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차기 정부의 ‘지방균형발전’, 우선 교육·의료부터 품어야

“이곳에 정착한 직원은 거의 없어요. 협의기관들은 다 수도권에 있어 출장이 너무 잦죠. 그만큼 비효율적입니다. 주말부부, 젊은 직원들의 결혼 문제 등 직원 개인사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너무 큽니다.”
10년 전 정부의 혁신도시 추진에 따라 지방으로 이전한 한 공공기관 직원의 하소연이다. 당시 정부의 혁신도시 정책은 공공기관, 공기업을 이전해 지방의 정주인구를 늘려 세수·소비를 유발시키겠다는 단순한 발상에서 시작했다. 허허벌판에 들어선 한국전력(나주), 한국토지주택공사(진주), 한국도로공사(김천) 등의 본사 직원들은 매주 금요일 오후면 서울·수도권으로 달려가기 바쁘다. 이들 도시는 주말이면 텅 빈 ‘유령도시’가 된다.
제21대 대통령 선거에 나설 후보들의 10대 공약이 공개됐다. 이번에도 ‘지방균형발전’은 빠지지 않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세종행정수도와 5극3특 추진으로 국토균형발전’,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GTX(수도권 광역급행철도)로 연결되는 나라’,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지자체, 법인세 자치권 부여로 지방 경쟁력 강화’를 내놨다. 말만 다를 뿐 지방불균형 문제를 해소하겠다는 공약의 목적은 같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 공약은 선거철 정치적 수사로 끝나거나, ‘용두사미(龍頭蛇尾)’식으로 끝날 것이라는 회의적 시각을 거두지 않는다. 사실상 지방균형발전에 성공을 거둔 대통령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무작정 공공기관·공기관을 이전하던 과거의 행태를 반복할 조짐이 보이고 있다.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이 지방균형발전의 중심의 서는 듯한 분위기다. 각 지방 도시들도 발빠르게 움직였다. 전국혁신도시협의회는 2차로 이전하는 공공기관을 기존 혁신도시에 우선 배치해 달라는 건의문을 국토교통부에 전달했다. 전국 49개 인구감소지역 기초자치단체는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의 조속한 추진과 인구 감소 지역 우선 이전’ 건의안을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대선캠프에 냈다. 국토부는 현재 내부적으로 기존 혁신도시를 중심으로 공공기관 이전하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인구축소기에 들어선 지금 ‘지방균형발전’은 과거보다 더 정교하고 전략적이어야 한다. ‘공공기관 이전’이 지방균형발전의 중심에 있어서는 안 된다. 아이들을 교육시키기 좋은 환경과 더불어 늘어난 노인인구를 위해 의료복지가 뒷받침되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어 놓고 직장을 이전해야, 거주지를 이동할 마음이 조금이라도 생길 것이란 얘기다.
최근 들어 교육의 작은 변화에서 희망을 엿볼 수 있다. 지방 소도시에 위치한 전국형 자립형 사립고의 약진을 눈 여겨 볼 필요가 있다. 강원도 횡성, 경상북도 김천, 전라북도 전주 등에 들어선 10개의 자립형사립고는 지난해 입학 경쟁률이 최고 3.7대 1에 달했다. 기숙사형이지만, 양질의 커리큘럼과 성공적인 대입성적을 기록하면서 전국 학군지에서 관심을 갖는 학부모, 학생들이 늘고 있다. 대학들이 정시에서 내신을 확대하고, 지역균형전형을 늘리는 등 대학의 변화도 수도권에 집중된 인구를 분산시킬 매개체가 될 수 있다.
65세 이상 인구가 총 인구의 20%를 넘어선 초고령화 사회가 된 점도 놓쳐선 안 된다. 이들에게 필수적인 것은 양질의 의료다. 인구가 일정 수 이상되는 곳부터 대형 병원을 유치하고, 의사들이 근무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큰 수술은 무조건 서울에서 받는다’는 인식도 깨야 한다.
‘공공기관 이전’을 우선으로 하는 지방균형발전은 이제 실패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대통령실과 국회를 세종시로 이전하는 일도 속도를 내기 보단 주거여건을 먼저 생각해 봐야 한다. 또 다시 비효율의 극치인 ‘유령도시’를 양산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국민들은 이제 정책실패를 ‘시행착오’로 받아줄 마음의 여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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