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왜 반동성애를 신앙화했을까[취재 후]

2025. 5. 14.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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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원 기자



대학 시절 개신교 선교단체에서 활동했다. 돌이켜 보면 그때 나는 매일 성경을 읽었고, 매일 밤 하루를 돌이키며 성경적 가르침과 비교해 나 자신을 반성하고 기도했다. 그런 믿음의 여정에 나침반이 돼준 건 당시 섬기던 교회의 목사였다. 그 목사는 청렴했고, 강직한 성품의 사람이었다.

딱 하나 걸리던 것은 그가 주장한 ‘성서무오설’이었다. 성서는 하나님께 영감을 받아 기록된 책이므로 문자적으로 오류가 있을 수 없다는 신학적 주장이었다. 이를 바탕으로 성경을 보면, 이해할 수 없는 것투성이였다. 지구 나이를 6000년으로 보는 성경의 해석도 그랬다. 그때 나는 더 묻고 따지기보다 의문을 한쪽에 치워두는 쪽을 택했다. 지구 나이 6000년을 그렇게 안일하게 받아들였던 내게, 레위기에서 나오는 ‘동성애 금지’ 구절은 어쩌면 너무나 쉽고 간명한 가르침이었다. 타인을 향한 잣대로도 작용했다. 동성애는 있어선 안 되는 것이다. 아멘.

나는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신앙 활동에 게을러졌지만 20대 때 배웠던 성서무오설을 기반한 세계관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런 나에게 지난 4월에 취재한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 사례는 많은 생각할 거리를 남겼다. 그는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110만명을 훌쩍 넘길 정도로 많은 인파를 소집한 ‘세이브코리아’ 집회의 당사자다. 직접 만난 그에게 왜 이렇게까지 윤석열을 지지하느냐고 묻자 돌아온 답은 ‘반동성애’였다. 학교 교육 현장 등에서 동성애를 조장할 수 있는 차별금지법 통과를 사활을 걸고 막겠다고 그는 말했다. 결국 극우 활동의 뿌리는 ‘반동성애’였던 것이다. 그는 이재명 후보의 대통령 당선과 차별금지법 제정을 하나로 묶어서 생각하고 있었다.

그는 성서무오설을 바탕으로 동성애를 비판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성서는 약자(이웃)를 사랑하라는 말도 반복적으로 강조한다. 고린도전서는 ‘사랑이 없으면’ 천사의 말을 할지라도 아무것도 아니라고까지 말하고 있다. 나는 이번 취재를 통해, 성서무오설에 대해, 동성애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됐다. 아직은 뾰족한 답을 찾지는 못했다. 한 가지는 분명해졌다. 신은 고정된 존재가 아닌, 인간과 함께하는 긴 여정에서 변화할 수 있다는 것. 성서에서 특정 부분을 취사선택해 타인을 향한 적개심과 증오를 드러내는 건 가장 반성경적이고 위험한 신앙이란 것을 말이다.

윤지원 기자 yj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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