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관 수련 마친 정승환, 더욱 성숙해진 '발라드 세손' [인터뷰]
아이즈 ize 이덕행 기자

"예전에는 이미 그 정도라 불러주신 줄 알았어요. 그런데 아니더라고요."
가수 정승환은 유재하, 이문세, 신승훈, 성시경 등 발라드계의 계보를 잇는 가수다. 발라드의 황제, 발라드의 황태자라는 수식어를 가진 선배들에게 대응하기 위해 정승환에게는 발라드 세손이라는 수식어가 붙곤 했다. 정승환 역시 이 수식어와 발라드라는 장르에 대한 애정을 아낌없이 드러냈다. 동시에 군 생활을 통해 자신을 되돌아보며 발전해야 할 부분이 남아있다고 성숙해진 모습도 보였다.
정승환은 13일 오후 6시 디지털 싱글 '봄에'를 공개한다. '봄에'는 만물이 피어나는것처럼 얼어 있던 감정이 움트기 시작하는 봄의 모습을 닮은 두 가지 사랑 이야기를 담은 싱글이다.
이번 싱글은 OST를 제외하면 정승환이 전역 후 처음으로 공개하는 신곡이다. 신곡 발매를 하루 앞둔 12일, 서울 강남구 안테나 사옥에서 인터뷰에 나선 정승환은 "당차게 돌아왔음을 알리게 됐다. 군 전역 후 첫 공식 복귀라 더 떨린다"는 소감과 함께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타이틀곡 '하루만 더'는 애써보고 다짐해도 결국 다시 상대를 바라보게 되는 애틋한 마음을 그린 곡으로 누구나 한 번쯤은 경험했을 가슴 아픈 사랑의 이야기를 담았다. 정승환은 직접 작사에도 참여했다.
"제 노래 중에 더러 있긴 하지만, 말도 건네지 못할 정도로 눈길조차 주지 않는 상대에게 혼자 애절하고 애틋하게 사랑했다가 포기하는 짝사랑 노래를 해보고 싶었어요. 서동환 작곡가와 작업을 하면서 이런 주제와 어울릴 멜로디일 것 같아 작업을 하게 됐어요."
소속사는 '하루만 더'에 대해 데뷔 초창기 정승환의 정서를 오롯이 느낄 수 있는 스탠다드 발라드곡이라고 설명했다. 정승환의 호소력 있는 목소리는 직접 써낸 진솔한 가사가 만나 감정을 배가시킨다.
"데뷔 때부터 지금까지 가지고 가려고 하는 포인트가 호소력이에요. 그런 호소력을 이번 '하루만 더'에도 담으려고 했어요. 만드는 과정이나 녹음 과정에서 초창기의 모습이 많이 오버랩되고 군복무 이후 돌아왔다는 느낌도 주고 싶어서 더 신경 썼어요."
수록곡 '벚꽃이 내리는 봄길 위에서 우리 다시 만나요'는 설레면서도 아련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미디엄 템포의 발라드 곡이다. 중독성 있는 후렴구 멜로디와 적재적소에 포진된 산뜻한 사운드의 조화가 봄의 정취를 물씬 자아낸다. 봄날의 추억이 묻어 있는 공간에서 재회를 바라는 가사가 곱씹을수록 슬픈 정서를 자아내지만, 정승환의 섬세한 완급 조절로 무겁지 않게 완성됐다.
"제 노래는 겨울에 나오는 노래들이 많아요. 그래서 다른 계절의 음악들이 가려져 있는 느낌을 받았어요. 물론 벚꽃이 진지는 오래됐지만, 이런 음악도 이 계절에 들려드리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수록하게 됐어요."
군 입대 전 발매한 '에필로그' 이후 오랜 만에 신곡을 발매한 정승환은 이번 신곡을 통해 성숙함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에필로그'를 발매할 때가 28살 이었는데 한두달 뒤에 입대했어요. 물론 아직도 청춘이지만, 그때는 20대의 마지막에서 풋풋하고 푸릇푸릇한 느낌을 담아보려고 했어요. 반대로 이번 앨범에서는 성숙한 모습을 담아보려고 했어요. 앨범 커버라든가 비주얼적인 부분에서도 '어른 남자'의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정승환은 2023년 7월 육군 현역병으로 입대해 지난 1월 전역했다. 보컬병으로 복무를 했어도, 가수로서는 제대로 된 활동을 할 수 없는 시기다. 그런 제약 속에서도 정승환은 계속해서 자신을 갈고 닦았다.
"군대에서는 생각할 시간이 많다 보니 나가서 어떻게 헤쳐나갈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어요. 나가서의 행보는 회사 분들과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고, 그 안에서 할 수 있는 건 저를 발전시키는 작업이었어요. 특히 제가 군악대에서 복무를 했는데 주변에 성악을 전공한 친구들이 많았어요. 그래서 제 노래를 발전시키기 위한 폐관수련 같은 시간을 보냈어요."
이른 나이에 연예계에 발을 들인 정승환으로서는 군 복무가 인간 정승환의 모습을 돌아보는 시간이 되기도 했다. 평소에 큰 간극을 느끼지 않았던 정승환도 자연스러운 모습을 마주하며 한층 성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안테나라는 회사에 뮤지션과 자연인으로서의 간극이 없는 분들이 많아서 그런지 가수 생활을 할 때도 괴리를 크게 느끼지는 않았어요. 그래도 저의 정체성 중 하나가 멈춘 상태로 1년 반을 지내다 보니 자연인으로서의 저를 마주하는 시간이 많더라고요. 아침에 일어나기 싫어하고 병장 되고 간부를 피해 다니는 모습을 보면서 저를 괜찮은 사람으로 포장하려는 무의식적인 반응을 내려놓은 것 같아요. 그리고 군대에 가면 다같이 정신연령이 낮아지기도 하잖아요. 아등바등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하게 됐어요. 인정하기 싫은 부분이나 단점을 받아들이고 나니까 편해지고 정말 좋은 공부가 됐어요."
군복무를 통해 자신의 한 챕터를 정리한 정승환은 30대의 시작에서 새로운 챕터를 준비하고 있다.
"제가 사회생활을 일찍 한 편인데, 20대에는 주변의 도움이 많이 필요했어요. 뮤지션으로서도 그렇고 인간적으로도 많이 서툴렀어요. 이제는 그 주변의 도움과 가르침 덕분에 조금은 농익은 것 같아요. 30대에는 스스로의 힘으로 발전하고 제 도움을 필요로하는 곳이 있다면 도움이 되고 싶기도 해요. 예전에는 모든 걸 잘해야 한다는 강박이 강했다면 군생활을 거치면서 여유가 생겼어요"
정승환은 여유가 생기며 욕심이나 고집을 어느 정도 내려놓았다고 말하면서도 보컬리스트로서의 고집은 여전히 포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제는 제 본연의 역할인 노래와 가수의 포지션에 충실하려고 해요. 물론, 저도 제가 모든 노래를 만들어서 부르는 뮤지션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고 아직 포기한 건 아니지만, 그로 인해 노래에 신경을 덜 쓰게 된다면 제 역할에 충실하지 못한 거라고 생각해요. 또 보컬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포기 못 하는 것들이 있더라고요. 이번에도 여유가 생겼으니 녹음도 '어느 정도 하면 넘어가야지'라고 다짐했는데 막상 녹음하니 그게 안되더라고요."

30대에 접어들며 이런저런 고민을 했다는 정승환.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잘하던 것에 집중하는 것이었다.
"이런저런 고민을 하다가 결론적으로 '나다운 것을 갈고 닦고, 보강하고 강화하자'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새로운 변화보다는 농익고 완숙해지는 방향이랄까요. 제가 갑자기 댄스음악을 할 건 아닐 거니까요. 저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식으로 주제의 폭을 넓히고 무게감을 더하다 보면 성숙해지지 않을까 싶어요."
그렇다고 도전을 거부하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요즘 들어 도전에 대해 생각이 달라졌다는 정승환은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기도 했다.
"예전에는 도전에 대해 지레 겁을 먹고 생각조차 안했는데 지금은 '뭔가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20대에는 이미 하고 있는것 조차도 불안정해서 갈고 닦았다면, 30대에는 그 숙제를 계속하면서 생각지 못한 도전도 열어두고 싶어요. 시간이 지났을 때 '해볼 걸'이라는 생각보다는 '해봤더니 안되더라'라고 회상하고 싶거든요. 연예인으로서 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도 이런 데이터가 쌓인다면 나중에 지난 시간을 유쾌하게 돌아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정승환은 인터뷰 내내 '발라드 외길'이라 해도 좋을 정도로 발라드에 대한 뚝심을 드러냈다. 정승환은 발라드의 매력에 대해 "언어가 주는 힘이 강한 장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정승환이 생각하는 자신의 장점도 이와 맞닿아 있었다.
"모든 음악이 그렇겠지만, 발라드는 가사가 중요하고, 메시지와 언어가 주는 힘이 가장 강한 장르라고 생각해요. 제가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제가 추구하는 것도 흔한 말이지만 '말처럼 노래하는 것'이거든요. 그런 저의 의도를 많은 분들이 알아주시는 것 같아서 제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발라드에 대한 애정을 과시한 정승환을 대표하는 수식어 역시 '발라드 세손'이다. 정승환은 '발라드 세손'이라는 수식어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면서도, 그게 걸맞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손이라고 하기에는 나이가 든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아직은 그 타이틀을 갖고 있어도 되지 않을까 싶어요. 세손이라면 결국 왕이 되어야 하는데, 가수 생활을 할수록 선배님들이 얼마나 위대한지를 체감하고 있어요. 발라드 세손이라는 타이틀도 예전에는 이미 그 정도라 불러주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당시에 적합했다기보다는 앞으로 잘하면 그렇게 될 수 있겠다는 의미로 붙여주신 것 같아요. 이제는 그 이름에 걸맞는 사람이 되기 위해 발전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발전해야 한다는 정승환의 생각은 다시 30대의 청사진과 맞닿았다. 좋은 노래를 통해 더 깊이 들어가는 것. 그것이 정승환이 그리는 가장 큰 목표 였다.
"추상적인 이야기지만 좋은 노래를 많이 불러야겠죠. 좋은 노래라는 건 주관적이지만, 정승환이 잘하고 할 수 있는 노래를 통해 단단하고 깊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현실적으로는 히트곡도 더 나와야 하고요. 물론, 그건 제가 결정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 목적이 되지는 않을 것 같아요. 정승환이라는 가수가 더 무르익어가고 음악적, 인간적으로도 무르익었을 때 부끄러움이 덜 하지 않을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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