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훈의 엑스레이] [70] 그만 좀 말아 먹자
돼지국밥을 좋아한다. 부산 출신이니 당연한 일이다. 아니다. 부산 사람이 다 돼지국밥을 좋아하는 건 아니다. 선입견이다. 전주 사람이 다 콩나물국밥을 좋아하지도 않을 것이다.
정작 현지에 가면 선입견이 강해지는 순간이 온다. 콩나물국밥 안 좋아한다는 전주 사람들이 삼백집을 간다는 나에게 “거기보다는 현대옥이죠” “아니지 왱이집이지” 하며 싸우는 순간이다. 삼백집도 못 가본 외지인은 곤란하다.
부산 사람에게도 해서는 안 되는 질문이 있다. “돼지국밥집 추천해 주세요”다. 소셜미디어에 질문을 던지면 댓글 창은 부산 출신들 돼지국밥 부심으로 폭발한다. 부산역 앞 본전돼지국밥을 추천했다 관광객용이라는 핀잔을 들은 적도 있다.
관광객용 가게를 추천한 이유가 다 있다. 국물이 맑고 연한 것이다. 진한 돼지국밥은 못 먹는 서울 사람도 많다. 비린내가 난다는 이유다. 비슷한 이유로 돼지국밥을 안 먹는 부산 사람도 꽤 있다. 송강호가 대표적이다.
송강호는 영화 <변호인>에서 돼지국밥을 먹는다. 어찌나 맛있게 먹는지 영화를 촬영한 국밥집을 찾는 사람도 많다. 그런 곳은 존재하지 않는다. 촬영한 곳은 세트다. 영화는 판타지다. 송강호도 돼지국밥 못 먹는 걸로 유명하다. 역시 명배우는 다르다.
국밥 먹는 연기는 정치인이 잘한다. 대통령 후보가 되면 모두가 국밥집으로 향한다. 이명박 전 대통령 국밥 먹방은 대종상 감이었다. 장르는 스릴러였다. 나는 ‘로로피아나 슈트에 국물 튀면 큰일인데’라는 걱정에 몸을 떨었다. 원단값만 가게 한 달 매상은 넘어설 것이다.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도 후보가 되자마자 순대국밥집으로 갔다. 국밥 잘 먹게 생긴 사람이 잘 먹을 것 같은 걸 잘 먹으니 차별성이 없다. 서사가 없다. 반전이 없다. 국밥만이 서민 대표 음식도 아니다. 동네 파스타집 알리오 올리오가 더 저렴한 시대다. 이젠 그만 좀 말아 먹자. 정치가 아니라 국밥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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