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 살려낸 땅 강원…해월 지킨 도민 역사 알려야”
원주·영월·정선·홍천 등 답사
박맹수 원광대 교수 해설사 동참
원주 송골 해월 최시형 피체지를 방문한 평화통일실천연대 동학기행단(왼쪽 사진). 평화통일실천연대 동학기행단이 홍천 서석 풍암리 동학혁명군 위령탑에서 묵념을 하고 있다.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는가?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는가?”
소설가 한강이 노벨문학상을 수상 연설문에서 던진 질문은 대한민국의 현대사를 관통한다. 국내 최고의 동학 연구자로 꼽히는 박맹수 원광대 명예교수에게도 맞아떨어지는 질문이다. ‘죽은 자’인 동학군은 ‘산 자’인 현재를 지키는 선구자가 아니었을까. 동학혁명을 기점으로 이 땅에서는 새로운 세상을 위한 민중운동이 이어져왔다.
원불교 교무인 그의 동학 공부도 1980년 오월 광주의 아픔으로 시작됐다. 그가 동학 공부를 포기하지 않은 것은 원주 생명운동의 산실인 무위당 장일순 선생과의 만남이 있었기 때문이다. 모두가 전봉준을 연구하고 있을 때, 그는 동학의 가르침을 누구나 알기 쉽게 대중화시켰던 2대 교조 해월 최시형을 연구해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강원의 동학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평화통일실천연대 동학기행단은 최근 ‘동학의 뿌리를 찾아서’라는 주제로 원주, 영월, 정선, 홍천 등 강원도 일대를 방문해 사흘간 동학 유적지를 답사했다. 박 교수도 강원도 동학을 알기 위해 부산, 경주, 대전, 대구 등 전국 각지에서 50여 명이 모였다는 사실에 놀라 이번 일정에 해설사로 동참했다.
이들은 동학의 불씨를 살린 2대 교조 해월 최시형의 여정을 되짚고, 홍천 자작고개 동학혁명 위령탑 등을 방문해 참배하며 강원도 동학의 가치를 되새겼다. 동학이, 해월 선생이 가장 힘들고 고단했던 시대에 초기 동학 지도자들을 지켜낸 땅이 바로 강원도였다.

“강원도 동학 없이, 강원도 동학의 역사를 모르고서는 대한민국에서 동학을 얘기하지 마라.”
박맹수 교수는 원주 구룡사 인근 강원도자연학습원에서 특강을 통해 강원도 동학과의 인연을 소개했다. 결혼한 뒤에는 국어교사였던 아내를 따라 강원도 동학의 비밀 포교지 곳곳을 다녔다. 정선에서는 최시형이 동학의 재건을 시작한 정암사 적조함을 답사했으며 원주에서는 최시형의 마지막 은거지였던 송골 등을 찾아다녔다. 1995년에는 춘천문화원의 춘주문화 10호 발간 기념 논문으로 강원도 동학의 비밀 포교지를 발표해 반향을 일으켰다.
박 교수는 “수운과 전봉준의 동학 관련 행적은 4년 남짓이다. 그런데 해월은 38년이고 전국 은거지가 250곳임에도 당시 제대로 된 석사 논문조차 없었다. 잘 되는 것만 따라가려는 학계의 풍토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동학에 있어서 강원도는 축구로 말하자면 미드필더다. 중간에 연결하지 않으면 모든 것이 끊어진다. 영남 동학이 뿌리라면 강원도 동학은 줄기, 호남·충청의 동학은 꽃”이라고 말했다.
동학 공부의 스승이었던 표영삼 선생의 가르침도 경주부터 시작해 동학의 뿌리를 알아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특히 박 교수의 해월 연구를 가장 격려했던 스승은 무위당 장일순 선생이었다. 박 교수는 “대학원 시절 어용교수의 퇴진을 촉구하는 시위를 주도했었다. 당시 무위당 선생의 조언으로 자퇴서를 쓰지 않았다. 아마 그분이 안 계셨으면 나는 정치꾼이 됐을 것”이라고 회고했다.
해월 최시형의 생애에 대해 정성 ‘성(誠)’ 한 글자로 표현하며 생명사상으로서의 동학의 가능성도 설파했다. 모진 압박 속에서도 스승의 가족을 끝까지 지켰던 인물이 바로 해월이었으며 흉년이 들었을 때 “밥 한그릇을 알면 우주의 이치를 안다”는 말을 통해 실생활의 가르침을 전했던 이도 바로 해월이었다.

박 교수는 “동학은 세계적 수준의 생태사상이다. 근대에서 실패한 사상으로 보였지만, 그 근대가 갖고 있던 문제가 기후위기로 터졌다”며 “탈근대에 어떤 문명이 펼쳐질 것인가. 해월의 관점으로 이야기 한다면 벌과 나무 한 그루를 똑같이 하늘님으로 모시는 천지만물 공경의 세상이 이뤄져야 한다. 그런 세상을 만드는 것이 수운과 해월, 전봉준의 궁극적 목표였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동학농민혁명 130주년을 맞아 ‘다시, 동학’ 연재를 통해 강원도 동학사를 소개한 강원도민일보에도 격려의 말을 전했다. 박맹수 교수는 “강원의 동학은 계속해서 알려져야 한다. 강원도는 동학을 살려낸 땅이고, 강원도 민중은 해월을 지켜낸 사람들이다. 그것이 있어서 충청과 호서의 동학이 꽃피게 되고 남도와 호남의 혁명이 있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김진형 기자 formation@kado.net
#강원도 #최시형 #평화통일실천연대 #동학기행단 #박맹수
Copyright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김진태 지사, 강원FC 춘천시장 출입제한에 “구단주로서 대신 사과”
- [속보] 한덕수, 김문수 선대위원장직 고사…사실상 선대위 불참
- [속보] 윤석열 첫 법원 공개출석…포토라인 패스·묵묵부답 법정행
- [속보] 의대생 8305명 유급 확정…46명은 제적 처리
- 꿈 속 노인 지시 따라 산에 갔더니 '산삼 11뿌리' 횡재… "심 봤다"
- 18년 만에 돌아온 '2m 구렁이'… 영월 금강공원 소나무서 발견
- 미시령도로 손실보전 갈등 장기화, 도 재정 시한폭탄 되나
- 105세 김형석 교수가 말하는 '대통령이 실패하는 이유'
- 로또 1등 춘천·강릉 등 전국 20명 당첨… 각 13억8655만원씩
- ‘이혼숙려캠프’ 출연했던 전 강원FC 선수 강지용 사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