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애의 헤다' 찾을 필요 없어요. 무대 위 나는 그냥 헤다인걸요"

![연극 '헤다 가블러' [사진 LG아트센터]](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5/15/joongangsunday/20250515091211425xhnb.jpg)

13일 만난 이영애는 “몇십년만에 처음 한 공연이라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리고 싶어서 조금씩 갈고 닦으며 무대를 즐기면서 하고 있다”면서 “캐릭터도 더 쌓아가고 깊이도 더 줄려고 하니 나중에 한번 더 봐달라”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헤다를 선택한 결정적 이유라면.
“만약 작년이나 내년에 들어왔다면 못했을 수도 있는데 타이밍이 잘 맞았죠. 대학원 지도교수인 입센 전문가 김미혜 교수가 전부터 연극을 많이 보여주셨는데, 네가 연극을 하게 된다면 헤다가 좋지 않을까란 말씀도 하셨었고, 작년에 전도연씨의 ‘벚꽃동산’을 보면서 무대에 동경이 커졌어요. 50대 나이가 되어 출산과 육아를 겪으면서 폭넓은 감정도 켜켜이 쌓이다 보니 헤다를 표현하기에 좀 성숙해지지 않았을까 싶어요. 사실 LG서 다른 작품을 먼저 제안받았는데, 제가 헤다가 더 좋을 것 같다고 해서 작품이 바뀌었죠. 오로지 헤다 중심으로 그려가는 타이틀롤이잖아요. 무작정 타이틀 얻고 싶은 욕망이 있었나 봐요. 여배우로서 드라마, 영화에서 하지 못했던 걸 무대에서 펼치고 싶었는데 이렇게 행복한 짐이 될줄 몰랐어요.”
-‘행복한 짐’이라니 어떤 면이 행복하고 어떤 면이 짐스럽나요.
“대사 잊어버리는 꿈, 관객이 중간에 나가는 꿈을 꿀 정도예요. 베테랑 연극배우들 사이에서 잘 버틸수 있을까 역량에 대한 걱정도 컸죠. 그 안에서 이겨나가면서 하나하나 깨우치는 게 공부가 되고, 무대 위에서 희열이 느껴지는 게 행복하더라고요.”
“드라마나 영화할 때도 저와 같으면 재미가 없어요. 다른 데서 희열 느끼죠. 120년 전의 제도적 관습을 그린다면 요즘 세상에 안맞는다 생각하고 여자를 떠나 현대사회에 스트레스가 얼마나 많나요. 심리상담하는 분이 보고 헤다같은 환자들이 많이 있더라는 후기를 봤어요. 겉으로는 평범하게 살아가더라도 누구에게나 조금이라도 헤다의 요소 있지 않을까, 그걸 연극적으로 풀어본다는 생각이에요.”

-공감이 안되는 캐릭터인데 ‘이영애 헤다’는 어떤 해석을 했을까요.
“원본 완역본은 120년 전 입센의 생각이라 너무 어렵고 지루했어요. 초연 때도 전혀 이해할수 없는 여자라는 평을 들었다더군요. 저는 너무 세기만 한 게 아니라 말랑말랑한, 예민하긴 하지만 어느 집에나 있을 법한 헤다로 그리고 싶었어요. 그럼에도 여전히 이해할 수 없겠지만 그런 사람도 있지 않나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럴 수 있겠다는 마음이 들도록 장치를 가미했어요. 오브제를 통한 해석을 관객이 설왕설래하는 게 연극의 매력같아요.”
-캐릭터의 강렬함은 부족하다는 느낌인데요.
“헤다는 정답이 없다는 생각이에요. 원작을 봐도 크게 강한 느낌 못받았거든요. 제가 아무 생각없이 웃고 있는 포스터도 있는데, 그런 천진한 헤다 안의 그늘을 표현해 보고 싶었어요.”

“디자이너가 제 의견을 먼저 물어보셔서 헤다는 보라색일 것 같다고 했어요. 레드이기에는 어둡고 너무 어둡기에는 강렬함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누구에게나 거리감이 느껴지는 보라를 택했어요. 보라색을 잘 살리기 위해 직접 염색을 하셨다고 해요.”
-헤다의 여러 감정 중에 깊이 공감됐던 감정선이라면.
“무대 위에선 내가 헤다니까 다 공감하면서 하고 있어요. 지루할 수 있는 드라마라서 연출이 템포를 빨리 가기를 원하시거든요. 브라크 판사 역 지현준씨와 과거와 남편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핑퐁하듯이 빠르게 주고받는 연기가 와닿고 재밌었어요.”
-또 연극을 하실건가요.
“너무 힘들지만 매체보다 서너배 재미가 있어서요. 당장은 여건이 안되겠지만, 이번에 제가 너무 쉽게 연기해 왔다는 걸 배워서 다음엔 더 열심히 해야겠다 생각해요. 이번엔 워낙 극장이 크니까 온전히 배우 하나의 심리로 끌고 가는 것이 관객분들에게 미안하다는 생각도 들거든요. 다음엔 관객과 나와 심리게임을 할 수 있을 정도의 공간에서 하는 것도 밀도 있고 재밌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연극 '헤다 가블러' [사진 LG아트센터]](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5/15/joongangsunday/20250515091213059lsez.jpg)
“나중에 동시에 한다는 걸 전해 듣고 후배로서 고민했지만, 연극계에서 긍정적으로 좋은 시너지가 날꺼라고 얘기해줬어요. 저도 예전 이혜영 선배님의 헤다를 통해 이 작품을 더 가깝게 느꼈으니, 각자의 색깔을 비교하면 재밌을 것 같아요. 저도 마음은 그 무대도 보고 싶지만 지금 제코가 석자네요.(웃음)”
-관객들이 어떤 걸 봤으면 하나요.
“한 여자의 문제가 아니라 요즘 사람들이 본인 안에 있는 헤다스러움에 대한 치유 아닌 치유가 될수 있다면 보람이겠고, 그걸 연극적으로 재해석한 또 다른 의미를 보시는 게 어떨까 싶어요. 저는 무대 위에서는 오로지 헤다라고 생각하니까, ‘이영애의 헤다’만을 찾으려 하시는 건 의미없지 않을까요. 얼마나 잘하나 보자가 아니라 두시간 반동안 연극 안에서, 헤다 속에서 즐거움 찾으셨으면 합니다.”
유주현 기자 yj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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