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본능을 사로잡는 세계관·캐릭터·플롯의 원칙

우혜인 기자 2025. 5. 13.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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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쳐도 자꾸 미궁에 빠지는 창작자를 위한 스토리 작법 강의
"결국 모든 이야기는 인간의 결핍에서 시작"
살아남는 스토리는 무엇이 다른가(전혜영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320쪽 / 1만 6200원)

웹소설 연봉 10억 시대, 글로벌 OTT의 영향으로 급격히 성장하는 스토리 산업에 대응하고자 대학을 비롯한 교육기관에서는 상업 작가 양성을 목표로 한 교육 커리큘럼을 발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제도권 대학에서 최초로 웹소설창작전공을 설치한 청강문화산업대 역시 몰려드는 작가 지망생들로 해마다 높은 입학 경쟁률을 보인다. 하지만 작가 지망생들의 부푼 바람과 달리 경쟁자가 포화상태인 콘텐츠 시장에서 실제 돈이 되는 스토리를 쓰는 작가는 일부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뭘 써야 재미있는 스토리, 팔리는 글을 쓸 수 있을까? 전혜정 청강문화산업대 웹소설창작전공 교수가 스토리 창작 강의에서 학생들에게 제일 많이 듣는 질문이 바로 "왜 제 이야기는 재미가 없을까요?"다. 초보 창작자들은 대부분 장르문법과 작법의 공식을 익히면서 엇비슷한 글을 써보는 것으로 시작한다. 정해진 구조를 따라가면서 이야기의 작동 원리를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도움이 되지만, 스토리의 성공 공식에만 천착하면 '비슷한데 재미없는 글'을 계속 쓰는 함정에 빠지기도 쉽다. 고치고 또 고쳐 봐도 스토리가 재미없다고 느끼는 바로 그때, 전 교수는 이 질문을 떠올려보라고 권한다. "인간은 왜 이야기에 빠져드는가?" "인간은 어떤 이야기를 재밌다고 느끼는가?" 이 책은 바로 이러한 질문들에 관해 전 교수가 창작자로서 다양한 경험을 통해 얻은 통찰과 강의실에서 학생들과 나눈 오랜 대화의 결과물이다. 전 교수의 '스토리텔링 작법 강의'는 스토리의 본질을 꿰뚫는 통찰력과 특유의 유머러스함으로 청강대 학생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또한 이 책은 세계관-캐릭터-플롯 설계의 대원칙인 '결핍'을 제시하면서, 동시에 스토리에 극적 재미와 공감을 불러오는 다양한 작법 요령을 남김없이 펼쳐낸다. "주인공을 위한 맞춤형 관문을 창조하라" "결핍한 인물은 기싸움을 벌이고 거짓말을 한다" "세계관은 첫 화에서 약속하고 끝까지 지켜라" "사건은 지뢰처럼 터지지 않고 도미노처럼 연결된다" 등, 다양한 장르의 스토리를 설계하는 과정에서 창작자가 놓치기 쉬운 '꿀팁'들을 쉽고 명료한 언어로 설명하고 있다.

이어 아리스토텔레스의 3막 구조 이론부터 로널드 토비아스의 '인간의 마음을 사로잡는 스무 가지 플롯'에 이르기까지 플롯 이론과 이를 다룬 책은 많다. 하지만 대부분 한국에서 생소한 작가나 고전 영화, 연극을 다루며 오래된 전래동화나 신화의 플롯에 치중하는 등 현대적 서사에 적용하기란 쉽지 않다. 저자는 이 책에서 보편적인 작법 이론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오늘날의 한국 독자들에게 잘 알려진 작품들을 사례로 분석함으로써 '사랑받는 플롯의 6가지 원형'을 도출해낸다. '결핍을 향한 여정' '도플갱어와의 대결' '극적인 성장' '사랑의 덫' '운명적 선택' '질서의 회복 혹은 파괴'가 바로 그것이다. 영화 '헤어질 결심', '매드맥스', '그래비티'부터 만화 '은하철도 999'나 '나루토', 논란의 소설 '롤리타'나 '셜록 홈스'와 같은 정통 추리물 등 시대와 장르를 넘나드는 스토리의 향연 속에서 독자들은 자연스럽게 플롯의 구조와 원리를 이해하게 된다.

살아남는 스토리는 무엇이 다른가는 실용적 작법 이론을 다루고 있지만 동시에 인간이 이야기를 통해 어떻게 현실을 이해하고 버텨왔는지 추적하는 저자의 깊은 통찰력이 돋보이는 교양서의 역할을 충분히 해낸다. 장르물의 독자들이 주인공의 결핍 해소 과정을 보며 대리만족하듯 이야기를 통해 거꾸로 우리가 가진 결핍이 무엇인지 알 수도 있게 된다. 저자는 이처럼 사랑받고 살아남는 이야기의 구조를 분석하고 이해하는 안목을 기르는 일은 재밌는 이야기를 창작하기 위한 훈련이기도 하지만, 우리와 같은 '이야기 인류'를 이해하는 길과 맞닿아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이 책을 통해 언젠가 자신만의 질문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전언도 잊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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