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받지 못하는 ‘미등록자’] 해마다 300억 이상 임금체불…미등록은 신고도 못해
경기지역 1인당 300만원 이상
신고땐 심사 절차 중 체포 위험
“인권 보호할 별도의 장치 필요”

경기지역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임금체불액이 해마다 최소 300억원 이상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상 잡히지 않는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임금체불까지 더하면 규모는 더욱 커진다. 그러나 미등록 신분인 이주노동자들은 신고조차 하지 못하는 처지다.
▲이주노동자 평균 임금체불 연간 300만원 이상
13일 인천일보가 박정(민주당·파주을) 국회의원실을 통해 고용노동부에서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 동안 중부지방고용노동청 관할지역에서 발생한 이주노동자 임금체불은 해마다 450억원 이상 발생했다. 중부청은 경기도 전체와 인천시·강원도의 일부 지역을 맡고 있다.
이런 특성상 이주노동자 임금체불 중 80% 정도가 경기도에서 발생했다는 게 노동부 관계자 설명이다. 이를 토대로 단순 계산했을 때 경기지역 이주노동자들은 매년 360억원의 임금체불을 겪었다. 연도별로 보면 2023년 416억원(중부청 기준 520억여원), 2024년 360억원(중부청 기준 450억여원) 정도다. 2025년엔 2월까지 불과 두 달 동안 84억원(중부청 기준 105억여원)의 체불액이 발생했다. 임금체불을 겪은 이주노동자 수를 보면 경기지역에서 2023년 9700여명, 2024년 7700여명, 2025년 2월 기준 1700여명으로 추정됐다. 경기지역 이주노동자 1인당 평균 임금체불액은 2023년 341만원, 2024년 369만원, 2025년 396만원 정도다.

구체적으로 중부청 산하 수원·용인·화성시를 담당하는 경기지청을 보면 이주노동자에게서 2023년 828건의 임금체불 진정이 들어왔다. 체불액으로 따지면 73억8200만원이다. 2024년엔 706건 들어와 65억3200만원, 2025년엔 4월까지 605건 들어와 40억8500만원의 체불액이 각각 있었다.
▲신고도 못 하는 미등록 이주노동자…악순환 반복
통계상으로 잡히지 않은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경우를 더하면 임금체불 피해자, 금액 등 규모는 더욱 커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미등록 이주노동자는 전국적으로 40만명 안팎에 달한다. 법무부에 따르면 미등록 이주노동자는 2022년 41만1270명, 2023년 42만3675명, 2024년 39만7522명으로 집계됐다. 이들은 취업 비자상 사업장 변경 횟수가 적고 체류 기간이 넘어가 다시 입국할 때 밟아야 하는 복잡한 절차 등의 요인 탓에 미등록 신분이 됐다.
다만 이들은 임금체불을 겪더라도 미등록인 탓에 노동부에 권리구제 진정을 내지 않고 포기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만약 이들이 노동부에 진정을 낸다면 출입국관리법상 공무원이 즉시 신고하도록 돼있어서 언제든지 붙잡힐 수 있다. 지난달 가족 생계 위협에 내몰려 어쩔 수 없이 수원시에 있는 노동청을 찾았던 비타빗 솔로몬(39)씨가 이례적인 경우다.
마리아(37·가명)씨처럼 대리인을 통해 신고하더라도, 사업주와의 대질 심사 등 절차 중 체포될 위험이 있어 포기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사업주들은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대상으로 쉽게 임금체불을 저지르고 미등록 이주노동자는 권리구제 신청 대신 사업장을 변경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김이찬 지구인의정류장 대표는 "헌법상 보편적으로 누릴 수 있는 기본적인 권리가 이주노동자, 특히 미등록 이주노동자에겐 적용되지 않는 게 현실"이라며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단속과 처벌이 아닌, 인권을 확실하게 보호할 수 있도록 별도의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인규·김혜진·고륜형·추정현 기자 choiinkou@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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