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지인 신상유출범’ 몰이에 속수무책… 1000% 금리 뜯기도 [심층기획-탐욕의 금융]
생활비·학비 급한 청년 타깃
가족·친구 전화번호 주고 쉽게 빌리고
‘온라인 마녀사냥’ 협박에 고금리 감당
불법추심 2024년 2947건… 5년새 400%↑
SNS·포털 사채광고 판치는데
금감원은 피해자 수사의뢰만 하고 끝
방심위에 광고 삭제요청 81% 못 지워
“수사결과까지 확인… 적극 대응해야”

불법사금융 피해자인 23세 남성 김인호(가명)씨를 13일 서울역 인근 한 커피숍에서 만났다. 앳된 얼굴의 김씨는 언제 또 올지 모르는 불법사채업자들의 연락에 불안감을 토로했다.스무 살 때 처음 접한 불법도박에서 시작한 빚이 산더미처럼 불어서 또 다른 빚을 낳았다. 대학생이던 김씨는 아무런 담보 없이 자신과 가족의 개인정보를 담보로 1000만원을 빌렸다. 신용과 담보도 없는 그에게 온라인 도박사이트를 통해 알게 된 사채업자는 주민등록증과 가족관계증명서, 가족들과 친구들의 전화번호만을 받고 3분 만에 큰돈을 입금했다. 1년에 1000%에 달하는 살인적인 이자가 붙었다.
그는 이자를 갚기 위해 다른 데서 사채를 빌렸고, 그러는 새 빚은 2억원을 훌쩍 넘겼다. 결국 자신이 해결할 수 없는 지경이 되자 부모에게 손을 내밀었다. 직장을 다니던 그의 어머니는 아들의 사채를 갚기 위해 퇴직을 선택했다. 퇴직금과 은행대출을 통해 빚을 갚겠다는 생각이었다. 끝이 아니었다. 아들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사채꾼들의 빚 독촉이 이어졌다. 그렇게 최근 넉 달 동안 갚은 빚만 3000만원에 달한다.
이십대에 불과한 김씨는 단순한 불법사금융 피해를 넘어 인격을 말살당한 범죄 피해자다. 최근 사채꾼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김씨의 사진과 신상, 가족들 연락처를 올리고서는 김씨를 개인정보 유출범으로 몰아갔다. 그뿐이 아니다. 김씨가 성폭력범이라는 허위사실까지 올렸다. 김씨와 가족은 주변 지인들의 연락에 고통을 받았다. 가족들이 금융감독원에 연락해 상담을 시도했지만 정작 김씨가 채무와 관련해 아무런 서류조차 갖고 있지 않았다. 사채업자들은 김씨에게 정확한 채권채무확인서나 관련 서류를 준 적 없고, 김씨도 자신의 가족들과 친구들 전화번호, 가족관계등록부만 제출하고 돈을 받았기 때문이다. 특히 사채업자는 어떠한 기록도 남기지 않기 위해 간편송금 서비스를 통해 돈을 지급했고, 이자도 간편송금 서비스만 받았다.
아직 청춘의 여운이 남아 있는 얼굴의 김씨는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 모르겠다”며 “나뿐 아니라 가족들 인생마저 망쳤다는 생각에 살아갈 이유를 모르겠다”고 고개를 떨궜다.

불법사금융으로 인한 피해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해 9월엔 한 30대 여성이 불법사채 압박에 못 이겨 전북 전주에 있는 펜션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불법사채업자들에게 협박당하던 그는, 연이율 2000%에 달하는 살인적 금리에 시달렸다.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결국 죽음으로 내몰렸다.
더불어민주당 양부남 의원실이 금감원으로부터 받은 불법사금융 피해신고센터 사건처리현황에 따르면, 금감원이 접수한 불법채권추심은 2020년 580건에서 지난해 2947건으로 불어났다. 이 기간 미등록 대부업체 이용은 3369건에서 7314건으로, 고금리 사례는 1219건에서 2145건으로, 불법수수료 징수 사례는 202건에서 707건으로 각각 급증했다.

김씨의 사례처럼 불법사금융을 접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바로 불법광고다. 불법도박사이트를 비롯해 포털사이트, 인스타그램 등에선 무담보로 대출을 해 준다거나 단 1분 만에 입금해 준다는 광고를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금감원이나 방송통신심의위원회도 관련 정보를 삭제하기 위해 발 빠르게 나선다곤 하지만 속도가 생명인 관련 심의는 지지부진하기만 하다.
금감원은 지난해 1월부터 방심위와 불법사금융 관련 감시 및 핫라인을 연결해 가동하고 있다. 불법금융정보 심의요청과 심의대상 정보 등록, 심의결과 회신 등의 업무가 공문 송수신 방식에서 대폭 간소화한 것이다. 처리 속도가 기존보다 약 4배 더 빨라질 것이라는 게 당시 금감원 기대였다.

불법사금융 주무부처인 금감원은 관련 수사 현황을 별도로 파악하거나 관리하고 있지 않다. 금감원은 불법사금융 수사의뢰 결과를 묻는 양 의원 질의에 “수사기관의 구체적인 수사결과에 대해서는 수사기관이 금감원에 회신할 의무나 근거가 없어 관련 통계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양 의원은 “주무부처인 금감원은 수사의뢰뿐만 아니라 이에 대한 경찰 및 검찰, 법원의 판단을 토대로 관련 동향을 파악해 향후 불법사금융 관련 제도 및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며 “금감원은 수사의뢰만 하면 끝이라는 인식이 불법사금융에 대해 우리 금감원이 얼마나 안일하게 대처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건호·박미영·김병관 기자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언니 변호사, 동생 의사” 로제·송중기 무서운 ‘집안 내력’ 보니
- “포르쉐 팔고 모닝 탄다… 훨씬 편해”…은혁·신혜선·경수진이 경차 타는 이유
- 똑같이 먹어도 나만 살찌는 건 ‘첫 숟가락’ 탓
- “비겁했던 밥값이 30억 됐다”…유재석·임영웅의 ‘진짜 돈값’
- “시간당 5만원 꽂힌다” 박민영, 암사동 낡은 집 ‘110억’ 만든 독한 안목
- “하루 한 캔이 췌장 망가뜨린다”…성인 10명 중 4명 ‘전당뇨’ 부른 ‘마시는 당’
- “22도면 괜찮겠지?”... 1시간 만에 ‘나노 플라스틱’ 폭탄 된 생수
- “8억 빚 파산한 중학생”…박보검, ‘몸값 수백억’에도 ‘이발 가위’ 쥔 진짜 이유
- “식당서 커피머신 치웠더니 매출 10억”… 4번 망한 고명환의 ‘독한 계산법’
- “왼손 식사·6시 러닝”…1500억원 자산가 전지현의 ‘28년 지독한 강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