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열로 난방비 아꼈는데…美 공립학교 ‘재생에너지 전환’ 좌초 위기
세액 공제로 친환경 시설 구축해 온 공립학교들 ‘날벼락’
“지원 끊기면 화석연료 냉난방 시설 회귀 불가피할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친환경 에너지 정책에 제동을 걸면서 미국 공립학교들이 추진해 온 재생에너지 전환 사업이 위기를 맞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 직후부터 조 바이든 전임 행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폐지 또는 대폭 축소를 예고했으며, 관련 예산도 대폭 삭감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서다.

12일(현지 시각) 워싱턴포스트(WP)는 이러한 정책 변화가 재생에너지 도입을 추진 중이거나 계획 중인 전국의 공립학교에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바이든 전 대통령은 2022년 IRA를 통해 비영리 공립학교에도 세금 환급 방식의 인센티브를 제공, 지열 냉난방 시스템과 태양광 패널 설치 등 재생에너지 기반 인프라 교체를 지원했다. 콜로라도, 켄터키 등 여러 주에서는 이를 통해 연간 수만달러의 난방비를 절감하면서 절약한 예산을 교사 확충이나 교육 환경 개선에 투입했다.
일례로 매사추세츠 뉴베드퍼드의 한 학교는 이번달 신축 초등학교 건물에 지열 냉난방 시스템과 태양광 설비를 도입, 건물 지붕과 주차장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했다. 기존의 화석연료 보일러를 대체함으로써 열간 약 30만달러(약 4억 2435만원)의 난방비를 절감할 수 있어서다. 배리 라비노비치 설비 감독은 “(지열과 태양광 시스템은) 가장 저렴하면서도 환경 친화적인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지열(地熱) 시스템은 지하의 일정한 온도를 활용해 냉난방을 조절하는 기술로, 지하에 열 펌프와 연결된 파이프를 설치해 활용할 수 있다. 파이프 안에서 순환하는 물과 부동액이 온도에 따라 냉각하거나 열을 건물로 이동시켜 온도를 조절한다. 화석 연료를 사용하는 일반 보일러나 에어컨보다 초기 비용은 높지만, 에너지 효율이 높고 유지비가 적은 것이 강점이다.
공립학교들은 IRA를 통해 연방 세금 공제를 받을 수 있었으며, 세액을 직접 공제받을 수 없는 학교들은 직접 지급 방식으로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WP에 따르면 현재 유타, 켄터키, 미주리 등지의 교육구들도 지열 기반 신축 또는 리모델링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IRA 제도의 축소 또는 폐지를 시사하면서 재생에너지 전환 계획은 제동이 걸리고 있다. 보수 진영과 재생에너지 반대론자들은 관련 세액 공제 혜택이 예산 낭비라는 입장이다. 보수 싱크탱크인 헤리티지 재단의 다이애나 퍼고트로스 소장은 “지열 발전이 정말 좋은 사업이라면 보조금 없이도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현장에서는 신규 재생에너지 설비 계획이 대거 보류되거나 취소되고 있다. 동부 메인주 사코 교육청은 4개 학교를 통합한 신축 캠퍼스를 지열 냉난방 기반으로 설계했으나 연방 세액 공제가 폐지될 경우 설계를 전면 수정해야 할 위기에 처했다. 교육청 관계자는 “지열 기술은 학생들의 학습 환경을 고려할 때 충분히 타당한 투자”라면서도 “제도적 불확실성에 현장에는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재정 압박과 정치적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교육구들이 다시 화석연료 기반 냉난방 시스템으로 회귀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일부 지역은 자체적인 대책을 모색 중이지만, 연방 차원의 제도적 뒷받침이 흔들릴 경우 장기적으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미국 녹색건축협의회 산하 녹색학교센터의 아니사 헤밍 소장은 “정부의 지원이 없다면 초기 비용은 저렴하지만 운영 비용이 더 많이 드는 화석 연료 냉난방 시설이 인기를 얻을 수 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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