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네거티브 공방에 갇힌 대선
6·3 대선을 앞두고 공식 선거운동이 본격화 되고 있다. 하지만 예상했던대로 주요 정당과 후보 간의 네거티브 공방이 본격화되면서 유권자인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의 과거 발언을 모아 '김문수 망언집'을 발표했고, 이에 맞서 국민의힘은 이미 3월에 발간한 '이재명 망언록'을 다시 꺼내며 이재명 민주당 후보의 과거 언행을 집중 비판하고 나선 일이다. 각자의 주장 속에는 상대 후보의 극단적인 발언, 도덕성, 사회 인식의 결함을 꼬집는 내용이 가득하며, 유권자들에게는 마치 '누가 더 나쁜가'를 놓고 벌이는 저급한 경쟁으로 비쳐지고 있다.
알다시피 이러한 네거티브 공방은 모든 선거철마다 되풀이되는 악습이다. 하지만 그 폐해가 결코 적지 않다는데 심각한 문제가 있다. 정작 유권자들이 가장 듣고 싶어 하는 정책과 비전에 대한 논의는 뒷전으로 밀려난다. 당장의 살인적인 물가 상승, 청년 실업, 외교 안보, 고령화, 기후 위기 등 우리 사회가 직면한 문제다. 그럼에도 주요 언론의 지면과 방송, SNS는 온통 누가 어떤 막말을 했는지 그 발언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분석하고 반복 재생하는 데 치중하고 있는 정도다. 이래서는 제대로 된 후보들의 공약을 이해하기 어렵다. 그리고 상대에 대한 비난이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흐를 경우, 정치적 양극화는 더욱 심화된다.
이번 선거에서 양 진영이 각자의 후보에 대해 '망언집'을 제작해 배포하는 방식은 상대 진영 지지자들의 반감을 극대화시키고 합리적인 토론의 여지가 없어진다. 정치인이 보여주는 말과 행동은 유권자들의 정치 문화를 형성하고, 사회 전반의 민주적 토론 수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네거티브로 점철된 정치문화는 결국 사회 전체의 분열과 혐오를 조장하며 장기적으로는 민주주의 자체를 위협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정치에 대한 냉소와 무관심을 낳는다는 결론이다. 심지어 민주주의의 본질인 국민의 주권적 선택이라는 가치를 훼손하고 투표율 하락과 정치 불신으로 이어진다. 게다가 정치 혐오의 주요 원인이 되며 정치는 어차피 다 똑같다는 체념마저 낳는다.
상대의 흠결을 부각시킴으로써 자신의 약점을 가리려는 구태정치는 이제 안 통한다. 다양한 채널을 통해 사실을 검증하고, 후보의 자질을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시대다. 네거티브 전략이 단기적 효과를 줄 수는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정치인의 신뢰와 당의 명분을 해칠 뿐이다. 각 당과 후보들은 지금이라도 방향을 바꿔야 한다. 국민은 진흙탕 싸움이 아니라, 정책과 철학의 진검승부를 원한다. 언론도 보다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할 때다. 정치인의 말꼬리 잡기식 보도에 머무르지 말고 후보들의 공약을 검증하고 비교 분석함으로써 유권자들이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보도의 수준을 넘어 건강한 민주주의를 위한 언론의 책무인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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