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건축] 전통 부엌, 생명을 잇는다

한반도는 사계절이 뚜렷한 기후적 특성을 지니고 있으며, 특히 겨울철에는 한랭한 기온과 풍부한 강설이 특징적이다. 이러한 기후는 주거 공간 계획 시 추위와 눈에 대비한 겨울철 주거 형태가 필연적으로 요구되었다.
북부 지방에서는 흙바닥 위에 'ㄱ'자 형태로 긴 구들을 설치하고, 그 위에서 생활하며 혹독한 추위를 극복하였다. 남부 지방은 바닥을 지면에서 띄운 마루 구조를 채택하고, 실내에는 작은 쪽구들을 마련하며 굴뚝은 지붕 밖으로 연기를 배출하도록 하였다. 이런 지역적 차이를 보이는 난방 방식은 중국 문헌과 4-6세기 북부 지역 유적, 경상남도지역 출토 집 모양 토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조선시대 이전 우리나라 주거 형태는 각 기능에 따라 독립된 건물로 구분되었다. 안방과 사랑방, 부엌, 창고, 손님방 등이 각각 별도의 건물로 마련되었으며, 귀족 계층은 5칸에서 3칸 규모의 건물이 여러 채 흩어져 배치되었고, 일반 백성은 2~3칸 규모의 소규모 건물로 생활공간을 구성하였다. 이러한 배치는 당시 사회적 계층과 생활 방식의 차이를 잘 보여준다.
고려 말기와 조선 전기에 이르러 구들이 방 전체에 설치되면서 본격적인 온돌 문화가 자리 잡았다. 이전에는 방 내부에 아궁이를 두고 직접 불을 지펴 난방을 해결하였으나, 전면 온돌이 도입되면서 아궁이는 외부로, 굴뚝은 반대편에 설치해 연기를 효율적으로 배출하도록 구조가 변화하였다.
조선 초기에서 중기로 접어들며 주거 형태는 각 방의 기능이 결합되어 복잡한 구조로 발전하였다. 특히 안방 온돌과 부엌 기능이 결합되면서 부엌이 안방과 인접하게 배치되고, '안채'라는 개념이 형성되었다. 독립된 공간에서 조리만 담당하던 부엌은 난방 기능까지 맡으며 주거 공간의 중심이 되었다. 부엌의 이러한 변화는 가족의 일상과 생활 리듬을 조율하는 중요한 역할로 이어졌다.
주택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건물을 '정침'이라 하며, 이는 흔히 안채를 의미한다. 정침은 가문의 삶과 후손을 잉태하는 안방, 관·혼·상·제 의례가 행해지는 대청, 그리고 온기를 더하고 음식을 마련해 삶을 영위하는 부엌으로 구성된다. 부엌은 집 안에서 불을 다루며 생명을 상징하는 공간으로 인식되었고, 새 집에 처음 들이는 것도 불씨였다. 이를 부엌에 가장 먼저 들이는 것은 가문의 삶과 생명의 연속을 기원하는 깊은 의미가 담겨 있다.
17세기 실학자 홍만선이 지은 『산림경제』에는 부엌을 짓는 방법이 상세히 기록되어 있다. 부엌의 길이는 7자 9치, 너비는 4자, 높이는 3자, 아궁이 크기는 1자 2치로 하고, 솥은 두 개, 온돌 고래 크기는 8치로 하였다.
이 치수들은 상징적 의미를 담고 있다. 길이 7자는 북두칠성, 9치는 천하를 의미하는 9주, 너비 4자는 사계절, 높이 3자는 천·지·인 삼재를 의미한다. 아궁이 크기인 1자 2치는 12시를, 솥 두 개는 음양, 즉 태양과 달을 상징하고, 온돌 고래의 8치는 팔방의 여덟 방향 바람을 뜻한다.
부엌의 길이와 높이, 고래 크기는 공간을, 너비와 아궁이 크기는 시간을 상징하며, 부엌은 유교적 세계관 속 우주의 공간과 시간을 담은 또 다른 작은 우주로 여겨졌다. 이는 우주의 생성과 순환 이치를 생명과 삶의 공간인 부엌에 투영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현대에도 부엌은 여전히 주택의 중심이다. 예전처럼 불씨를 옮기기 어려운 요즘, 어른들은 전기밥솥을 들고 새 집에 들어가라 말한다. 부엌은 주택 내에서 가장 많은 비용과 주인의 요구가 반영되는 공간이다. 간편함을 추구하고 대부분의 시간을 집 밖에서 보내는 현대 생활 속에서도, 따뜻한 집밥을 마련하는 부엌은 가족이 쉽게 모이기 어려운 소가족 시대에 또 다른 생명의 온기를 이어가는 소중한 공간으로 그 의미를 지니고 있다. 김상태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전통건축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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