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신용의 세종속살이] 대통령 집무실 세종 이전 보다 중요한 것




대선주자 공약 구체성·진정성 어디로 개헌·사회적 합의 도출은 여전히 난제 국무회의 세종 개최 등 가능한 것부터 이전 취지 맞게 국정운영 변화 실천을
행정수도 이전 논의가 시작된 지 반세기가 됐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1976년 여름 어느 날 당시 김재규 건설부 장관을 포함한 3명이 있는 자리에서 "수도를 옮겨야겠다"는 말을 꺼냈다고 한다. 주로 안보상의 이유를 들었는데 천문학적인 건설비용 문제로 유야무야되기에 이른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신행정수도 공약은 잘 알려진대로 선거 전략의 하나였다. "행정수도 이전으로 대선에서 재미 좀 봤다"고 고백할 만큼 충청권 공략에 효과적이었다. 하지만 2004년 헌법재판소의 '수도는 서울'이라는 관습헌법 결정에 따라 무산된다.
6·3 조기대선을 계기로 삼수(三修)에 들어간 행정수도 이전이 결과물을 낳을 수 있을까. 유력 대선주자들이 앞 다퉈 공약화하면서 일단 공론화의 물꼬가 터질지 이목이 쏠린다. 다만, 진정성 보다는 표에 함몰된 구호성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어 어떻게 구체적인 청사진을 보여줄지 지켜봐야 할 상황이다.
대선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지난 12일 대전을 찾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자신을 '충청도 사위'라고 소개했다. 그는 "저의 돌아가신 장인 고향이 충청도인데, 시쳇말로 제가 '충청도의 사위' 아니겠느냐"라고 했다. 그러면서 "남들은 처갓집에 고속도로를 놔 준다는 모양인데 저는 여러분에게 행정수도와 과학기술중심 도시를 선물로 드리겠다"고 했다. 윤석열 정부의 '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논란' 등에 빗대어 행정수도 이전을 약속한 것이다. 그는 세종시를 행정수도로, 대전을 과학수도로 만들겠다는 공약을 거듭 밝혔다.
같은 날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도 대전을 방문해 "충청을 모든 면에서 대한민국의 중심으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제가 당선되면 이미 국회의원들이 결의해 놓은 국회 세종시 이전을 저도 하겠다"라며 "뿐만 아니라 세종시에 집무실을 만들어 세종시에서 일하겠다"고 밝혔다. 김 후보는 또 대전과 세종, 청주, 천안을 연결하는 CTX(충청권 광역급행철도)를 개통하도록 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그러면서 "이렇게 해도 뭐 더 할 게 있겠느냐. 더 원하는 것 있나"라고 반문하며 집무실 등의 세종 이전을 못박았다.
앞서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세종시가 행정복합도시를 넘어 명품 (대통령) 집무실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지난 4월 대전에 위치한 한 연구원을 방문해 간담회를 가진 뒤 인근의 세종시를 가리켜 "단순히 집무실을 설치하는 수준을 넘어서는 아이디어가 나와야 한다"고 말하는 등 출마 선언 이후 대통령실과 국회의 세종 이전을 약속해왔다.
이 후보와 김 후보가 대전에서 '행정수도'를 고리로 충청권에 구애 공세를 펼칠 즈음 세종 정치권은 긴박하게 돌아갔다. 민주당 세종시당 선대위 상임총괄선대위원장인 강준현 국회의원(세종 을)은 출정식에서 "이재명 대선 후보와 상의한 후 다음 주든 곧 행정수도완성특별법안을 발의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헌재 판결 한번 받아보자. 혹시 이 사람들(행정수도 반대하는 사람들)이 헌소를 제기하면 또 받아보면 된다. 안 되면 그 다음에 개헌하면 된다"고 의욕을 보였다.
국민의힘 세종시당도 대선 출정식을 열고 행정수도 세종시 건설을 촉구했다. 이준배 선대위 총괄위원장은 "김문수 후보께서 충청권 선대위 발대식에서 '세종의 국회의사당 완전 이전은 공약이 아니라 국책 사업'이라며 '반드시, 김문수 정권에서는 공약으로 또다시 희망 고문을 하지 않겠다'는 분명한 의지를 천명했다"고 힘을 실었다.
유력 후보들이 약속이나 한듯 이전 공약을 내걸자 오랜 기간 바닥권을 기던 세종 집값은 들썩이고 있다. 세종시 아파트가격 매매지수가 대통령 집무실 세종 설치 공약 같은 호재에 힙입어 모처럼 2주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지난 4월 둘째 주에 올해 들어 매매가격이 처음 오른데 이어 4월 21일 기준 주간 매매가격 조사에서도 상승, 2주 연속 오르면서 상승폭이 전국 최고였다.
경매시장도 강세다. 지지옥션의 4월 경매동향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경매시장에서 세종시 주거시설(아파트·빌라·단독주택)의 낙찰률은 47.7%로 전국 시도 중 1위를 차지했다. 지난달 경매에 나온 세종시 주거시설 중 절반 가까이가 새 주인을 찾은 것으로 전달(27.6%)에 견줘 20.1%포인트 치솟았다.
제비 한 마리 날아왔다고 봄이 온 것은 아니다. 대통령 집무실과 국회의사당 세종 이전이 다시 정치적 이슈로 떠올랐지만 갈 길이 멀다. 유력 후보들이 입을 모아 외치고 있다고는 하나 헌법 개정 없이는 현실적으로 이루기 힘든 사안이다. 더구나 개헌과 관련한 논의는 선거전이 가열되면서 물 밑으로 쏙 들어갔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반대 여론 극복 또한 관건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존의 로드맵에 충실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높이고 있다. 당장 대선 뒤 논란이 불거질 대통령 집무실의 경우 대통령 주재(격주) 국무회의만이라도 세종에서 열어 행정수도 이전 의지를 실천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요란한 약속과는 달리 문재인 전 대통령이나 윤석열 전 대통령은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보다 중요한 건 후보들의 공약을 계기로 '분권' 같은 이전 정신의 취지에 맞춰 국정 운영의 변화나 국회의 달라진 모습을 구현하는 게 아닐까.
육동일 한국지방행정연구원장은 "대선주자들이 행정수도 이전을 언급하면서 '헌법 개정', '사회적 합의'를 전제로 하는데 구체적인 대안과 전략을 제시하는 게 절실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세종시에 수도적 지위를 부여하도록 세종시특별법을 개정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며 전향적 자세 변화를 촉구했다. 특히 "누가 당선되더라도 분권이나 균형 발전 같은 세종시 정신에 맞춰 국정 운영의 변화를 가져오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송신용 세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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