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구 싱크홀 사고 50일’···도로는 메워졌지만 사고는 “현재진행형”

서울 강동구 대명초등학교 입구 교차로 일대에는 13일 아침 출근시간 때부터 10여명이 땅을 파는 작업에 한창이었다. 교차로 인근에 계측기를 설치하는 일이었다. 공사 관계자들은 “땅거짐 등 사고가 발생했던 곳이라 추가 사고 위험성 등을 모니터링하기 위한 설비”라고 했다. 통상적인 도로 보수공사처럼 보였지만 이 교차로 인근은 50일 전인 지난 3월24일 대형 땅꺼짐(싱크홀) 사고가 발생하며 시민들을 공포에 떨게 한 현장이었다.
이날 찾은 사고 현장은 되메우기와 도로포장을 마쳐 이제 땅꺼짐 자취를 찾아볼 수 없었다. 새로 포장된 도로 위로는 차량이 분주히 오가고 있었다. 인근에서 벌어지던 서울 지하철 9호선 연장공사는 싱크홀 사고 이후 중단됐다.
지난달 20일부터 통행이 재개됐지만 이날까지도 인근 상인과 시민들은 쉽사리 일상을 되찾지 못하고 있었다. 일부 상인들은 “사고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고 입을 모았다. 인근 주유소 사장 이충희씨(64)는 주유소 문을 다시 열지 못하고 있었다. 주유소 안 사무실에서 계측기 설치 작업자들을 바라보던 이씨는 굳은 표정으로 “언제 다시 영업할 수 있을지 몰라 답답하다”고 말했다. 싱크홀 사고로 주유소 지반이 침하되고 유류 저장 탱크에 금이 갔지만 복구 계획은 오리무중이다. 이씨는 “서울시가 가입한 보험으로 복구 비용을 받기로 했지만, 서울시에선 ‘사고책임과 원인이 규명되지 않아 복구 공사가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고 말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까지도 서울시·국토교통부가 구성한 중앙지하사고조사위원회가 사고 원인 등을 조사 중이다. 이에 대해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 관계자는 이날 기자와 통화하면서 “보험금 지급과는 별개로 인근 상점이나 시설 등에 대해 최대한 신속히 우선적으로 복구를 진행하려고 한다”면서도 “(9호선 연장공사 시행사인) 대우건설과 상인·주민 등과 협의가 진행 중이어서 복구 진행 시점을 확답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무슨 일이 생길지 몰라 주유소를 매일 지킨다는 이씨는 이날 기름 배달 문의전화를 받고 “사고 때문에 아직 영업하지 못하고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

사고 현장 앞에서 꽃집을 하는 이숙영씨(69)는 매장 바닥이 갈라지는 피해를 보았다. 이씨의 꽃집 바닥은 사고 전날부터 땅이 갈라졌는데, 2m가량 갈라진 틈 세 군데가 지금도 그대로였다. 이씨는 바닥 균열을 보여주며 “대우건설 측이 갈라진 틈에 모래만 대충 뿌려놓고 갔는데, 물만 뿌리면 (틈 안으로) 그대로 흘러 들어간다”고 했다. 이씨는 “어디 건의할 데도 없는데, 아직 사고 원인을 파악 중이라고만 하니 우리도 참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고 이후 충격으로 두통과 어지럼증을 느껴 일도 못 한다”며 “(사고는) 현재진행형”이라고 덧붙였다.
인근에 사는 시민들도 여전히 불안을 호소했다. 최모씨(70)는 “아들이 사고 1시간 전에 차를 타고 이곳을 지나갔다고 한다”며 “이런 사고가 워낙 잦아 불안하다”고 말했다. 현장 인근 부모님 집을 찾은 이모씨(47)도 “굉장히 불안하고 걱정되는데, 워낙 사고가 잦아 이제는 무뎌지기까지 하는 것 같다”며 “빨리 어떤 조치라도 취해서 해결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고 현장에서 3㎞가량 떨어진 강동역 인근에서도 지난달 14일 깊이 20㎝가량의 땅꺼짐이 발생했다. 서울 마포구와 부산 사상구에서도 지난달 땅꺼짐이 발생하는 등 사고가 잇따랐다. 시민 불안이 커지자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와 정보공개센터 등은 지난달 서울시에 ‘지반침하 안전지도’를 공개하라며 정보공개청구를 신청하기도 했다.
서울시는 ‘공개 불가’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달 28일 설명자료를 통해 “지도는 내부 참고자료로, 법령상 공개가 제한되고 공개시 불필요한 오해와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박창근 관동대학교 토목공학과 교수는 “부정확한 정보만 나오면 시민들은 더 불안할 수밖에 없다”며 “관계기관이 정확하게 정보를 파악하고 이를 시민들에게 투명하게 설명해야 시민 불안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태욱 기자 woo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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