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사랑했던 윤후명 작가 [생명과 공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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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게 따뜻함을 주는 반려동물부터 지구의 생물공동체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구체적 지식과 정보를 소개한다.
개인적으로 윤 작가의 이른 소천이 더 안타까웠던 이유는 그가 꽃을 특별히 좋아했기 때문이다.
소원하신 대로 누군가에게 힘을 주는 풀꽃으로 환생하는 작가님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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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사람에게 따뜻함을 주는 반려동물부터 지구의 생물공동체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구체적 지식과 정보를 소개한다.

지난 8일 윤후명 작가가 타계했다. 요즘 나이 79세는 아직 이른 때라 안타까웠다. 197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소설로 등단했지만 그 이전 경향신문을 통해 등단한 시인이기도 하다. 이상문학상 수상집에 실린 '하얀 배(1995)'를 다시 찾아 읽었다. 시적인 은유로 충만한 소설이다. 많은 작품을 남겼지만 나이가 들수록 완숙해졌을 작품 활동의 멈춤이 아쉽다.
개인적으로 윤 작가의 이른 소천이 더 안타까웠던 이유는 그가 꽃을 특별히 좋아했기 때문이다. 우연히 꽃을 주제로 쓴 산문집 '꽃(2003, 문학동네)'을 읽고 그가 가진 꽃에 대한 애착심에 놀란 적이 있다. 봄부터 꽃피는 순서대로 식물에 얽힌 사연과 지식을 정리한 책인데 지금도 거실 탁자 밑에 두고 가끔 소파에 누워 읽다가 잠들곤 한다. 사진 한 장 없이 문학적 필치로만 그렇게 충실하게 꽃을 서술한 책은 본적이 없다. 주변 지인들로부터 내용에 맞춘 사진이나 그림 제공에 대한 제안도 있었지만 그러지 않은 것은 다행이라 생각한다. 사물의 인식에 가장 강력한 영향을 주는 시각이 작가의 의도를 반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책의 발문에서 윤후명은 문학이 자신에게 다가와 괴물처럼 버티고 있어 식물학자가 되고 싶었던 꿈을 잃었다고 밝히고 있다. 고교 때의 특별 활동도 문예반이 아니라 원예반 이었고, 풀과 나무들을 사귀는 것에 한 번도 싫증을 내지 않았다며 작품 속 묘사에 식물을 배치하는 것 자체가 스스로 식물학자가 되는 것이라 생각했다고 한다.
실제 그가 쓴 여러 편의 시에서 곰취, 사스레피나무, 엉겅퀴, 용담 같은 식물과 꽃들을 발견할 수 있다. 그의 마지막 시집인 '비단길 편지(2022)'의 표지 그림도 엉겅퀴 꽃이다. 그 연유를 여쭐 방법은 없게 되었지만 작품 속에 복선처럼 남아 있는 흔적들은 찾을 수 있었다. 시집 '쇠물닭의 책(2012)'에 엉겅퀴꽃 이라는 제목의 시의 후반부다.
사랑 없이 술로 상한 내 간에는 / 독일산 레가론을 투여한다 / 학명 카르두스 마리아누스에서 뽑은 약 / 그래서인가 / 몇 해 전부터 엉겅퀴 몇 포기 심어놓고 / 그 꽃빛 적자색 간을 생각해 왔다 / 삶을 생각한 건 아니었다.
생전 과음 습관으로 건강을 잃은 자신의 운명을 예감하고 쓴 듯한 슬픈 시다. 그의 또 다른 시집 '강릉 별빛(2017)'에 있는 시 '곰취의 사랑'에 남긴 구절이다.
먹거리 없는 때 뜯어 먹으라고 / 어서 뜯어먹고 힘내라고/ 파릇파릇 겨울 싹을 낸다/ 눈오는 겨울밤 나도 한 포기 곰취이고 싶다 / 누군가에게 죄 뜯어먹혀 힘을 내 줄 풀 /
소원하신 대로 누군가에게 힘을 주는 풀꽃으로 환생하는 작가님의 명복을 빕니다.

서효원 식물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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