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얻은 생명, 지구 반대편 또 다른 생명 위해 나눴다

최우은 2025. 5. 14.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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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구 정호은씨 암 판정후 나눔 결심
수술후 살뜰히 모은 1300만원 쾌척
▲ 정호은(왼쪽) 씨와 남편 함인식 씨

양구의 한 주민이 전신에 암이 전이되는 생명의 위기를 겪은 뒤, 지구 반대편 아이들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1300만 원을 기부해 깊은 울림을 전하고 있다.

정호은(67) 씨는 2019년 갑작스럽게 췌장암 판정을 받았다. 발견 당시 이미 간·대장·소장 등 온몸으로 암세포가 전이돼 있었고, 의료진은 수술해도 완전한 회복은 어려울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 순간부터 그는 차분히 삶의 흔적을 하나둘 정리하며 마음의 준비를 시작했다.

그러던 중 지난해 지구 반대편 나라에서 오염된 물을 마시고 병들어가는 아이들, 식수 한 모금조차 얻기 어려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사연을 우연히 접한 그는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나섰다. 그는 암 수술 후 몸이 회복되지 않은 상태임에도 노인일자리에 참여하고, 홀몸 어르신 가정을 도우며 받은 소액의 사례비를 한 푼 두 푼 모았다.

1년간 꾸준히 모은 돈은 총 1300만 원. 그는 이 후원금을 월드비전 강원지역본부를 직접 찾아 전달했다.

▲ 정호은(67·양구)씨의 헌신적인 기부로 최근 설치된 식수대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방글라데시 카하롤 지역 아이의 모습.

후원금은 최근 방글라데시 카하롤 지역의 식수 시설 개선과 가정용 화장실 설치에 사용됐다. 건기에 식수가 끊겨 어려움을 겪던 카하롤 지역의 아이들과 주민들은 그의 도움 덕분에 깨끗한 물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정 씨는 지금도 완치를 간절히 바라는 암 수술 회복 단계지만 마음은 단 한 순간도 자신에게만 머무르지 않고 있다. 그는 오늘도 웃으며 말한다. “내가 살아있는 이유는 다시 얻은 이 생명을 누군가와 나누기 위함이 아닐까요”.

최우은 기자 helpeu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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