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 바나나 재배지, 2080년께 60% 사라질 수도

전세계 최대 바나나 생산지인 라틴 아메리카와 카리브해에서 기후변화로 2080년께엔 바나나 재배지 60%가 사라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국제구호단체 크리스천에이드는 최근 발표한 ‘바나나 찾기: 기후변화가 세계에서 가장 좋아하는 과일을 위협하는 방법’ 보고서에서 “지난 몇 년 사이 과테말라, 코스타리카, 콜롬비아 등 주요 바나나 재배 국가에 폭염·폭우·가뭄으로 인한 해충 피해가 늘어나 바나나 생산량이 급감하고 농촌 공동체가 황폐화하고 있다”며 이렇게 밝혔다.
전세계 4억명 이상이 하루 칼로리의 15∼27%를 바나나에 의존하며, 이 때문에 바나나는 생산량 측면에서 밀, 쌀, 옥수수에 이어 네 번째로 중요한 식량 작물로 꼽힌다. 그러나 바나나는 기후변화에 민감한 과일이다. 기온이 20도 이하이거나 35도 이상일 경우 성장 속도가 느려지는 특징이 있다. 많은 물을 필요로 하지만, 물 빠짐이 좋은 토양에서 잘 자란다. 특히 폭풍이나 허리케인이 발생할 경우, 잎을 떨어져 광합성을 방해받을 수 있고 곰팡이 감염의 확산으로 재배지 전체의 나무가 한꺼번에 죽는 피해로 이어질 수도 있다. 수출을 위해 ‘캐번디시’ 단일 품종이 집중적으로 재배되는 등 유전적 다양성이 부족한 것도 바나나의 멸종 위기를 부채질하고 있다.


기후 조건이 좋은 라틴아메리카와 카리브해에선 전세계로 수출되는 바나나의 80%를 생산한다. 그런데 해당 지역은 2023년 평균 기온이 1961∼1990년보다 1.39도 더 오르는 등 ‘지구 열탕화’로 인한 허리케인, 홍수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지금 같은 지구 온도상승이 지속할 경우 생산량 감소와 재배 농가 감소 등 악순환으로 2080년께엔 이 지역의 바나나 재배 면적이 60% 줄어들 것이라고 크리스천에이드는 분석했다.
이상기후로 인한 바나나의 멸종은, 바나나를 재배하는 농가에 피해를 줄 뿐 아니라 나라 전체의 국민 기근까지 심화시킬 수 있다. 오사이 오지그호 크리스천에이드 정책·캠페인 책임자는 “기후위기에 아무 책임이 없는 지역 사람들의 삶과 생계가 위협받고 있다”며 “‘오염 유발’ 국가들은 신속히 화석연료 사용을 중단하고, 급변하는 기후에 지역 사회가 적응할 수 있게 기후 대응을 위한 ‘기후재원’ 제공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옥기원 기자 o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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