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사랑받는 밥 친구 ‘멘타이코’

쌀밥을 좋아하는 일본인은 밥과 잘 어울리는 반찬을 ‘밥 친구’라는 뜻으로 ‘고항노 오토모(ご飯のお供)’라고 부른다. ‘밥 친구’ 인기 랭킹을 조사하면 늘 상위권에 오르는 반찬이 바로 명란젓이다. 일본에서 ‘멘타이코(明太子)’라 불리는 명란젓은 미식 도시인 후쿠오카를 대표하는 특산물로, 이제는 일본 전역에서 사랑을 받고 있다. 한국의 명란젓에 뿌리를 둔 멘타이코는 일본에서 어떻게 인기를 얻게 됐을까.
그 시작은 한국 부산에서 태어나고 자란 가와하라 도시오(1913~1980)가 1949년 후쿠오카 나카스 시장에서 개업한 작은 식료품점 ‘후쿠야’였다. 가와하라는 어렸을 때 먹었던 명란젓의 맛을 잊지 못해, 고춧가루를 넣은 명란젓 ‘멘타이코’를 만들어 팔기 시작했다. 처음엔 매운맛 때문인지 잘 팔리지 않았지만, 시행착오를 거듭한 끝에 일본인 입맛에 맞는 멘타이코를 개발했다. 소문이 나자 주변 업체들이 “저희 매장에서도 후쿠야의 멘타이코를 판매하고 싶다”며 찾아왔다. 하지만 가와하라는 “그럼 직접 만들어서 팔면 되지 않냐”며 제조 방법을 기꺼이 알려줬다고 한다. 그러면서 후쿠오카에는 멘타이코 제조 업체가 점점 늘어났고, 멘타이코의 인기는 더욱 높아졌다.
그럼에도 후쿠야는 ‘원조’를 내세우지 않았다. 가와하라는 “‘원조’라고 써붙인다고 맛이 좋아지는 건 아니다”“그때그때 제일 맛있는 멘타이코를 만든 업체가 ‘넘버원’”이라는 원칙을 고수했다. 그 결과 현재 멘타이코 시장 규모는 약 1200억엔(약 1조 1486억원)까지 늘어났고, 후쿠오카에서는 200곳 이상의 업체가 서로 경쟁하며 좋은 상품을 만들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와하라의 ‘후쿠야’는 일본 최대의 명란 식품 회사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후쿠오카 주민들은 후쿠야에 특별한 존경심을 갖고 있다고 한다. 자기만의 이익을 추구하지 않고 지역 주민과 공존하며 함께 번영하는 길을 걸어왔기 때문이다. 덕분에 멘타이코는 후쿠오카를 넘어서 일본 전역에서 사랑을 받는 음식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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