무인 전략·전술 운영도 탁월하다. 경기 중엔 사소한 것일지라도 절대 놓치지 않는 김 감독은 직감을 믿고 빠르게 판단한다. 이때다 싶으면 승리를 위해 모든 것을 쏟아붓는다. 경기 전 선수들의 컨디션 등을 머릿속에 넣어뒀기에 가능한 판단이다.
정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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