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개혁의 허상과 검찰의 길 [한국의 창(窓)]
정치구호로 전락한 뒤 실패한 검찰 개혁
국민적 공감대와 정교한 숙의과정 필요
형사부 중심, 민생 집중하는 노력도 절실

2025년 현재, 검찰 개혁은 실패했다. 그러나 그 실패의 원인은 '검찰 권력의 저항'이나 '정치권력과의 결탁'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검찰 개혁을 외쳤던 정치권 스스로가 그것을 실질적 제도개혁이 아닌 정치적 레토릭으로 소모해 버린 데서 비롯된 자승자박이었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검찰 개혁은 수사권 조정, 공수처 설치 등 눈에 띄는 외형을 가졌지만, 정권 유지를 위한 정치적 도구로 활용한 측면이 컸고, 그 추진 방식도 숙의보다는 일방통행에 가까웠다. 검찰의 현재 모습과 사뭇 다른 수십 년 전 사건까지 캐비닛에서 들춰내 '재탕, 삼탕, 사골 우리기'라는 인상도 남겼다. '검수완박 시 부패완판'을 염려한다던 윤석열 정부에서는 검찰 개혁이라는 말조차 사라졌다. 검찰은 권력과 한 몸처럼 보였고, 반대 세력에는 무자비한 탄압의 도구처럼 보였다.
개혁에 대한 검찰의 반발과 기득권 수호가 검찰 개혁 실패의 '원인'이라고 말하지만, 이는 20년 동안 검찰 개혁을 추진하였으나 실패한 정치권 스스로의 무능과 책임을 검찰에 전가하려는 레토릭에 불과하다. 냉정히 말해 검찰 개혁의 실패는 바로 그 개혁을 외친 권력자들의 '구호 정치'에서 발아되었다.
검찰 개혁은 형사사법시스템의 재편이라는 고도의 정치공학을 필요로 하는 작업이며, 국민적 공감대, 정교한 입법 전략, 신중한 제도 설계가 필수였다. 그러나 실제로 벌어진 일은 '검찰 개혁'이라는 구호를 앞세운 진영 대결, 입맛에 맞는 검찰을 만들기 위한 편향된 인사와 제도 왜곡이었다.
진정한 검찰 개혁은 선거 때마다 정치구호로 반짝 시작할 것이 아니라 오래도록 차분하게 법치주의의 원칙과 국민적 합의 속에서 심도 있는 논의와 철저한 시뮬레이션을 거쳐 이뤄져야 한다. 정치권은 선거라는 장이 설 때마다 '검찰 개혁'을 거론하기 전에, 그들이 수십 년간 외쳐왔던 검찰 개혁이 과연 정치적 이익이 아닌 국민의 이익을 위해 성실하게 준비된 것이었는지 성찰해야 한다.
그렇다면 검찰의 잘못은 무엇이고 자체적인 해결책은 없는가. 최근 몇 년간 검찰은 정치적 사건에 깊숙이 개입하면서 본래 기능인 형사사법기관으로서의 신뢰를 잃고, 조직 전체가 심각한 내상을 입었다. 대다수 형사부 검사들은 수사인력 대다수를 정치사건 수사팀에 빼앗기고, 반복되는 정치적 논란 속에서 소외감을 느끼며, 직무에 대한 회의와 미래에 대한 불안 등으로 집단 우울증에 빠져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검찰 스스로 특별수사를 중단하고, 민생과 직접 관련된 형사부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정치적 사건은 공수처나 경찰 등 다른 기관이 담당하도록 하고, 일반 형사사건의 엄정한 수사와 공소 유지에 집중해야 한다. 이를 위해 특수수사 인력을 형사부로 재배치하고, 딱 1년 만이라도 민생 중심 수사에 조직 역량을 집중하면 어떨까.
동시에 유령법인 해산, 친권상실 청구, 비상상고 등 상법·민법·형사소송법상 검사의 공익적 책무를 적극 수행함으로써 준사법기관으로서의 본래 역할도 되살리고, 좌천성 인사의 집합소로 전락한 법무연수원의 기능도 재정비하여 형사사법제도에 관한 올바른 연구와 조직 역량 개발에 힘을 써 보자.
이상은 최근 만난 평검사들의 절절한 토로를 정리한 것이다. 대선정국에 임하는 정치인들이 정치권 눈치나 보는 소수의 검사가 아닌 묵묵히 일하는 다수 검사들의 얘기를 듣고 충분한 숙의 과정을 거쳐 국민을 위한 올바른 검찰 제도를 설계해 주길 바란다.

김후곤 변호사·전 서울고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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