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에서] 의대 트리플링을 왜 걱정하나
중도 탈락이 사회 이익 될 수도
교육 대책보다 불이익 학칙 필요

3월 7일, 교육부는 의대 24·25학번 동시 교육 방안을 발표했는데, 나는 솔직히 쓸데없는 대책이라는 생각을 했다. 어차피 안 돌아올 텐데 말이다. 1년 이상 수업 거부 과정을 쭉 지켜본 입장에서, 나름의 판단이었다. 역시 그 과정을 질리도록 겪은 보건복지부 관계자도 “어차피 안 돌아올 것”이라고 언급한 걸 보니, 같은 판단이었던 것 같다.
계엄 사태 이후, 이주호 부총리(현 대통령 권한대행) 주도로 복지부를 제치고 의정 갈등을 해결하겠다고 나선 교육부는 무능했다. 의대생 전원 복귀를 전제로 내년 증원 ‘0명’을 약속하고는, 복귀율이 25.9%에 불과(현재 34.4%)한데도 증원 ‘0명’을 발표했다. 의대생들에게 넙죽 엎드린 것인데, 의대생들은 교육부가 수업 복귀를 협박했다며 교육부 공직자들을 고발하는 것으로 비수를 꽂았다.
의대생, 나아가 사직 전공의의 요구는 의대 증원 취소만이 아니다. 복지부의 필수의료 패키지 폐기를 요구하고 있다. 여기엔 ‘의사란 무엇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시각차가 존재한다.
복지부와 국민은 필수의료에의 헌신을 의사의 기본값으로 보지만, 서울 대치동 학원가의 ‘초등 의대반’과 같은 환경에서 성장한 상당수 의사 지망생은 ‘부와 명예’로서 의사를 본다. 비급여 과잉진료 규제, 지역 의료 부양과 중증 수술 수가 인상을 담은 필수의료 패키지를 원수로 보는 이유가 그것이다. 과잉진료가실손보험 부실을 넘어 건강보험 재정을 위협하고 필수의료 인력을 빨아들이자 복지부가 도수치료, 백내장 수술 등 비중증 진료에 일본처럼 ‘혼합진료(급여+비급여)’ 금지를 추진한 것이 불만의 핵심이다.
선별적 찬반이 아닌, 필수의료 패키지 전면 철회 요구는 정부에 필수의료 정책을 하지 말라는 뜻이다. 필수의료에 종사할 의지도 별로 없어 보이는 이들 의대생을 중도 탈락시키는 게 한국 사회에 그리 손해일까. 정부가 쩔쩔매며 더블링(24·25학번 동시 교육), 트리플링(24·25·26학번 동시 교육) 대책을 마련해서 가져다 바칠 이유가 없다.그렇지 않아도 지긋지긋한 특혜와 불공정으로 찌든 사회에서 이런 모습이 지속되는 건 심각한 역함을 불러온다.
정부와 대학이 해야 할 일은, 트리플링 교육 방안 마련이 아니라 수강 우선순위 학칙을 마련하는 것이다. 다른 학생에게 피해가 없도록 오랜 수업 거부자일수록 우선권이 밀리도록 구체적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수업 거부 학생이 졸업까지 10년이 걸리든, 20년이 걸리든 신경 쓸 일인가.
물론 의사 배출이 줄어들며, 증원 효과 무력화와 의료개혁 실패 우려 목소리가 나온다. 그러나 이미 상당한 개혁 성과가 있었다. 간호법 통과로 일부 의사 업무를 담당하는 진료지원(PA) 간호사가 합법화하고, 소아 고난도 수술 수가 가산율이 1,000%로 올랐으며, 비수도권 병원은 정책 수가를 더 받게 됐다. 환자 대변인제도가 도입돼, 중대 의료사고를 당해도 제대로 설명을 듣지 못해 소송까지 가야 했던 어려움도 줄어든다.
이런데도 정치권에선 의대 증원, 나아가 필수의료 패키지 정책까지 매도하는 발언들이 나온다. 의사계의 표를 의식한 것이다.명심할 점은 피해 당사자인 환자단체는 복지부의 정책을 지지하며, 그동안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의대 증원과 의료개혁 완수를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선 주자들은 의대생 비위 맞추기에 앞서 환자단체부터 찾아가 만나 보길 바란다.
이진희 사회정책부장 riv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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