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정치 성향 드러낸 연예인들, 이대로 괜찮을까 [리폿-트]

[TV리포트=이지은 기자] 양극화된 한국사회에서 연예인의 정치적 발언은 그 자체로 파장을 낳는다. 발언의 취지보다도 "입장을 드러냈다"는 행위 자체가 논란의 불씨가 된다. 여론은 순식간에 둘로 갈라지고 대중 반응 역시 '응원'과 '보이콧'으로 엇갈린다.
대선 시즌이 다가오면서 연예인의 '정치적 발언'이 또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탄핵 정국 이후 일부 스타들이 정치 사안에 대한 입장을 공개한 이후 예정됐던 공연이 취소되거나 방송 섭외가 끊긴 사실을 공개했기 때문.
그간 윤석열 전 대통령의 퇴진을 공개적으로 촉구해온 가수 이승환과 하림은 공연장 대관 취소와 섭외 취소라는 아픔을 맛봤다.
지난해 12월 구미시는 구미시문화예술회관을 데뷔 35주년 콘서트콘서트용으로 대관한 이승환 측에 '정치적 선동 및 오해 등의 언행을 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서약서를 요청했다. 그러나 이승환이 이를 거절하자 구미시는 "시민들과 관객 안전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예측할 수 없는 물리적 충돌 등 불상사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볼 수 없다"며 콘서트 예정일을 이틀 앞두고 대관을 취소했다.
이에 이승환은 "구미시는 대관 일자가 임박한 시점에 특정 시간까지 '서약서를 작성하라'는 부당한 요구를 했다. 이는 양심의 자유, 예술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반발하며 김장호 구미 시장을 상대로 헌법소원을 제기했으나 헌법재판소는 사전심사 단계에서 각하결정을 내리고 종결했다.

하림은 지난해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 촉구 집회 무대에 올랐다는 이유로 국가기관 주최 행사에서 섭외 취소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13일 하림은 개인 채널에 "계엄의 상처가 아직 완전히 가시지 않은 이 시점에, 며칠 앞으로 다가온 국가기관 주최 행사에서 갑작스럽게 섭외 취소 통보를 받았다. 이유는 작년에 광장에서 노래를 했다는 것. 이후 떠들썩하게 인터뷰로 이어진 상황이 누군가 보기에 불편했던 모양이다. 지은 죄가 많아 노래가 두려운 걸까"라는 글을 남겼다.
이어 "남북 청소년 관련 행사라 낮은 개런티에도 불구하고 함께하기로 하고 이미 포스터까지 나온 일에 이런 식의 결정을 한 것은 또 다른 블랙리스트 같은 오해를 부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위에서는 알고 있을지 모르겠다"며 "미안해하며 난감한 기획자의 상황을 보아, 죄 없는 실무진들을 보아 괜찮다고 했지만, 뒤를 이어 함께 노래한 다른 동료나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이런 일은 옳지 않은 것 같아서 이곳에 남기고 간다"고 허탈한 심경을 털어놨다.
윤석열 전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지지해온 대표적인 보수 성향 연예인 김흥국은 유인촌 문화체육부 장관을 향해 정치적 목소리를 낸 연예인들을 챙겨달라고 요청했다.
김흥국은 지난 3월 12일 채널 '펜앤드마이크TV'에 출연해 "방송에서 우파 연예인들 안 쓴다. 잘린 지 오래됐다. 지상파, 종편 모두 안 쓴다"고 토로했다. 이어 "(유 장관이) 선배님이라 말은 못 하겠지만 연예인 출신 장관이지 않나. 그럼 우파 연예인들이 이렇게 일이 없고 행사도 없고 방송도 없는데, 유 장관님 뭐 하는 겁니까"라고 말했다.
김흥국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탄핵 반대 집회 등 공개석상에서 "윤 대통령이 역대 대통령 중 가장 일을 잘하고 있다", "서부지법 사태는 자유민주주의이며 자기표현" 등의 정치적 발언을 이어가 이목을 모았다.

캐나다 국적 보유자인 가수 JK 김동욱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보수진영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쏟아내 한 누리꾼으로부터 고발당하기도 했다.
그는 개인 채널에 "대통령을 지키는 게 나라를 지키는 길이다! 공수처 who?", "(윤 대통령) 지지율 40% 돌파!", "법치주의 국가에서 법을 어기고 침입한 자들이 무력 사태 없이 순순히 공수처로 향하는 모습을 보며, 국민은 누가 진정한 내란 세력인지 알게 될 것" 등의 글을 여러 차례 올린 바 있다.
이에 한 누리꾼은 외국인 신분으로 윤석열 대통령을 공개 지지한 JK 김동욱을 외국인 정치 활동 금지 위반 혐의로 고발했고, JK 김동욱은 "생애 처음 고발당했다. 언제부터 자유대한민국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나라였는지 궁금하다"며 분노했다.
이처럼 연예인들의 정치적 발언은 누군가에겐 지지의 상징이었고, 또 다른 누군가에겐 불편한 선언이었다. 정치색을 드러낸다는 건, 이제 더 이상 드문 일이 아니다. 문제는 그 발언이 한국 사회의 극심한 양극화 속에서 너무도 쉽게 ‘편 가르기’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연예인의 말 한마디가 곧바로 진영 논리로 이어지고, 그 뒤엔 상업적 피해와 이미지 타격이 따라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이들은 침묵 대신 목소리를 낸다. 대중의 사랑을 먹고 사는 직업이지만, 동시에 사회의 일원으로서 자신의 입장을 감추지 않겠다는 선택이다. 우리는 과연 그 용기를 존중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아니면 이들의 발언이 엔터 업계에 부담을 주는 위험한 선택인 것인가? 오는 6월 3일 제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이 질문이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오른 지금, 우리 사회는 여전히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지은 기자 lje@tvreport.co.kr / 사진= TV리포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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