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전염 안되는데 “문둥이” 차별 여전

권지혜 기자 2025. 5. 14.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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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센인의 날’ 맞아 찾은 울산유일 한센인 정착 성혜마을
한센인 38명 모두 60세 이상
완치해도 마음의 상처 지속
관심 줄어 지원 확대 강조
▲ 13일 찾은 울산 유일의 한센인 정착마을인 북구 성혜마을. 주민들이 버스정류장에 앉아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한센인에 대한 인식이 예전보다는 많이 나아졌습니다. 그러나 일부 사람들은 여전히 우리를 '문둥이' '나병환자'라고 부릅니다."

5월17일은 한센인의 날이다. 지난 2004년 한국한센총연합회는 국립소록도병원 개원기념일인 5월17일을 한센인의 날로 지정하고 매년 전국 한센인들을 모여 체육대회 등으로 친목을 도모하고 있다.

올해는 오는 15일 전남 고흥군에 위치한 국립소록도병원 복합문화센터에서 제22회 한센인의 날 행사를 진행한다.

13일 울산 유일의 한센인 정착마을인 북구 성혜마을을 찾았다. 북구청에서 차로 10분 정도 거리에 있는 성혜마을은 개발의 손길이 미치지 못해 시간이 과거에 멈춘 듯했다. 성혜마을사무실이 있는 성혜회관에 들어서자 주민들이 이틀 뒤 열리는 한센인의 날 행사 준비로 분주했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대형버스 한 대가 성혜마을로 들어왔다. 이 버스는 한국한센복지협회의 차량으로, 14일 한센인과 가족, 주민들을 대상으로 건강검진을 하기 위해 하루 일찍 성혜마을에 도착했다.

한국한센복지협회는 2009년부터 전국을 돌아다니며 건강검진을 하고 있지만 성혜마을을 찾은 건 올해가 처음이다.

현재 성혜마을에는 38명(남성 14명, 여성 24명)의 한센인이 있다. 이들의 연령은 모두 60세 이상이다. 1953년 5월 성혜마을이 설립되면서 많은 한센인들이 세상을 떠나 현재는 한센인 2세와 가족이 더 많다.

주민들은 예전에는 한센인이라고 하면 근처에 오는 것도 꺼리는 등 인식이 나빴지만 지금은 많이 나아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예전에 차별을 받았던 상처는 여전히 가슴에 남아있었다.

한센인 주민 A씨는 "많은 사람들이 한센인에 대해 오해를 하는데 한센병은 전염되지 않는다. 성혜마을에 있는 한센인들은 다 나아 자립해서 살고 있다. 후유증 때문에 피부가 변한 것이지 일반인들과 똑같다"며 "젊은 사람들은 한센인에 대한 차별이 거의 없는데 일부 나이 많은 사람들은 아직도 우리를 문둥이, 나병환자라고 부른다"고 토로했다.

한센인 2세인 박판수(69) 성혜마을 통장도 "예전에 비해 한센인에 대한 인식이 나아져 외부 사람들도 성혜마을에 들어와 산다. 의학기술 발전으로 치료도 잘돼 겉으로 보면 티도 잘 안난다"며 "그러나 예전 아픈 기억 때문에 위축되거나 후유증을 겪는 등 상처는 남아있다"고 말했다.

성혜마을 주민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한센인에 대한 관심이 현저히 줄었다며 지원 강화를 요청했다.

성혜마을 인근에 사는 왕재호 이지산업개발(주) 전무는 "한센인은 아니지만 어릴 때부터 한센인들과 어울려 지내 한센인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며 "한센인에 대한 지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많은 한센인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살고 있어 지원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북구 관계자는 "한센인피해사건 피해자 위로지원금을 매월 1인당 19만원씩 지원하고 있으며 연 6회 성혜마을에 한센인 이동 진료를 실시하고 있다"며 "구비 400만원을 투입해 한센인의 날 행사도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권지혜기자 ji1498@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