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애 “헤다에 끌리는 이유? 지루하니까, 자리 깔아야 재밌어”(헤다가블러)[EN:인터뷰②]

박수인 2025. 5. 13.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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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아트센터 제공
LG아트센터 제공

[뉴스엔 박수인 기자]

(인터뷰 ①에 이어)

배우 이영애가 자신이 해석한 '헤다 가블러'에 대해 설명했다.

이영애는 5월 13일 서울 강서구 마곡동 LG아트센터 서울에서 진행된 '헤다 가블러' 인터뷰에서 쉽게 정의내릴 수 없는 복잡한 인물을 표현하기 위한 과정을 털어놨다.

이영애는 "저는 지금도 정답이 없다고 생각한다. 120년 전 결혼제도를 벗어나려는 여자의 마음으로 보지 마시고 각박한 현대사회에서의 직장 스트레스 등 넓은 관점에서 보는 게 더 좋지 않을까 했다. 보시는 분들은 본인마다의 답이 있을 것 같다. 결혼만으로 놓고 보면 작품 캐릭터 해석이 좁아지는 것 같더라. 저는 확대 해석했다. 결혼 제도를 떠나서 현대 사회에서 갇혀 있는 굴레가 있지 않나. 그런 부분으로 생각하면 해석할 여지, 이해할 여지가 많지 않을까 생각했다.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하면 굳이 자살을 해야 했을까였다. 열심히 살아야지. 하지만 작가님의 해석은 억압한 굴레에서 벗어나는 하나의 방법, 탈출구로 표현하신 거니까. 그래서 총소리도 나오지 않고 피도 나오지 않았지 않나 싶다"고 답했다.

이어 "저와 헤다를 비교하기에는 그릇이 너무 작다. 나를 기준으로 하기보다는 전체적인 관습적인 틀 안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폭넓게 생각했다. 그러지 않고서는 헤다가 느끼는 감정을 오롯이 이해하기에는 폭이 좁다. 다만 배우로서는 내가 헤다라 생각하고 헤다 안에서 집중했다. 무대 위에서는 자유를 갈망하고 분출하고 싶고 헤다 안에서만 생각하고 연기했다. 보시는 분들은 헤다 안에서 생각하지 마시고 폭 넓게 생각해주셨으면 극을 보는 재미가 더 있지 않을까 한다"고 당부했다.

상업적으로 선보이는 첫 연극인 만큼 리뷰를 찾아보기도 했다고. 이영애는 "전혀 안 볼 수는 없다. 다 보기는 하는데 특히 연극은 오랜만에 나온 거니까 다 찾아보게 되더라. 다 읽고 '이렇게 하면 안 되나' 생각해보기도 하고. 심리 상담 전문가가 보고 리뷰하신 게 있더라. 그분이 헤다 같은 사람이 많이 있다면서 심리학적으로 풀어서 설명해주시더라. 헤다가 120년 전 입센 안에서만 있는 인물이 아니구나 생각하게 됐다. 편안한 것 같지만 들끓고 있는, 우울증, 조증도 있고 누구나 그 안에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현대에서 얼마든지 보여질 수 있는 인물이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전했다.

이영애만의 '헤다'를 그리면서는 "스스로 어떻다고는 말하기에는 잘 모르겠지만 다 다르게 표현하려고 하고 있다. 브라크 판사에게는 친구처럼 수다떨듯 하고 에일레트에게는 사랑의 모습도 드러나듯이, 테아에게는 악마적인 모습을 보여주려고 하고 있다. 매니저 실장이 30대 초반인데 아무 정보 없이 보고는 너무 재밌다고 진심으로 얘기하더라. 젊은 친구들이 어렵게 생각할 줄 알았는데 재밌게 봤다고 하는 건 제가 원했던 게 잘 녹아있지 않나 싶다. 모든 걸 포괄적으로 한 얘기니까. 열심히 하고 있다는 반증이 아닌가 한다"며 "어떤 분이 제가 연기하는 헤다에 ('친절한 금자씨'의) 금자도 있고 ('대장금'의) 장금이도 있고 ('구경이'의) 구경이도 있다고 하더라. 이영애가 표현한 건데 어디 못 갈 거다. 앞으로 더 그려나가야 할 부분은 고뇌감과 외로움, 처절함을 더 그려볼까 한다. 무겁지 않게 뒤틀린 무게감을 그려보고 싶다. 너무 어둡게만 그려보고 싶지만은 않아서 젊은 사람들이 재밌게 봤으면 한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에일레트를 향한 감정에 대한 물음에는 "저도 처음에는 관계들이 낯설었다. 김미혜 선생님이 입센에 대해 특강을 해주셨다. 알고 보니까 입센이 헤다더라. 입센을 아니까 헤다를 이해할 수 있었다. 입센을 공부해나가면서 하나씩 알기 시작했다. 에일레트는 가스라이팅이 잘 되는 아바타이자 출구, 욕망의 대상으로 봤다. 에일레트를 조종하면서 날아가고 싶은 풍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사랑이지만 욕망의 출구라고나 할까. 그런 생각을 해봤다. 그런 에일레트가 헤다의 뜻대로 되지 않았을 때 한심한 거다. '내가 조종하는 것들은 다 멍청하고 천박해진다'는 대사가 있지 않나. 내 스스로를 조종하지 못하니까 다른 사람으로 조종해서 내 만족감을 느끼고 싶어하는 것처럼, 헤다에게 에일레트는 디오니소스가 아니었을까 한다. 그 만족감을 이루지 못했으니 갈 곳이 없구나, 죽음으로 또 다른 해방의 출구를 찾는 것이 아닐까 했다"고 답했다.

헤다 같은 캐릭터에 끌리는 이유로는 "제가 이런 질문을 받으면 농담 삼아 '지루하니까'라는 헤다의 대사를 한다. 이영애라는 전형적인 이미지에서는 지루하지 않나. 제가 밖에 나가서 언제 그렇게 해보겠나. 자리 깔고 카메라 앞에서 해야 재밌으니까"라고 밝혔다.

극 중 보라색 의상과 치마 바지는 이영애의 아이디어였다고. 그는 "제가 하고 싶다고 했다. 의상 선생님이 어떤 의상을 입고 싶냐고 물어보시길래 보라색 의상과 치마 바지를 입고 싶다고 했다. 빨간색이기에는 어둡고 어둡기에는 붉은 여자라서 오묘한 보라색이 어울릴 것 같다고 생각했다. 치마 바지는 치마일 수도 없고 바지 일 수도 없다고 생각했다. 바지 입기에는 겁쟁이고 치마 입기에는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욕망을 가진 여자이기 때문에 치마 바지를 입었으면 좋겠다고 했다"며 "저도 20대 때는 보라색을 좋아해서 차도 보라색이었다. 왜 그랬을까. 누구나 달라지지 않나. 개인적으로는 요즘에는 파란색을 좋아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영애는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25주년 기념 GV에 참석, 32년 만 연극 복귀, KBS 2TV 드라마 '은수 좋은 날' 촬영 등 의미 있는 올해를 보내고 있다. 이영애는 "요즘에는 OTT도 생기고 촬영 시간의 제약이 있어서 옛날 같지 않게 한 번 촬영하면 1년 방송되고 그러더다. 20대 때 방송 환경과 너무 달라졌다. 저는 거의 생방송으로 촬영했는데 각각의 장단점이 있다. 그래서 빨리 계약해버려야겠다 생각했다. 일이 재밌다보니까 연극도 '은수 좋은 날'도 하게 됐다. 체력이 되는 한 좋은 작품 있으면 많이 하고 싶다"며 "현재는 '헤다 가블러'에 집중하고 잘 쌓아서 무사히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싶다는 게 가장 큰 욕망"이라고 밝혔다.

앞으로의 목표로는 "개인적으로는 다양하게 일하고 싶다. 가장 중심은 배우겠지만 재밌게 살고 싶다.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도 많고 가족 안에서 중심을 잘 잡으면서 다양한 걸 시도해보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한편 '헤다 가블러'는 오는 6월 8일까지 LG아트센터 LG 시그니처홀에서 공연된다.

뉴스엔 박수인 abc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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