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삼의 인생 이모작…한 번 더 현역 <70> 국회의원 출신 최철국 목사
- 90년대 美 연수 중 신앙 깊어져
- 하나님 중심의 삶 살겠다 결심
- 고위공직 박차고 나와 정계 입문
- ‘박연차 사건’ 연루돼 깊은 나락
- 성경·기도로 옥중 생활 견뎌내
- 출소 뒤 장로회신학대학원 입학
- 이젠 목사로 국회서 말씀 전파
◇ 최철국의 인생이모작 귀띔
- 큰 안목을 가지고서 현재에 충실하고 긍정적으로 사는 삶의 태도를 가져야 합니다
한국의 정치는 사람을 못살게 군다. 어떻게 이토록 저열할 수 있는지, 삶의 무게는 역대급인데, 막장에 막말에 기이한 코미디와 호러 액션 서스펜스가 쏟아진다. 바야흐로 길고 고통스러운 정치의 시절. 요즘은 왕의 존재를 크게 의식하지 않아야 태평성대라는 옛말의 가치를 정말 실감한다. 이번에는 재선 국회의원으로 젊은 시절을 보냈으나 이젠‘손을 씻고 나와’신록의 목회자로 사는 이를 만났다. 혼탁한 속(俗)의 세월을 뒤로 하고 성(聖)의 세계로 이동한 이의 인생 2막은 어떨까?

-목사님 반갑습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시는지요?
▶며칠 전에 국회 헌정회에서 매달 발간하는 기관지에 인터뷰를 했습니다. 전직 국회의원들의 모임인 헌정기도회에서 3년째 설교를 해오고 있습니다. 얼마 전까지는 대학에서 기독교 강의를 했고 은퇴 후에는 경기도 일산의 대화교회에서 목회 활동을 돕기도 합니다. 또 해외 선교도 하고 있습니다.
-해외 선교는 어떻게 하시는 건가요?
▶태국에 1년에 2회 정도, 한번 가면 한 달씩 체류하면서 선교를 합니다. 요즘은 태국에 골프 여행을 하는 한국의 은퇴자들이 많아서 그들과 함께 주일예배를 드리고 있습니다.

이번에 만난 분은 최철국(72) 목사다. 그는 행정고시 출신의 고위공직자로 지내다 경남 김해에서 재선 국회의원으로 활약한 정치인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이렇게 성직자로 활동하고 있으니 극 반전의 인생2막이다. 그는 한국의 정치문화와 우리네 삶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젊은 시절에 목회자가 된 분들하고는 설교 내용이 다를 것 같습니다.
▶그래요. 좀 다르죠. 국회헌정회 설교의 경우, 참가자들이 모두 전직 국회의원들이기에 지식수준이나 경륜이 남다르죠. 해외 선교에 참여하시는 분들도 중산층 이상의 은퇴자들입니다. 신앙적으로는 물론이고 정치 경제 사회와 문명 전반에 대해 폭넓은 수준의 대화를 주고받게 되기에 설교 준비를 많이 해야 합니다. 설교 방향도 개인 구원보다는 사회 구원을 중심으로 하고 있습니다.
-정치인에서 목사로 변신하셨는데 지금은 인생의 어떤 꿈을 이루고 계신가요?
▶저는 김해에서 출생하여 국회의원이 된 후 목사로 전향했습니다. 국가 발전의 대의를 위해 물불 안 가리던 세월이 있었죠. 그러나 60세가 넘어 신학대학원에 들어갔을 때부터 교회 일치 운동 차원의 에큐메니컬 선교를 꿈꾸어 지금까지 전도 활동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고난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드리고 이 땅에 하나님의 사랑과 기쁨, 평안이 넘치도록 하고 싶습니다.
-공직자와 정치인에서 종교인으로 변신하셨는데, 언제부터 준비하신건가요?
▶개인적으로 저는 선친께서 이름을 빛낼 철(喆), 나라 국(國)으로 짓고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대통령의 권한을 외우도록 하시는 등 정치지도자가 되도록 훈련받았던 사람입니다. 그런 집안 분위기에서 서울대 법대를 진학했고 행정고시를 통해 공무원이 되었죠. 그런데 1994년 공무원으로 재직하던 중 미국에 2년 동안 세계화 전문요원으로 연수를 받으러 갔었는데, 그곳에서 하나님 중심의 삶을 살겠다고 결심했었어요.
-미국에서 어떤 계기가 있었나 봐요?
▶사실 미국으로 가기 전에 신앙생활을 시작했는데 그곳에서 신앙심이 깊어진 것입니다. 워싱턴 중앙장로교회에서 4개의 훈련 과정을 이수했고 3000여 명의 신자들 앞에서 간증까지 하게 되었어요.
신앙이 더 깊어지던 무렵 어느 날 그는 고향 김해를 하나님 보시기에 아름다운 도시로 만들겠다는 의미의 성시화(聖市化) 서약도 했다고 한다. 미국에서의 2년은 대학 시절 불교학생회장까지 했던 그에게 극적 변화가 일어난 기간이었다.
-그리고 귀국하시고는 정계에 입문하신 거죠?
▶귀국해 청와대를 거쳐 경남도청 쪽으로 자원 이동해 일하면서 정치로 나갈 준비를 했었죠. 그러다가 2002년 그러니까 50세의 나이에 조기퇴직을 하고서 김해시장 선거에 나갔죠. 낙방을 했지만 2년 뒤엔 국회의원이 되었죠.
-좋으셨겠네요. 국회의원이 되어 보니 어떻던가요?
▶솔직히 만족스럽지 못했습니다. 막상 되고 보니 활동할 때 당의 논리에 따라야 하는 일이 힘들었어요. 초선의원일 때는 제약도 많았어요. 신앙생활도 못할 만큼 바빴으나 정작 저의 소신을 발휘하기는 어렵더군요. 재선 의원이 되었을 때는 제대로 활약해 보려 했었는데, 설상가상 저는 2010년 12월 이른바 ‘박연차 사건’에 연루되어 국회의원직을 상실했고, 1년 뒤엔 법정 구속까지 되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제가 너무 순수했었어요. 어쨌든 58세 한창의 경륜을 펼쳐야 할 시점에 저의 인생은 깊은 나락에 빠져버렸습니다.
당시 대통령이 된 MB(이명박 전 대통령)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민주당 의원들에 대해 전방위 수사를 하며 옥죄는 압박을 했었는데, 최 의원은 여기에 걸려들었던 것.
-너무나 힘들었겠군요.
▶세속적으로는 꽉 막힌 최악의 상황이었지만, 돌아보면 저에겐 인생이모작의 뿌리를 내리는 시기였습니다. 매일 성경을 읽고 기도하고 찬송하며 하나님과 함께 했기 때문입니다. 280일 후 보석으로 출소할 때까지 기독교 서적을 위주로 240여 권을 읽었고, 옥중일기도 A4용지 1000장 넘게 썼습니다. 아내의 사랑도 힘이 되었죠. 기도를 하다 보니 살면서 알게 모르게 지은 수많은 죄 중에서 저의 작은 죄만을 드러내 벌주심에 오히려 감사한 마음도 생기더군요.
-그러면 목사의 길은 그러한 종교생활의 연장선인가요?
▶2012년 가을에 출소할 때는 스스로 새 사람의 나뭇잎이 돋은 듯했습니다. 저는 신앙공동체를 거쳐 2014년에는 장로회신학대학원에 입학했습니다. 그리고 2019년에는 목사님들의 도움으로 목사 안수까지 받을 수 있었습니다. 참된 사람으로 살라는 하나님의 뜻이 실현된 거죠.
그는 국회의원이 될 때도 교회의 도움을 많이 받았고 역시 신앙심으로 엄혹한 감옥생활을 견딜 수 있었다. 그러니 출소 후 목회자가 된 것 또한 하나님의 은혜를 받은 것이리라. 그러나 정치인으로 키우고자 했던 선친의 염원을 생각해 볼 때 우리네 인생은 참 알 수 없다.
-요즘은 정치인들이 우리에게 너무 많은 고통을 줍니다. 어떻게 보세요?
▶심각한 진통인 것은 맞습니다만 크게 볼 때 최대 위기이기에 최대로 발전하는 기회로 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금 우리는 이렇게 이겨내고 있으니 얼마나 대단합니까? 유권자 수준 이상 가는 정치 수준은 없습니다. 이참에 지도자를 보는 우리들의 안목을 길러야 합니다.
-그러나 거친 시대인지라 살기 힘들다고 하소연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매우 안타깝습니다. 그런데 원래 인생살이는 맘먹은 대로 되질 않아요. 고통에서 자꾸 피하려고만 해서는 안 됩니다, 불교에서도 말하죠. 번뇌 속에서 깨달음이 있고 생사 가운데 해탈이 있다고요. 고통을 통해 성장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합니다. 인생은 기독교 소설의 제목 ‘천로역정’과 같아요. 인생에는 기쁨과 평안만 있을 수는 없어요. 인간으로서 한계가 많기에 받을 수밖에 없는 어려움과 고난을 뒤집어 행복한 여정으로 간주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독자들에게 한 말씀 해주세요.
▶안개처럼 사라질 재물과 권력을 위해 질주하는 삶을 멈추어야 합니다. 그보다는 영육간에 건강한 가운데 조그마할지라도 이웃과 함께하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특히 이모작 시기에서는 불확실한 미래에 모든 것을 걸지 말아야 해요. 현재의 삶에 충실한 자세와 정직함이 중요합니다. 고난이 닥치더라도 그 고난을 자기 성장이나 앞날의 행복을 위한 통로로 간주하는 생각 전환이 필요해요. 큰 안목을 가지고 긍정적으로 사는 태도를 권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칼릴 지브란은 “나는 나날이 거듭납니다”고 했고 그리스 비극 작가 아이스킬로스는 “(나는) 아무리 나이를 먹었다 해도 배울 수 있을 만큼은 충분히 젊다”고 했습니다. 함께 새기고 싶은 명언입니다.

최철국은 경남고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서 고위공직자가 되었고 재선 국회의원까지 된 동량이었다. 그러나 온전치 못한 사회를 변혁하려던 열망은 격랑에 휩쓸렸고 인생은 시커먼 나락으로 떨어졌다. 신의 가혹한 처사였다. 하지만 그때 그를 살린 것은 경건한 신앙이었다. 신앙은 그를 거듭나게 했다. 인간이 본래 얼마나 외롭고 가련한지를 이해하게 했다. 성(聖)의 세계를 알게 했다. 그러니 생각해 보면 그의 인생 자체가 존 번연의 기독 소설 ‘천로역정’의 삶이다. 소설에서 주인공 크리스천은 순례길에서 수많은 위험 환난 유혹 절망을 체험하며 진정한 구도자의 길로 한 걸음씩 더 들어갔다. 작금 우리네 세상은 저마다 분노와 앙갚음을 주고받으며 허송 세월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범인이 상상하지 못할 천로역정을 경험한 최철국 목사, 그는 거칠고 고달픈 이 시대에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이웃으로 여기고 하나님 말씀을 나눈다. 아! 이토록 영광스런 인생2막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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