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배움터’를 아시나요…SKT 유심 대란에 중요성 부각
재난문자 미수신 등 일상 생활 위기
디지털배움터 등 교육 필요성 높아져
정부 예산 줄어…2년 전 대비 60%↓
균특 자율계정 편입 사업 축소 가능성
"지속 관심 및 재정 효율성 높여야"

"혼자서는 절대 몰랐을 거예요. 어플리케이션(APP) 하나로 차례상을 다 준비했다니까요."
광주광역시 시민 박순례(70대·가명) 씨는 광주 '디지털배움터'에서 교육받은 경험을 떠올리며 웃었다. 당시 그는 설 명절을 앞두고 있었다. 이전까진 제수용품을 구입하려면 시장에서 무거운 장바구니를 들고 돌아다녀야 했다. 하지만 배움터에서 '명절 특강'을 받고 일상이 달라졌다. 쿠팡 어플 등으로 물품을 주문할 수 있게 된 것.
박 씨는 "디지털 교육을 받으니 일상에 편안함이 찾아왔다"며 연신 고마움을 표현했다. 디지털배움터가 디지털 취약계층인 고령층의 일상에 변화를 가져다 준 사례다.
최근 '디지털 교육'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SK텔레콤 유심 정보 해킹 사태와 더불어 산불 재난문자 미수신 사례 등은 '디지털 리터러시(문해력)'의 부족이 곧 일상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디지털 사회가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의 경우 더욱 우려가 큰 상황이다.

◇ 디지털 배움터란?
'디지털배움터' 사업은 세대간 디지털 간극을 줄이고자 지난 2020년 시작됐다. 문재인 정부의 '디지털 뉴딜 정책' 일환에서다. 당시 코로나-19로 비대면 사회가 빠르게 확산된 점도 사업의 필요성을 키웠다.
배움터에선 디지털 경제ㆍ사회활동 참여에 필요한 역량 교육을 제공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계획하고,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이 전문기관을 맡는다. 전국 17개 시·도가 주관기관이 되는 구조다. 민간 수행기관은 현장 교육을 맡는다.
전국의 디지털 배움터는 총 36곳이다. 이중 광주엔 2곳, 전남엔 3곳의 상설 배움터가 자리잡았다. 전 연령층 대상 사업이지만 수강생 대부분은 고령층이다. 광주시에 따르면 지난해 수강생의 59.4%는 70대 이상이었다. 60대 이상은 22%다. 수강생 10명 중 8명은 고령층인 셈이다.
수업 내용은 일상에서 마주하는 디지털 기기 활용법이 주를 이룬다. 키오스크 사용법부터 어플 결제, 영상 촬영·편집까지. 최근 사회 전반적으로 쓰이고 있는 생성형 AI 활용법도 배운다. 기존의 컴퓨터나 인터넷 위주에 그친 전통적 교육과 차별화되는 점이다. 복지관, 경로당 등에 찾아가는 파견 교육도 병행된다.
교육은 기초·생활·심화·특별 4단계로 구성된다. 수강생들은 주로 생활 단계까지 수료하는 것을 선호한다. 강의 목적이 대부분 실제 생활에서 기술을 '쓸 수 있게 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서다.

◇ 최근 예산 삭감
고령인구 비율이 높은 지역일수록 디지털 배움터의 중요성은 커지고 있다. 전남과 같은 초고령 지역의 경우, 정보격차 해소를 위한 공공 교육이 더 절실한 상황이다. 지난해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65세 이상 주민등록 인구 비중이 가장 높은 지역은 전남(27.18%)이었다. 최하위인 세종(11.57%)과의 격차가 15.61%포인트에 달한다.
그러나 최근 디지털배움터 사업 예산은 크게 줄었다.
지난해 국정감사 중 이정헌(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과기정통부로부터 받은 '디지털 배움터 연도별 예산 현황' 자료를 공개했다.
자료에 따르면 디지털배움터 국가 예산은 ▲2020년 484억 원 ▲2021년 677억 원 ▲2022년 628억 원 ▲2023년 698억 원 이었다. 다만 지난해 279억 원으로 60% 삭감됐다. 올해 예산도 279억 원으로 사실상 동결됐다. 강사와 보조 강사 수, 교육 프로그램 수도 절반 이하로 크게 줄었다. 지난해 279억 중 광주는 9억, 전남은 23억을 배정받았다.

◇ 자율계정 편입
더구나 내년부터 디지털배움터 사업은 국가 주도 방식에서 벗어나, 시·도 자율계정으로 편입될 전망이다. '자율계정'이란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균특회계) 내 세부 계정 중 하나다. 지자체가 직접 자율적으로 예산을 편성하고 관리하게 되는 개념이다. 국비 80%, 지방비 20% 예산 구조는 유지된다.
이 경우 지자체는 지역의 특성과 필요에 맞춰 직접 유연하게 사업을 구성할 수 있게 되는 장점이 있다. 지자체의 재정 여건에 따라 사업의 규모를 이전보다 키울 수도 있는 것이다.
문제는 자율계정의 경우 지자체별도 한도가 설정된다는 점이다. 자율 계정으로 분류된 사업들 중 국비의 한도 내에서 사업 예산을 지자체가 편성할 수 있는것.
이같은 구조 변화는 지자체의 정책 판단과 재정 상황에 따라 디지털배움터 운영 방식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제기된다. 특히 재정 자립도가 낮은 지역은 사업을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 지난해 6월 기준 광주 재정자립도는 40.7%로, 전국 광역시 중 가장 낮았다. 전남은 24.4%로 전북(23.51%)에 이어 전국에서 2번째로 낮았다. 상대적으로 배움터 사업을 확대하기 어려운 형편인 셈이다. 지역간 디지털 교육 여건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자율계정 내 편입에 반대하는 목소리들이 있었다. 다만 갈수록 열악해지는 정부 재정 여건상 어쩔 수 없었던 것 같다"고 했다.
이에 따라 지자체 및 지역사회가 예산 구조 변화 속에서도 디지털 교육 기회를 지속적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제도적 보완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손종필 나라살림연구소 연구위원은 "전환 사업과 관련해 예산이 당장 줄어들거나 하진 않는다. 일정 기간 보전이 된다"며 "최근 지자체 예산을 살피면 이월율이 높아지고, 집행률은 떨어져 있다. (근본적으로) 재정 운영 효율성을 갖추는게 중요하다"고 했다.
/임지섭 기자 ljs@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