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폭주에… 글로벌 자금, 달러와 ‘헤어질 결심’ [심층기획-시험대 오른 '달러 패권']
달러·주식·국채 한때 ‘트리플 약세’
‘채권 시장 발작’에 트럼프 화들짝
‘90일간 관세 유예’ 카드 꺼내들어
‘기축통화’ 달러의 신뢰 이미 추락
각국, 유럽·中·금 등으로 자금 이동
“美 예외주의의 종말 의미” 지적 속
“달러 대안 없어… 일시 현상” 반론도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일 ‘해방의 날’이라 명명하며 47개국에 상호관세를 부과하자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1973년=100)는 100 아래로 떨어졌다.
트럼프 대통령 수혜 자산이 랠리를 펼치는 ‘트럼프 트레이드’ 기대 속에 달러인덱스는 1월 중순 110선까지 올랐다. 그러나 무차별 관세정책이 쏟아진 후 달러 매도세가 강해지며 4월21일 장중 98 아래로 미끄러졌다. 트럼프 취임 전주 1월 고점 대비 약 11% 하락한 것으로, 2022년 3월 이후 최저치다.

국채 금리 급등(국채 가격 하락)은 미 정부의 이자 부담으로 고스란히 돌아온다. 미 정부가 지불한 국채 이자 비용은 2010년 4140억달러에서 지난해 1조1330억달러(약 1607조원)로 늘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은 올해 2조달러 규모의 신규 국채를 발행해야 하고 만기가 돌아오는 8조달러 규모의 국채를 차환해야 한다. 미 연준에 금리 인하를 압박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달러 약세를 원했지만 ‘채권 발작’에 놀란 트럼프 대통령은 부랴부랴 90일 관세 유예 카드를 꺼낼 수밖에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무차별 관세 공격은 미국으로 쏠려 있던 글로벌 자금 이동의 트리거가 됐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3월 한 달간 미국 주식 비중을 사상 최대 수준으로 줄인 반면, 유럽으로의 자산 이동은 1999년 이후 가장 크게 늘었다. 펀드 전문 리서치업체 모닝스타에 따르면 4월 첫 2주 동안 아문디, UBS(MSCI), 스테이트스트리트(SPDR)의 미국 펀드에선 약 45억달러(약 6조4000억원)가 이탈했다. 같은 기간 블랙록, 아문디, UBS가 운영하는 유럽 펀드로는 24억유로(약 3조9000억원)가 유입됐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달러 패권이 흔들리는 것은 일시적 현상”이라며 “미국 기업 이익이 지난해 9월 이후 계속 둔화돼 미 증시가 흔들릴 수밖에 없었고, 경기가 침체되고 있는데 물가는 내리지 않으니 채권금리가 높아진 것”이라고 말했다. 서 센터장은 “최근 3·6개월짜리 초단기 미 국채에 공격적으로 매수세가 들어가고 있다”면서 “초단기 국채는 현금과 같으므로 달러를 매입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오건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단장은 “기축통화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다 해도 대안이 있어야 하는데 위안화나 유로화 등은 달러를 대체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오 단장은 “미국이 (관세로) 패악질을 하니 글로벌 자금이 잠시 움직인 것이지 영원히 떠난 것이 아니다”며 “미국 예외주의에 대한 의구심이지 기축통화로서 달러에 대한 의구심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신한 프리미어 PWM 잠실센터 이상은 PB팀장은 “미 주식이 2년 연속 연간 20%씩 올랐으니 지금은 건강한 조정일 수 있다”면서 “무역협상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고 경기 둔화도 어느 정도 해소돼 금리 인하가 시작되면 미국을 떠났던 자금들이 다시 돌아올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김수미 선임기자 leol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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