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난데없는 한은 `양적완화 논란`… 李총재 발언 너무 경솔했다

2025. 5. 13.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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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연합뉴스 자료사진]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이 난데없는 양적완화 논란의 한 복판에 섰다. 이창용 총재가 지난달 30일 한은과 한국금융학회가 공동 주최한 정책 심포지엄에서 양적완화를 언급한 게 논란을 촉발시켰다. 이 총재는 환영사에서 "우리나라도 선진국처럼 정책금리(기준금리)가 제로(0) 하한 수준에 근접하게 되면 양적완화 정책을 도입할 수 있을지,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등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했다. 경제위기 당시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일부 선진국 중앙은행처럼 정책금리가 제로금리에 도달해 통화정책이 더 이상 효과를 발휘할 수 없게 될 경우를 가정한 고민이 미리부터 필요하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시장은 이 총재의 발언을 한은이 양적완화 도입을 진지하게 고민 중이라고 해석했고, 당일 서울 채권시장에서 국고채 금리는 연중 최저를 경신하는 등 상당한 파장을 낳았다.

양적완화(Quantitative Easing·QE)는 기준금리가 제로 수준에 도달해 더 이상 낮출 수 없는 상황에서 중앙은행이 국채, 회사채 등 금융자산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시중에 유동성을 추가로 공급하는 비정상적 통화정책이다. 이렇게 되면 시중 금리가 하락하고, 경제주체들의 기대 인플레이션을 상승시켜 실질금리가 낮아져 소비와 투자를 부추기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2010년 재정위기를 겪은 유럽중앙은행(ECB) 등은 양적완화를 통해 경제위기에서 겨우 탈출할 수 있었다. 하지만 양적완화는 일종의 비상용 '앰플 주사'와 같은 것으로, 적지 않은 후유증을 낳았다. 시중에 돈이 넘치면서 물가가 불안해지고 부동산 가격 또한 폭등, 서민들의 생계를 위협한 것이다.

한은은 이 총재의 발언이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자 이를 잠재우기 위해 안간힘이다. 13일에도 블로그 게시글에서 "한은이 대차대조표를 급격히 확대해 본원 통화가 대규모로 공급될 경우 (즉 양적완화에 나설 경우) 비기축통화국인 우리나라는 통화가치 하락, 외환시장 변동성 및 자본유출 증대 등에 직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총재도 지난 5일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의 양적완화 언급은 중장기적 통화정책에 관한 고민이었다면서 "왜 갑자기 지금 통화정책과 연결짓는지 모르겠다.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국 경제는 잠재성장률의 추락과 저성장 기조의 고착 등으로 앞으로 저금리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이 총재의 발언은 문맥 그대로 양적완화 준비로 받아들여질 수 밖에 없다. 일각에선 6·3 대선 지지율 1위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천명한 돈풀기 정책과 궤를 같이 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중앙은행 총재의 입은 천금보다도 무거워야 하는 법이다. 시장과 투자자에 미치는 영향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이 총재의 발언은 너무 경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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