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 만에 인정 받은 ‘안기부, 콜트악기 노조탄압’
진실화해위 진실규명…복직투쟁은 20년째 계속되는 중

1990년 콜트악기 노동조합 간부로 활동하던 중 노조파괴 전문가의 지목으로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 현 국정원)에 연행돼 불법구금 및 가혹행위를 당한 방종운(68) 금속노조 콜트악기 지회장이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로부터 진실규명(피해 확인) 결정을 받았다. 20년째 노조 책임자로 지금도 복직투쟁을 벌이고 있는 방 지회장은 “노조가 회사를 탄압한 게 아니라 회사가 노조를 탄압한 것이라는 사실이 다시 한 번 증명됐다”고 말했다.
진실화해위는 13일 오후 열린 제109차 전체위원회에서 방 지회장이 신청한 ‘안기부의 불법구금 등 인권침해 사건’에 대해 중대한 인권침해로 판단하고 국가에 공식 사과와 피해 및 명예회복을 위한 적절한 조처를 하라고 권고했다.
방 지회장은 1987년 전자기타 수출 한미합작회사인 콜트악기에 입사해 1988년부터 노동조합 교육선전부장으로 활동했다. 그는 입사 3년 만인 1990년 12월13일 같은 노조 간부의 자택에서 안기부 직원에 의해 연행돼 구금됐다. 방 지회장은 안기부로부터 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사노맹) 연계 여부에 대해 신문 받고 콜트악기 퇴사와 노조 간부 활동 중지 등을 강요받았고 합법적인 노동운동을 하겠다는 각서를 작성한 뒤 석방됐다.
진실화해위 조사 결과, 안기부는 구속영장 발부 등 적법한 절차와 근거 없이 방 지회장을 연행해 약 5일간 불법 구금했고 이 기간 동안 잠 안재우기·구타 등 가혹행위를 했다. 진실화해위는 안기부가 헌법이 보장하는 신체의 자유와 노동권 등을 침해했고, 형법 제124조 불법체포, 불법감금죄를 저질렀다고 판단했다.

안기부 수사기록 등 관련 자료와 방 지회장 등 당시 콜트악기 노동조합원 및 인천지역 노동운동 활동가들의 진술을 종합하면, 안기부는 노동문제 대책을 위해 콜트악기 등 인천지역 노동조합에 대한 내사를 통해 동향을 수집·파악했다. 특히 방 지회장을 대상으로 사노맹과의 연계성을 밝히기 위한 수사를 진행했다. 당시 안기부는 1989년 11월 사노맹이 결성되어 출범 선언을 하자 이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상태였다. 사노맹은 분단 이후 최초로 한국사회에서 사회주의를 전면에 내걸고 활동해 큰 파장을 일으킨 정치단체로, 박노해 시인과 백태웅 하와이대 로스쿨 교수,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 등이 간부로 활동했다.
당시 수사기록에 따르면, 안기부는 방 지회장이 사노맹 조직원 케이엠에스(KMS·신원 미상, 가명 박운우)등과 10여 차례 회합·통신한 사실이 있고, 이를 정보수사기관에 신고하지 않은 사실에 대해 국가보안법 제8조(회합·통신 등) 및 같은 법 제10조(불고지) 위반의 혐의점이 있다고 보았으나, 사노맹 가입 등 조직과 관련 사실을 일체 부인하고 입증자료가 없는 점, 사안이 경미하고,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그간의 무분별한 노동행위를 깊이 반성하고 있다는 점 등을 사유로 훈방 조치했다.
당시 인천지역에서 노동운동을 했던 한 인사는 진실화해위 참고인 진술에서 “당시 안기부가 덮친 사노맹 중앙위원의 집에서 ‘콜트악기 무쇠나팔’ 노보가 발견됐고, 관련자가 인천지역 공장에 교육선전부장으로 들어갔다는 말에 콜트악기 노무 이사인 제임스리가 방종운을 지목했다고 들었다”고 진술했다. 제임스리(한국 이름 이윤섭)는 1989년 현대중공업 식칼 테러 사건을 주도하는 등 노조파괴 전문가로 악명을 떨친 인물이다. 그는 이후 콜트악기에 노무이사로 입사해 중간 관리자 및 노조 간부를 교육했다고 한다.
방 지회장은 불법구금 당시 받은 가혹행위와 관련해 “당시 눈앞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추며 눈을 감지 못하게 하고, 24시간 동안 잠들지 못하고 깨어있게 하기, 등 뒤에서 머리를 가격하는 고문 등을 당했다”며 “같이 활동한 다른 사람을 끌고 와 저와 그 사람의 말이 다를 경우 죽어서 나간다고 했으며, 나중에는 태운 신문지를 들고 와서 제가 증거인멸한 자료라며 솔직하게 이야기하라고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이어 “제대로 말하지 않으면 군부대 같은 곳에 묻어버리겠다, 냉동차에 넣어서 바다에 빠트리겠다는 등으로 협박했고, 나중에는 아내를 데려와야 제대로 말을 하겠느냐며 압박하였다”며 “심리적 공포·불안 등으로 현재까지도 병원 진료를 받고 있다”고 했다.
방 지회장은 지난 2006년 금속노조 지회장을 맡았으나 그해 정리해고되었고, 장기투쟁 사업장의 특성상 해고된 뒤에도 계속 지회장을 맡아 복직투쟁을 해왔다. 방 지회장은 12일 한겨레에 “대법원 앞 농성 2538일을 비롯해 총 6676일째 복직투쟁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콜트악기는 2008년 국내 공장을 폐업하고 인도네시아에서 공장을 운영해왔다. ‘경영 적자’ 등을 이유로 한 이러한 조치에 대해 콜트악기 노조는 “노동자 해고를 위한 위장폐업”이라고 비판하며 고공농성 등을 지속해왔다.
방 지회장은 2015년 9월3일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에서 김무성 당시 대표가 콜트악기와 몇몇 기업을 예로 들며 “모두 이익을 많이 내던 회사인데 강경노조 때문에 문을 아예 닫아버렸다”고 발언하자 이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며 45일 동안 단식농성을 하다 병원에 실려 가기도 했다. 김 전 대표는 결국 이듬해 8월26일 사과 기자회견을 했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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