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면 어떻고, 김대중이면 어떻냐"… 이재명, TK서 '통합·실용' 외쳤다
정규재 발언 언급하며 "영남·대구는 다른 선택 안 해"
"이재명도 한번 써보라... 일하는 건 자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3일 '보수의 심장' 대구·경북(TK)을 찾아 '통합'과 '실용'을 강조했다. 특히 "박정희 정책이면 어떻고, 김대중 정책이면 어떻냐"면서 탈진영·탈이념을 앞세웠다. TK 지역을 장기 집권한 현역 국민의힘 정치인들에 대한 불만 정서를 자극하면서 자신에 대한 '실용적 선택'도 당부했다.
박정희 고향 찾아 "朴, 산업화 이끈 공도 있다"
이 후보는 이날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 경북 구미에서 공식 선거 운동 이틀 차 유세를 시작했다. 이 후보는 구미에서 박 전 대통령에 대해 "독재하고 군인과 사법기관을 동원해 사법살인하고 고문하고 장기집권하고 민주주의를 말살하는 아주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지금도 그건 사실"이라면서도 "한편으로 보면 이 나라의 산업화를 이끌어낸 공도 있는 것 아닙니까"라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의 공과를 함께 짚으면서, 공은 공대로 높게 평가한 것이다.
이 후보가 TK 중에서도 인구가 가장 많지도 않은 구미부터 먼저 찾고, 박 전 대통령을 우선 언급한 것은 다분히 의도적이다. △통합과 △실용을 강조하기 위한 노림수로 풀이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가 짙은 전통 보수 민심에 손짓하는 한편, 박 전 대통령만큼 성과를 만들 수 있는 후보로 본인을 내세운 것이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달 대선 후보로 확정되고 나서 첫 일정으로 박정희·이승만·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과 박태준 전 포스코 명예회장의 묘역을 차례로 참배했다.
심지어 이 후보는 "박정희 정책이면 어떻고 김대중 정책이면 어떻냐. 박 전 대통령이 한 여러 일 중에 훌륭한 것은 베끼기로 했다"면서 진영을 넘나들며 통합하는 모습을 보였다. 박 전 대통령이 과거 경부선고속도로 등 교통망을 건설해 국가 경제 성장을 견인했던 것을 모델로 삼아, 자신도 에너지 공급망을 만드는 '에너지 고속도로' 정책에 나서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어서 포스코가 있는 경북 포항을 방문해서도 "박태준의 정책이든 박정희 정책이든 좋은 건 다 쓰고, 김대중·노무현의 말씀이라도 지금 현실에서 부족함이 있으면 바꿔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하는 건 자신 있다"… 실용적 선택 당부
이 후보는 구미에 이어서 대구, 포항, 울산도 차례로 훑었다. 모두 보수세가 강한 지역인 만큼, 주로 국민의힘에 대한 TK의 불만 정서도 자극하면서 '실용적 선택'을 당부하는 데 집중했다. 맹목적인 이념 투표에서 벗어나 능력에 의한 경쟁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이 후보는 대구에서 "맹목적으로 파란색이니까 빨간색이니까 무조건 찍어주면, (국민을) 대상으로 보지 주인으로 보지 않는다"며 "좀 바꿔서 써보라. 신상도 써보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이재명도 한번 써보세요. 제가 일하는 건 자신 있어요"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최근 몇 차례 만나 대화를 나눈 보수 논객 정규재 전 한국경제 주필의 발언도 활용했다. 그는 "정 전 주필이 호남·광주는 정치가 마음에 안 들면 다들 버리고 다른 선택을 하지만, 영남·대구는 그렇지 않다. 그게 결정적 차이라고 했다"며 "호남이 민주당 본거지이긴 하지만, 저는 호남 진짜 두려워한다. 담양선거 보궐선거도 제가 쫓아가서 부탁까지 했는데 졌다"고도 말했다. 그러면서 TK 지역의 현안으로 KTX, SRT 건립 이슈가 있다는 점을 의식해 "경쟁이 치열한 수도권에서는 한 동네에 지하철역이 몇 개씩 있다"며 "이 동네에서 여러분이 뭐 하자 그러면 국회의원 반응은 있나"라고 반문했다.

대구·울산= 우태경 기자 taek0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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