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조력사망법’ 재심사…죽음 둘러싼 논쟁 재점화
온전한 판단 능력을 갖춘 성인을 대상으로 엄격한 조건에 따라 조력 사망을 허용하는 ‘조력 사망법’의 입법 절차가 프랑스 하원에서 12일(현지시간) 재개됐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적극 추진해온 조력 사망법은 지난해 6월 의회 해산 이후 논의가 중단되었다.
재개되는 의회 심사엔 ‘조력 사망법’ 뿐 아니라 ‘호스피스 돌봄법’도 심사 대상에 함께 오른다. 호스피스 돌봄법은 병원 입원이 필요하진 않지만 집에 더 이상 머물 수 없는 말기 환자를 돌봄 시설에 수용하는 법안이다. 이는 정치권에서 이미 폭넓은 합의를 얻고 있다.
논란이 되는 건 두 번째 조력 사망법이다.
이 법안은 원인이 무엇이든 심각하고 치료 불가능한 질병이 ‘상당한 수준’으로 진행돼 이로 인한 신체적·심리적 고통을 겪을 경우, 환자 본인의 요청에 따라 의사의 도움으로 사망에 이르도록 허용한다. 고등 보건청은 이 ‘상당한 수준’을 “환자의 건강 상태가 악화해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치는 불가역적 과정에 진입하는 것”으로 정의했다. 만 18세 이상 프랑스 시민이라면 이 법을 통해 조력 사망을 선택할 수 있다.
의회 내에선 조력 사망법을 둘러싸고 의견이 분분하다. 극우정당 국민연합(RN)과 우파 공화당은 법안 채택에 강력히 반대할 방침을 밝혔다. 야닉 모네 프랑스 공산당(PCF) 의원은 “자유라는 논리를 이용해 조력사망을 정당화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반면 범여권 모뎀(MoDem)의 올리비에 팔로르니 의원은 “삶보다 아름다운 것은 없지만, 때로는 죽음보다 더 끔찍한 것이 있다”며 ‘최후의 수단’으로서 조력 사망을 돕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에 따르면 좌파 내에서는 조력 사망을 폭넓게 허용하자는 급진파와 제한적으로 허용하자는 온건파가 나뉜다.
지난주 마크롱 대통령은 “이 논쟁은 생명에 대한 찬성과 반대에 대한 논쟁으로 축소될 수 없다”며 “‘덜 악한 것’에 대한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안락사는 크게 소극적 안락사와 적극적 안락사, 조력사 등으로 나뉜다. 프랑스는 2005년 소극적 안락사를 도입했다. 2016년에는 말기 환자에게 의사가 강력한 안정제를 투여해 수면 상태에서 생을 마감할 수 있도록 법을 제정했다. 하지만 환자의 자발적 의사에 따른 적극적 안락사나 조력사는 금지돼 있는 상황이다. 여론조사기관 이포프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프랑스 의사의 74%가 ‘조력 사망’을 허용하는 데 찬성하는 걸로 나타났다.
지난해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 일간 라 크루아, 리베라시옹과의 인터뷰에서 “조력 자살이나 안락사라는 용어는 피하고 싶다”고 밝혔다. 환자의 동의가 필수적인 동시에 정확한 기준과 의료 전문가의 소견이 이 법안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카트린 보트랭 보건 장관은 이날 의회에 “양보할 수 없는 원칙과 넘어서는 안 될 선을 명시한 명확한 틀을 정의할 것”을 요구하며 “가장 심각하고 혼란스러운 문제를 다루고 균형점을 찾는 것이 의회의 영광일 것”이라고 말했다.
두 법안은 다가오는 5월 27일에 각각 투표에 부쳐질 예정이다.
최경윤 기자 ck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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