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의 맛과 섬] [240] 신안 임자도 불등가사릿국
매화꽃 소식이 들리기 시작할 무렵 임자도에서 맛본 불등가사릿국은 지금까지 먹어본 속풀이로 손꼽을 만했다. 무엇보다 전복장 백반을 주문하면서 나온 국이라 더욱 인상이 깊었다. 마치 감칠맛 나는 연기로 주연보다 주목받은 조연 같은 역할이라 할까. 된장국에 불등가사리를 띄운 것 같은데 어떻게 시원하고 깊은 바다 맛을 품었을까.

그 비밀은 불등가사리가 서식하는 조간대 갯바위에서 찾아야 할 것 같다. 갯바위는 농지로 보자면 영농 조건이 불리한 최악의 한계 농지에 해당한다. 여름에는 40도가 넘는 폭염을 견뎌야 하고, 겨울에는 북풍한설의 혹한을 버텨야 한다. 또 거센 파도도 겪고, 큰 바위도 부숴버릴 태풍에도 맞서야 한다. 가는 뿌리를 바위에 내리고 온몸으로 살아내야 한다. 이런 억척스러운 삶에서 불등가사리의 깊은 맛이 비롯된 것은 아닐까.
불등가사리는 풀가사릿과에 속하는 홍조류다. 줄기가 붉은색이어서 붙여진 명칭으로 우리나라 모든 연안에서 자란다. 줄기는 원통으로 속이 비어 있고, 줄기가 두 갈래로 갈라진다. 세간에 알려진 인지도는 우뭇가사리나 세모가사리보다 낮지만, 신안, 진도, 여수 지역 섬 주민들은 무치거나 볶거나 국에 넣어 먹는다. 또 짚이 부족한 섬에서 흙벽을 바를 때나, 명주나 비단 등에 풀을 먹일 때 불등가사리를 사용하기도 했다.


진도군 조도면 청등도에서는 5월 중순에 불등가사리를 채취해 건조하고, 제주 가파도에서는 4월 중순에 전복 껍데기를 가지고 채취하는 것을 보았다. 실제로 불등가사릿국을 만난 곳은 신안군 임자면 한 식당이었다. 임자도는 민어, 젓새우, 천일염, 대파 등이 유명한 섬이다. 사실 갯벌이 발달한 임자도에서 불등가사릿국을 만날 줄은 몰랐다. 알고 보니, 가사리는 하의도에서, 전복은 안좌도에서 가져온다고 했다. 돌미역을 제외하고 불등가사리나 세모가사리 등 해조류를 넣어 국을 끓일 때는 다른 재료를 넣고 펄펄 끓인 후 마지막에 넣고 불을 꺼야 한다. 그래야 식감을 살리고 바다 향도 살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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