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 제조사에서 시스템 통합자로”…AI로 항공·방산 다시 그린다 [SFF 인터뷰]

조유빈 기자 2025. 5. 1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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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최낙선 한국항공우주산업 AI·항전연구센터장
“제조업의 미래 AI에서 찾아”…KAI의 지속 가능 전략은

(시사저널=조유빈 기자)

AI 기술이 '전장'을 바꾸고 있다. 자율비행, 유무인 복합운용, 디지털 트윈(현실을 가상세계에 구현)등 기술이 인간과 기계가 협업하는 '시스템 간 전투'를 현실로 만들면서다. 이 같은 변화의 흐름 속에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항공기 제조사라는 전통적 정체성을 넘어 '시스템 통합자'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근본적인 혁신 방안으로 'AI'를 택한 것이다.

KAI는 최근 미국 쉴드AI와의 전략적 협업을 통해 자율비행 소프트웨어를 검증하고 제조 데이터에 AI를 접목하면서 기술 고도화를 꾀하고 있다. 항공기 제조 과정에서 획득한 데이터와 AI 기술을 결합해 기존 사업 영역도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KAI의 AI·항전연구센터를 이끄는 최낙선 센터장에게 'AI 시대'를 대비한 제조업의 성장 전략에 대해 물었다.

최낙선 한국항공우주산업 AI·항전연구센터장 ⓒKAI 제공

글로벌 산업 구조가 급속히 재편되고 있다. AI 기술이 항공·방산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AI가 접목된 항공·방산 기술이 전장의 모습을 바꾸고 있다. 자율비행체계와 유무인 복합운용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AI 기반 항공·방산 기술은 단순한 무기체계를 넘어, 국가 안보의 핵심축이자 미래 국방 경쟁력의 열쇠가 돼 군사력의 효율성과 신뢰성을 크게 높일 것이다. 항공·방산분야의 AI 융합은 국가 안보뿐 아니라 관련 산업 생태계 전반에 혁신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곧 이 분야의 기술력이 국제 사회에서의 영향력과 직결될 것이라 본다."

AI 기반 자율 전장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어떤 전략적 방향성을 설정했나.

"미래의 공중 전투체계는 유무인, 무무인 등 여러 체계가 하나의 체계처럼 유기적으로 작동하는 복합체계로 구성된다. 미국, 중국 등은 이러한 차세대 공중전투체계 구축에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KAI는 이 흐름에 대응하기 위해 유무인 복합체계를 기반으로 한 차세대 공중전투체계라는 개념을 도출하고, AI 기술을 통합 적용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이를 위해 비행지능(AFP·AI Flight Pilot), 인지지능(ARP·AI Recognition Pilot), 협업지능(ATP·AI Teaming Pilot), 전투지능(ACP·AI Combat Pilot) 등 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실전에서 검증할 예정이다.

최근 쉴드AI와의 전략적 협력으로 도출된 주요 성과는 뭔가.

"올해 3월 쉴드AI와 '하이브마인드 엔터프라이즈(HME)' 사용 계약을 체결했다. HME는 무인항공기와 드론 등에 적용되는 AI 기반 자율비행 소프트웨어다. HME를 활용해 독자적으로 개발 중인 AI 파일럿의 자율비행 기술을 검증하고 다목적무인기(AAP·Adaptable Aerial Platform) 축소기에 통합해 실증에 나설 계획이다. 'AI 파일럿' 개발 기간을 단축하고 기술을 고도화하기 위해서다. 글로벌 기업과 협력을 할 때는 장기적인 전략적 비전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협력사의 기술 방향과 내부 기술 로드맵을 정렬하는 것이 중요하다."

AI 활용해 어떤 혁신을 꾀하고 있나.

"KAI의 AI 기술 개발 방향은 '제품 고도화'와 '업무 효율화' 두 가지 키워드로 볼 수 있다. AI 모델을 탑재한 전투기, 무인기, 헬기 등 KAI만이 만들 수 있는 독보적인 상품을 제작해 시장을 주도할 것이다. 일부 AI 모델 초기 버전은 개발 후 항공기에 탑재해 테스트하고 있다. AI를 활용해 전사 업무 효율성도 극대화하고자 한다. 전사 모든 임직원들이 AI 모델을 보다 쉽게 개발할 수 있는 'MLOps'라는 KAI 자체 프레임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항공기 제조 및 체계 통합을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해왔다. 이러한 항공 제조 기반 사업구조를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나.

"KAI가 만든 항공기는 과거 KF-16 면허생산이나 성능개량까지 포함하면 1300대가 훌쩍 넘는다. 항공산업에서의 제조 능력은 글로벌 톱 수준으로 올라와 있다. 국산 항공기 제조 공정에서도 RDS(Robotic Drilling System·로봇 구멍 가공 장비), FASS(Fuselage Automated System·동체 자동 결합 체계) 등 자동화 공정들을 개발 적용하고 있어 향후 AI 시스템과 융합할 수 있는 기반이 조성돼 있다.

항공기의 개발·생산·시험비행 과정에서 획득한 수많은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는 점은 KAI의 가장 큰 장점이다. 이를 바탕으로 AI를 결합해 '시스템 통합자'로 변화하려 한다. 납품 이후 AI 기반 자율 비행 시스템, 상태 기반 정비(CBM+) 서비스, 시뮬레이션 훈련 플랫폼 등으로 영역을 확장하며 '일회성 판매'에서 '지속적인 수익 창출 모델'로의 전환을 기대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핵심 제조역량을 유지하며 AI를 통해 가치를 확장하는 것이다. 제조업 기업이 AI를 성공적으로 활용하려면 단순히 기술을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비즈니스 모델의 근본적 재정립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는 과정이 필요하다."

미래 전장에서 자율무기 체계의 본격 운용을 대비해 어떤 기술적·전략적 포지셔닝을 목표로 하고 있나. 한국의 특수성 등을 고려할 때 방산기업의 과제도 특별할 것 같다.

"한국의 지정학적 특수성과 기술적 역량 등을 고려할 때, KAI는 '신뢰성 높은 유무인 복합체계를 통한 솔루션 제공자'로서의 포지션이 적합할 것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완전 자율무기를 개발하기보다, 한국군의 특수한 작전 환경에 최적화된 유무인 복합체계를 구현하는데 집중할 것이다. AI 기술의 우수성을 넘어 한국적 상황에 적합한 '체계 통합'에서 독보적 경쟁력을 갖출 것이다. 북한과의 대치 상황이라는 실전 시나리오에 최적화된 AI 솔루션은 다른 글로벌 기업들이 쉽게 따라올 수 없는 KAI의 특장점이 될 것이라 본다.

KAI를 포함한 많은 기업이 역량을 다해 AI와 자율화 기술 개발에 노력하고 있다. 국내 방산기업, AI 기업, 연구기관 간 긴밀한 협력 체계의 중요성이 더욱 대두될 것이다. 항공·방산과 AI를 동시에 이해하는 융합형 인재를 체계적으로 양성하고, 국내 기업 간 공유할 수 있는 기술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야 한다. 글로벌 방산기업이 놓치고 있는 특수 환경에서의 자율무기 운용 등 틈새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키우고, 유망한 스타트업들과도 협업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해야 한다. 단순 기술 구매나 일회성 협업이 아닌, 공동 지식재산권 확보, 인력 교류, 공동 연구개발 등 장기적 파트너십 모델로 나아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본다."

항공·방산 산업의 특성상, 정부와 기업이 AI 기술 로드맵을 함께 수립하는 것도 중요할 것 같다. 기술 개발과 무기체계 혁신을 위해 필요한 부분은.

"미래 항공·방산 AI 기술 로드맵을 함께 수립해야 국가적 R&D 투자의 방향성과 기업의 기술개발 방향이 일치하도록 조율해나갈 수 있다. 4월25일 서울AI허브센터에서 국방기술진흥연구소, 국방과학연구소, 공군과 기업이 함께 참여한 미래 항공력 소요 발전 토론회가 열렸다. 협의체에서 머무르는 게 아니라 '미래항공 AI 얼라이언스'와 같은 강력한 산학연군 협력 플랫폼을 통해 공동 프로젝트 추진, 기술 표준화, 국제 협력 등의 과제를 추진해야 한다.

또 규제 샌드박스 확대를 통해 자율 무기체계 실증에 필요한 법적·제도적 장벽을 완화해야 한다. 특히 군 작전 영역에서 AI 기술을 시험할 수 있는 테스트베드 구축은 실증 기반 기술을 발전시키는 데 중요하다. 정부 데이터 개방 및 공유 체계 강화도 필요하다. 국방 분야의 특성상 데이터 접근에 제한이 많지만, 보안을 유지하면서도 AI 학습에 필요한 데이터셋을 기업들과 공유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글로벌 AI·방산 시장에서 '넥스트 전략'은 뭔가.

"진정한 'AI 트랜스포메이션(AX)'을 해야 한다. 단순 AI 기술을 도입하거나 흉내를 내는 것이 아니라 조직 전반을 AI 중심으로 재편하는 전략적인 변화가 있어야 한다. KAI도 그 과정 중에 있다. 남들이 좋다고 해서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전사적으로 AI 전략을 수립해 기업에 필요한 AI 기술들을 식별하고, 그것을 내재화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 독보적인 AI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나아가 AI 기술에 대한 윤리적인 거버넌스에 대해서도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AI가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라는 인식이 많다. 1800년대 산업혁명 때에도 기술에 반대하는 러다이트 운동이 있었지만, 인간은 결국 기계와 공존하고 협업하며 더 큰 기술 발전을 이뤘다. AI와의 공존도 비슷한 맥락으로 흘러갈 것이다. 인간과 협업하면서 더 많은, 새로운 일자리를 창조해 낼 것이라고 본다."

AI 시대, 한국 기업들이 지속 가능한 생존과 성장을 위해 반드시 갖추어야 할 핵심 역량과 전략은 무엇이라고 보나.

"핵심 기술 영역에서의 '깊이'를 확보해야 한다. 모든 AI 영역에서 경쟁하는 것이 아니다. KAI와 같은 기업은 항공기 기반의 도메인 특화 AI 기술처럼 기술적 깊이를 구축해야 한다. 데이터 주권 확보에도 주력해야 한다. AI 학습에 필요한 데이터를 자체적으로 확보하고 관리하는 체계를 구축해, 외부 의존도를 낮추고 각자의 상황에 최적화된 AI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

개방형 혁신 생태계 구축도 필요하다. 내부 R&D만으로는 급변하는 AI 기술을 따라잡기 어렵다. KAI는 스타트업, 연구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혁신 속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 중이다. 보편적으로 AI 패권 전쟁에서의 승자는 거대 자본 기업이 될 것이라고 하지만, 기술을 실제 가치로 전환하는 '적용 역량'이 뛰어난 업체라면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 본다. 한국 기업들이 가진 실용적 문제해결 능력과 빠른 실행력은 AI 시대에도 여전히 강력한 경쟁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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