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향만리] 허물 / 김석

송태섭 기자 2025. 5. 14. 0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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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시와 선(禪)을 한축으로 꿰고 있다.

그의 시적 모호성은 기기묘묘(奇奇妙妙)하다.

그가 추구하는 사행시는 촌철살인의 시구를 벼린다.

"4행을 맞추는 게 억지스러울 수도 있고, 의도적으로 비칠 수도 있지만, 시의 행갈이 조절로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긴말도 4행으로 토막 낼 수 있다. 그건 이미지의 문제고, 심리와 호흡의 문제다."(이하석) 그런 측면에서 사행시는 짧기 때문에 함축적이며, 다층적 해석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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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물 / 김석

낮에는 너무 밝아 보지 못했고// 밤에는 너무 어두워 보이지 않았다// 눈 감고 돌아보니 보인다/ /눈 뜨면 살아지는, 내 허물

『돌아보니 보이는 것들』(2024, 서정시학)

그는 시와 선(禪)을 한축으로 꿰고 있다. 모순과 패러독스로 가득 찬 그의 세계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놀라운 비약과 파격을 보인다. 시비(是非)를 떠난 이런 놀라운 초월적 비유는, 시적 대상에 상상력을 마음껏 부여한다. 그의 시적 모호성은 기기묘묘(奇奇妙妙)하다. 물음의 띠를 비틀어 역설의 답으로 꼬아 붙인 간화선의 화두이다. 그는 만법을 일즉다(一卽多), 다즉일(多卽一)의 세계로 인식한다. 상극을 버린 상생의 세계이자, 음양의 갈등을 흡수한 태극의 조화이다. 김석(1957~, 포항 출생)의 「허물」은, '둘로 나뉘지도 않고 하나에 집착하지도 않는 무이이(無二而) 불수일(不守一)'의 세계다. 그가 추구하는 사행시는 촌철살인의 시구를 벼린다. 빔의 묘사와 내면을 성찰케 하는 힘이 있다. "4행시는 오래된 시 형식이다. 들여다볼수록 만만치 않다. 한시의 절구와 서양의 4행 시집들을 들춰보고, 우리의 옛 4구체 향가들을 챙겨보"면 절로 알게 된다. "4행을 맞추는 게 억지스러울 수도 있고, 의도적으로 비칠 수도 있지만, 시의 행갈이 조절로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긴말도 4행으로 토막 낼 수 있다. 그건 이미지의 문제고, 심리와 호흡의 문제다."(이하석) 그런 측면에서 사행시는 짧기 때문에 함축적이며, 다층적 해석이 가능하다. 시는 시인의 「허물」을 평생 지우는 작업이다. 고통과 고뇌의 흔적을 바람의 언어로 지운다. 언어는 사물과 시인의 몸을 관통해, 세상의 아픈 울음을 지운다. 바다와 물과 육지와 하늘을 지우고, 끝내 오욕칠정(五慾七情)을 지운다. 더러운 욕망을 지우고 집착과 아집을 지운다. 그의 시는, 참으로 인간의 번뇌가 부질없다는 것을 불현듯 깨닫게 한다. 단순하면서도 질박하다. 김석은 어느 대담에서 자신의 시관(詩觀)을 이렇게 피력한 적이 있다. "시인은 삶의 현실을 언어로 풀어내는 사람이다. 시의 모티브가 반드시 은유나 상징으로 포장되어져야 하는가? 오히려 가벼운 것, 하잖은 것, 평범한 소시민의 일상 등이 시의 옷을 입고 나올 수는 없는 것일까? 시인은 설레는 풍경을 진솔한 목소리로 들려주는 존재이다. 어려운 시만 좋은 시가 되는 현실. 나의 삶과 나의 시가 '혼자'가 아닌 '우리'는 될 수 없는 것일까? '혼자'가 '우리'가 되기 위해 나는, 아직 면벽수행 중이다." 초기 김석의 시는 연작시 선문답에서 "시는 무엇인가', '삶은 무엇인가'에 대한 깊은 화두를 참구했다면, 이번 사행시에 이르러 텅 빈 행간의 울림을 형상화하였다. '낯선 시'의 경계를 꿰뚫어, 언어 이전과 언어 이후를 교직한 그만의 독창적 시법을 발견하였다.

김동원(시인·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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