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_울산, 소설이 되다Ⅴ] 불 사랑 국경 없는 무언가 (6)

다음 날 등원 차량에 미리는 없었다. 미리 엄마는 상처가 완전히 아물 동안 어린이집을 쉬겠다고 말했다. 애들 크다 보면 넘어지고 부딪쳐 멍드는 건 어쩔 수 없죠. 애가 작아 큰애들 사이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일 거라는 걸 생각 못했어요. 동생이 생겼다 해도 미리도 아직 애긴데 억지로 떼놓은 제 탓이죠. 그러는 게 아니었어요. 원장은 어린이집에서 일어난 사고에 대해 정중한 사과와 함께 치료비 전액을 부담하겠다는 말을 미리 부모에게 전했다. 담당 교사인 선혜도 교실의 기물 관리에 소홀한 점과 아이들의 안전에 충분한 주의를 기울이지 못해 일어난 사고였음을 인정했다. 하민이가 밀어 미리가 넘어진 건 맞지만, 미리의 뒤통수가 찢어진 결정적 이유는 오래된 탁자 안쪽에 박혀있던 작은 못 때문이었다. 상판과 다리를 고정하는 못이 아이들이 누르고 흔드는 힘에 뒤틀리며 옆으로 삐져나온 것이었다. 탁자는 새것으로 바로 교체되었다. 헌 탁자를 내가기 전 선혜는 쪼그리고 앉아 상판 아래쪽을 손으로 더듬어 보았다. 까슬한 못의 머리가 만져졌다. 작정하고 넘어지며 뒤통수를 긁히려 해도 쉽지 않은 자리였다. 미리 엄마가 사고의 정황을 의심 없이 받아들인 것만도 다행이었다. CCTV 확인을 요구하거나 하민에게 책임을 물으려 했다면 일은 퍽 곤란하게 되었을 것이다. 손을 거두는데 검지 손톱 안쪽이 욱신거렸다. 열감이 느껴지는 자리가 붉게 부풀어 있었다. 미리가 상처를 꿰매고 나오기를 기다리며 선혜는 양손 손톱의 거스러미를 연신 뜯어냈는데 생살까지 건드린 검지에 염증이 생겨 통증이 심해진 것이었다. 선혜는 검지를 입으로 가져가 물고는 혀끝으로 손톱 안쪽을 어루만졌다.
통원 치료가 끝나고 상처가 완전히 아문 뒤에도 미리는 돌아오지 않았다. 미리가 어린이집을 다닌 기간은 채 두 달이 못 되었고 사물함과 신발장에 붙여 놓은 곰돌이 이름표만이 미리가 남긴 흔적의 전부였다. 원장은 일이 더 불거지지 않아 다행이라고 말하며 아이들에게서 절대 시선을 떼지 말라고 거듭 당부했다. 의기소침한 선혜의 어깨를 두어 번 두드려 주기까지 했다.
잠잠한 며칠이 지나고 민들레반에서 한 아이가 빠져나갔다. 곧 이사할 예정이라고 했다. 원비를 낼 즈음이었으므로 그러려니 했다. 며칠 뒤 또 한 아이가 그만두었다. 유치원에 보내기 전에 좀 쉬게 해주고 싶다는 게 보호자의 이유였다. 그럴 수 있었다. 세 번째로 하민이가 그만두었을 때 선혜는 무언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하원 차량 지도를 나간 선혜는 아파트 앞에서 손주를 기다리던 하민의 할머니에게 무슨 일인지 물어보았다. 손주의 손을 잡은 채 하민의 할머니가 어름어름 뜸을 들였다.
"그게…… 말예요. 다른 애 엄마들이 자꾸 애먼 말을 해요."
"무슨 말을요?"
영문을 모르는 선혜가 되물었다.
"우리 하민이가 미리라는 애 머리통을 그렇게 만든 거라고요. 못으로 애 머리를 긁어서 피를 철철 나게 했다고요. 무서워서 같은 어린이집 보내겠느냐는데. 선생님, 그게 하민이 탓인가요. 박힌 못 때문이고. 따지고 들자면 어린이집 잘못이잖아요. 하민이도 잘한 건 없다며 하민이 엄마아빠가 아무 말 안 하니 사람을 아주 바보로 알고. 입이 써서 더는 말 못 하겠어요."
하민의 할머니는 언짢은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아파트 현관으로 달려 올라가는 하민을 쫓아 돌아서던 하민의 할머니가 계단에 한 발을 걸친 채 선혜를 돌아보았다.
"하민이가 선생님을 참 좋아했어요. 난 민들레반 선생님이 그럴 사람 아니라는 거 알아요. 그런데 말예요, 선생님…… 아닌 말도 돌고 돌면 진짜가 돼요. 그때 가서 아니라고 해봐야 아무 소용 없어요."
닫히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하민이 높이 든 팔을 흔들었다. 옆에 선 하민의 할머니가 복잡한 표정으로 선혜를 보고 있었다. (계속)

# 강이라 소설가
제24회 신라문학대상과 2016년 국제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19년 현진건문학상에 단편 「스노볼」이 추천작으로 선정되었다. 소설집 『볼리비아 우표』, 『웰컴, 문래』, 청소년 장편소설 『탱탱볼:사건은 문방구로 모인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