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경대] 퍼스트레이디

지난 11일 후보등록이 마감되고 6월3일 대선을 향한 본선 레이스가 펼쳐지고 있다. 후보 선출과정에서 잡음이 많았으나 대진표가 확정되면서 결승선을 향한 전력 질주가 시작된 것이다. 이번 선거의 관전 포인트 가운데 하나는 배우자의 행보다. 조기 대선이 있게 된 배경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리스크를 꼽는 이들이 적지 않다.직간접적으로 국사에 간여하면서 국정의 동력을 상실하는 원인이 됐다는 것이다.
제나라 환공(桓公)은 춘추오패 중 가장 강성한 군주였다. 그는 노나라 희공 9년(기원전 651년) 송나라 규구(葵丘)에서 제후들을 불러 모아 결의를 다진다. 이른바 규구회맹(葵丘會盟)이라는 것인데, 춘추곡량전에 그 맹약의 다섯 가지가 전한다. 첫째 흐르는 물줄기를 막아서 전용하지 말고(毋雍泉), 둘째 이웃나라가 곡식을 사들이는 것을 막지 말고(), 셋째 적자(嫡子)를 바꾸지 말고(毋易樹子), 넷째 첩으로 아내를 삼지 말고(毋以妾爲妻), 다섯째 부인으로 하여금 나랏일에 참여하게 하지 말 것(毋婦人與國事) 등이다.
트집 잡을 여지가 없어 보이는 말이다. 그러나 환공은 지금껏 제후들이 이 5개 조항을 위반하고 있다며 이 맹약 이후 우호관계로 돌아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말은 바른 것이었지만 그 행간에 권력자의 경고가 서늘하게 느껴진다. 오래 된 이웃 나라 역사의 한토막이 그대로 작금의 정치판을 비춰보는 거울로 삼아도 손색이 없어 보이는데, 배우자의 국정개입 차단을 강조한 점이 유독 눈에 들어온다. 배우자의 일을 항목에 넣어 맹세토록 하고 경계로 삼은 것은 그 폐단이 컸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배우자의 일탈은 그 자체로 문제지만 권력자의 판단과 의사결정을 왜곡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이번 대선에서도 유력주자인 이재명 후보의 부인 김혜경 여사와 김문수 후보의 부인 설난영 여사가 퍼스트레이디 자리를 놓고 또 다른 경쟁을 벌인다. 2010년 각각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 부인으로 만난 적이 있다고 한다. 품격을 해치지 않으면서 이겨야하는 부인들의 리그다. 유권자가 절대 놓쳐서는 안 될 승부다.
김상수 비상임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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