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담이 서늘, 머리가 쭈뼛···여성의 현실에서 튀어나온 유채색 공포, ‘앙스트’
지난 2일 박민정 작가 ‘호수와 암실’ 출간
여성의 시선에서 본 ‘사회적 공포’ 소재로 다뤄

공포를 소재로 하는 장편 소설 시리즈가 나왔다. 교보문고 출판 브랜드 북다의 ‘Angst(앙스트)’다. 시리즈의 참여 작가는 박민정, 김인숙, 박문영, 손보미 등 모두 여성이다. 장르물로서 공포의 재미에 더해 여성의 시선으로 바라본 ‘사회적 공포’를 다루겠다는 뜻을 담은 필진 구성이다.
북다는 지난 2일 시리즈의 첫 책 박민정 작가의 <호수와 암실>을 출간했다. 어린이 모델 시절 자신을 희롱했던 사람을 죽게 한 연화, 미성년자임에도 사진작가의 강요로 나체와 다름없는 모습으로 화보 촬영을 해야 했던 재이, 성매매 알선 죄로 소년원에 간 로사 등 과거부터 이어지는 어두운 기억으로 인해 현재도 혐오와 공포의 감정을 안고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다.
여성에 대한 미디어 업계의 가학적인 대우를 소재로 한 작품은 현실의 사회 모습과도 맞닿은 면이 있다. 여성의 신체를 상품화하는 디지털 성범죄는 현시대 여성에게 실재하는 사회적 공포다. 박 작가는 지난 9일 통화에서 “단편에서도 (여성에 대한 성범죄 등에 대한) 관심을 담은 이야기를 끊이지 않고 했었다”고 말했다. 2018년 젊은작가상에 선정된 박 작가의 ‘세실, 주희’도 불법 촬영을 소재로 한 작품이었다.
‘Angst’는 독일어로 두려움과 불안을 뜻한다. 시리즈의 이름을 앙스트로 한 것은 공포가 미지의 것에 대한 두려움에서 기반한다고 봤기 때문이다. 박 작가도 공포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했다. 그는 “공포라는 단어를 생각했을 때, 솜털이 쭈뼛 서는 섬찟함이라는 직관적인 공포의 감정과 인간관계나 커리어 등 흔히 현실 공포라고 하는 사회 속에서 느끼는 두려움 두가지를 떠올렸다”며 “두 가지가 작품에서 하나로 합쳐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시리즈를 담당하고 있는 김정은 북다 편집자는 “공포라는 장르가 현대인들의 특징인 무감각하고 폐쇄적인 정서를 환기시킬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장르라고 생각했다. 공포는 일상이 얼마나 부자연스럽고 기이한지 확인시켜주는 역할을 한다”며 “<호수와 암실>은 우리가 얼마나 비정상성의 세계 속에 놓여 있는지를 환기시키는 작품”이라고 했다.
여성이 사회에서 느끼는 불안함을 소재로 한 작품은 과거에도 있었다. 강화길, 손보미, 임솔아, 지혜, 천희란, 최영건, 최진영, 허희정 작가가 참여한 앤솔로지 <사라지는 건 여자들뿐이거든요>(2020)는 2015년 강남역 살인사건과 성착취물 범죄인 ‘n번방 사건’에 이르기까지 여성이 느낀 불안을 다룬 작품을 묶은 소설집이었다.
이번 시리즈도 박민정에 이어 김인숙, 손보미, 박문영, 김혜진, 조예은, 강지영, 전혜진 등 출간이 예정돼 있는 작가는 모두 여성이다. 김 편집자는 “아직까지는 공포에 노출되기 쉬운 대상이 여성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이런 점을 복합적으로 해석해 내는데 여성작가가 더 적합할 것이라고 생각해 여성 작가를 필진으로 구성했다”고 말했다.
그는 “다채로운 ‘유채색의 공포’를 보여준다는 데 시리즈의 목표가 있다”며 “직접적인 공포는 박문영, 조예은 등 장르물을 주로 해온 이들이, 사회적인 공포는 박민정을 포함해 김인숙, 김혜진 등이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 손보미 작가는 <사라진 숲의 아이들>같은 미스터리 공포를 시도해 왔기 때문에 형식적인 공포의 맛을 보여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고희진 기자 go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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