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보다 낯선 바다…인류는 심해 0.001%만 안다 [오철우의 과학풍경]


오철우 | 한밭대 강사(과학기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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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에서 바라보면 지구는 어떤 모습일까? 지표면의 71%를 덮은 바다와 대기 산란 현상으로 푸른빛을 띠는 지구는 ‘푸른 행성’으로도 불린다. 어느 해양학자는 우리 행성이 땅을 가리키는 ‘지구’보다 물을 가리키는 ‘수구’로 불리는 게 더 어울릴지 모른다고 말한 적도 있다. 바다는 면적이 3억6천만㎢이고 평균 수심이 3600m가 넘어 지구 물의 97% 이상을 차지한다. 바다는 지구 산소의 50~80%를 생산하고 기후를 조절하며 우리에게 식량을 제공하는 안식처이다. 그렇지만 바다에 관한 과학 지식은 육지와 비교해 턱없이 적다. 그래서 “우리는 달과 화성보다 바다를 더 모른다”는 말을 하곤 한다.
바다 중에서도 수심이 200m를 넘어 햇빛이 거의 없는 심해에 관해서는 아는 게 훨씬 더 적다. 인류는 얼마나 많은 심해를 관찰해왔을까?
미국의 심해 탐사 단체인 ‘오션 디스커버리 리그’의 연구진이 최근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해저 탐사 기술 개발이 본격화한 1958년 이래 67년 동안의 심해 탐사 기록 4만3681건을 수집해 분석해보니 인류가 관찰한 심해 지역은 전체의 0.001%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한다. 지구 표면의 66%를 차지하는 심해(3억3570만㎢) 가운데 인류가 관찰한 면적은 모두 합해도 대략 2130~3823㎢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수치를 좀 더 실감할 수 있게, 우리에게 익숙한 육지 면적과 비교해보자. 지구 전체의 육지 면적(1억4894만㎢)에서 0.001%는 1489㎢에 해당하는데, 이는 제주도 면적(1849㎢)보다 작은 크기다. 심해 탐사 0.001%의 의미는, 제주도 크기의 면적을 탐사하고서 지구 육지의 생태계와 환경을 이해했다고 말하는 것과 비슷한 셈이다.
67년간의 통계에서는 탐사의 쏠림 현상도 확인됐다. 심해 탐사의 70% 이상이 미국, 일본, 뉴질랜드의 200해리 이내 수역에서 이뤄졌으며, 이 세 나라에 프랑스, 독일을 더한 5개국이 전체 탐사의 97%를 주도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저자들은 “결과적으로 심해 생태계에 관한 우리 지식의 많은 부분이 이토록 작고 편향된 표본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1970년대 초만 해도 해양학계는 황량한 심해에 생물 밀도가 극히 낮을 것이라고 보았으나, 이후에 심해의 열수 분출구 주변에서 다양한 생물들이 확인되었고 최근에는 햇빛 없는 심해에서도 미생물이 산소를 생산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논문 저자는 언론 인터뷰에서 “우리는 얼마나 많은 심해를 보았을까”라는 궁금증이 생겨 광범위한 자료 조사에 나섰다고 한다. 67년간의 탐사 기록에서 찾은 0.001%라는 수치는 심해에 관한 우리 지식이 너무 적고 파편적임을 말해주는 듯하다.
이 논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심해의 희귀 광물을 채굴하는 사업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후에 나와 더욱 관심을 끌었다. 심해 생태계에 대해 알려진 바가 지극히 적은 상황에서 이뤄지는 심해 채굴이 바다 환경과 지구 기후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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