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다' 이영애 "대사 잊을까 두렵지만, 무대의 묘미 크죠"

황희경 2025. 5. 13.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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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다 가블러'로 32년만 연극 무대…"밤잠 설치고 4㎏ 빠져"
"헤다에 정답은 없어…무겁고 어둡지 않게 표현하려 노력"
연극 '헤다 가블러'의 이영애[LG아트센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무대에 너무 서고 싶은데 두려움이 너무 크죠. 그 대사를 다 소화할 수 있을까, 엔지(NG)를 내면 어떻게 하지. 그런 고민은 지금도 해요. 첫 공연 때는 '대사만 잊어버리지 말자'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배우 입장에선 이 모든 무대를 내가 만들어가는 묘미가 아주 크더라고요. 그 행복감을 위해 도전하는 거죠. 그 희열이 크기 때문에, 도전하고 열심히 공부하면서 배우고 있어요."

배우 이영애가 32년 만에 연극 '헤다 가블러'의 주인공 '헤다'로 무대에 섰다. 1990년 데뷔해 수십편의 드라마와 영화에서 활동한 배우도 무대 연기에 대한 걱정은 어쩔 수 없었다.

'헤다 가블러' 공연이 진행 중인 서울 마곡동 LG아트센터에서 13일 만난 이영애는 "연극 출연을 결정하기까지 한 달 넘게 고민했다"며 "빈 무대에 올라 그 무대를 감당할 수 있을까 서서 느껴보기도 하고, 여러 가지 고민을 하다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외적으로 어떻게 헤다의 이미지를 전달할까 생각하면서 외모 관리에도 신경썼지만 어느 순간 '그런 외적인 것에 들일 시간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 개인 약속도 취소하고 집과 극장만 오가는 생활을 했다고 한다.

"리허설하고 연습 장면을 녹화한 영상이 단체 채팅방에 올라왔어요. 원래 그런 건 보면 안된다는데….(웃음) 그걸 보고 나니 저만 연기가 너무 이상한 거예요. 그날 밤에 잠을 못 자고 아침 일찍 연습실에 나왔죠. 무대 연기에 관해 이론적으로 배우고, 이렇게 저렇게 귀동냥하면서 배우들에게도 가르쳐달라고 하고, 그렇게 서서히 힘을 얻어갔죠. 결과적으로 외모 관리는 못 하게 됐고 체중도 4kg 정도 빠졌어요. 다이어트가 필요할 땐 연극을 해야겠어요.(웃음)"

연극 '헤다 가블러'의 이영애[LG아트센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무대는 32년 만이지만 매체 연기에 익숙한 이영애의 강점을 살린 부분도 있었다. 공연에서는 중간중간 주요 장면에서 카메라를 이용해 무대 뒤편을 스크린 삼아 이영애의 모습을 클로즈업해 실시간 영상으로 보여준다. 영상 연기 연출에선 의견도 적극적으로 냈다.

"연출님이 처음에 카메라를 이용하는 부분을 이야기하시길래 저는 너무 좋다고 했어요. 카메라를 이용한 연출은 무대가 대극장이라 뒷쪽 관객들에게 배우의 모습을 크게 보여줄 수 있죠. 또 카메라 앞에서 인물의 내면 심리를 보여주는 것도 제 강점이라 생각했고요."

의상에도 이영애의 의견이 많이 반영됐다. 극 중 헤다의 의상 중 보라색 치마바지는 그의 아이디어였다.

"디자이너가 물어보길래 보라색, 치마바지 의견을 냈어요. 헤다는 붉은색은 너무 어둡고, 오묘한 보라색이 어울릴 것 같은 애매모호한 여자니까요. 또 바지를 입기엔 너무 겁쟁이고 치마를 입고 집에서만 앉아있기엔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여성이어서 치마바지를 입자고 했죠."

헨리크 입센의 작품을 원작으로 한 이 연극에서 헤다는 사회적 억압과 제약 속에서 자유를 갈망하다 자기 파괴에 이르는 여성이다.

그러나 이영애는 헤다 역할에 대해 "정답이 없다"며 일반적인 해석과는 다소 다른 해석을 내놨다.

연극 '헤다 가블러'역의 이영애[LG아트센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헤다를 굳이 (희곡이 쓰인) 120년 전의 결혼제도를 벗어나려는 여성으로 봐야 할까요? 요즘 사회에서는 마음에 안 들면 이혼하면 되니 그런 부분이 공감하기 힘들죠. 결혼제도 같은 것을 떠나 현대사회의 여러 굴레, 그러니까 남성도, 여성도 느낄 수 있는 제도적이고 관습적인 틀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인물로 폭넓게 해석했어요. 보시는 분들도 폭넓게 해석하면 극을 보는 재미가 더 크지 않을까요."

그는 이어 "'헤다' 안에 금자도, 장금이도, 구경이도 있다는 리뷰를 봤다"며 "이영애가 표현한 건데 어디 가겠느냐. 그걸 무시할 순 없지만 거기에 더해 고뇌, 외로움, 처절함을 조금 더 그려볼까 싶다. 그러면서도 너무 어둡게만 보이고 싶진 않고, 무겁지 않게 가볍게 그려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무대 연기에 대한 스스로의 평가는 어떨까.

"그동안 드라마나 영화 등 매체 연기를 하다 보니 제 감정을 여러분에게 (무대 위에서) 다 전달하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기는 하다"며 "앞으로 (남은 공연 기간) 큰 무대에서 보여줄 수 있는 액팅(연기)이 어떤 게 있을까 매일 고민하고 조금씩 시도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영애는 "힘든데 많이 배웠고 공부도 많이 했다"면서 "다음 작품을 할 때 더 잘하고 열심히 할 수 있다는 자신감 같은 게 생겼다"고 했다.

"그동안은 너무 쉽게 한 게 아닌가 반성하게 됐어요. 힘들지만 연극의 매력에 푹 빠졌죠. 당장 다시 연극을 할 여건은 안 되더라도, 배우로서 새로운 작품을 찾을 것 같아요. 지금은 헤다에 집중해서 끝까지 무사하게 성공적으로 공연을 마무리하고 싶은게 가장 큰 욕망이에요."

연극 '헤다 가블러'의 이영애[LG아트센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zitro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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