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지진 손배소 항소심 1.5조→0원... 포항 지역사회 거센 반발
재판부 “과실 입증 부족…국가 배상·법적책임 없다”
포항 지역사회 “이해할 수 없는 판결…대법원 상고할 것” 반발

포항지진 정부 책임을 인정한 1심 판결이 항소심에서 뒤집히자 지역사회가 강하게 반발하고 시민들은 충격에 휩싸였다.
소송을 주도한 포항지진 범시민대책본부(범대본)는 13일 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판결은 명백한 사법 농단이자 정의를 저버린 결정"이라며 "포기하지 않고 비겁한 정부와 부정한 사법부를 척결하는데 끝까지 투쟁하겠다"며 즉각 상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범대본 소속 한 포항시민은 판결 직후 재판장에서 뛰쳐나와 "50만 포항시민의 고통과 아픔 외면한 재판부를 규탄한다"고 소리치기도 했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입장문을 통해 "정부 스스로 여러 기관을 통해 지열발전사업과 지진의 인과관계를 인정한 상황에서 이번 판결은 상식과 법 감정에서 크게 벗어난 판단이자 지진으로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은 시민들의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제 우리는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상고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포항시의회도 성명을 내고 항소심 재판부가 1심과 다른 판결을 내려 포항시민의 고통을 외면했다고 비판했다. 김일만 포항시의장은 "지열발전과 포항지진의 인과관계를 인정한 국가기관의 조사 결과를 무시하고 피고 측에 유리하게 해석했다"며 "미세한 진동에도 여전히 두려움을 느끼는 포항시민의 고통을 깊이 헤아려 대법원은 공정하고 정의로운 판결을 내려주길 기대한다"고 했다.
앞서 정부조사연구단은 2019년 3월 포항 지진이 지열발전 연구사업 과정에서 물을 주입하는 수리자극으로 촉발된 지진이라는 결과를 발표했다. 감사원 역시 2020년 4월 지열발전 관련기관에 대해 안전관리 방안과 대응조치 부실 등 20건의 위법·부당 행위를 지적하기도 했다.
포항11·15촉발지진범시민대책위원회(범대위)는 성명을 통해 "있을 수 없는 법원 판결에 참담하기 이를 데 없다. 국가의 책임을 회피한 이번 판결은 정의의 이름으로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범대위는 이번 판결에 앞서 지진 이후 7년 넘게 지속된 시민들의 정신적 고통과 파괴된 일상에 대한 정부 책임 인정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은 호소문을 지역 12개 시민단체 공동 명의로 재판부에 제출했다.
범대위 관계자는 "지진 피해자들이 겪는 정신적 충격과 생활상의 불편은 상상 그 이상"이라며 "국가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이번 판결은 포항시민 전체를 충격으로 몰아넣었으며 그 트라우마는 상당한 기간 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웅희 기자 woong@idaegu.com
Copyright © 대구일보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