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곰표 맥주' 파기 논란 대한제분, 창고에 맥주용 보리 들였다

김지훈 기자 2025. 5. 13. 13:58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세븐브로이가 대한제분으로부터 상표권 라이선스를 받아 생산했던 곰표 밀맥주

대한제분이 맥주 원재료인 맥주보리 유통에 관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으로부터 맥주 기술을 탈취했다는 논란에 직면한 가운데 OB맥주용 맥주보리를 계열사 창고에 하역·보관하면서 국내 맥주 공급망에 합류했다. 대한제분은 맥주보리 취급은 단순한 물류 사업의 일환일 뿐이라며 기술 탈취 등도 사실 무근이라는 입장이다.

13일 증권업계와 유통업계에 따르면 대한제분은 자회사인 대한싸이로를 통해 지난해부터 OB맥주에 공급되는 맥주 보리를 인천에 하역· 보관하는 신규 사업을 벌였다. 대한제분이 2023년 3월 수제 맥주제조사 세븐브로이와의 곰표 밀맥주 계약을 종료하고 제주맥주와 새롭게 곰표 밀맥주를 출시한 뒤 진행된 것이다.

이건영 대한제분 회장(지분율 7.01%)이 2020년 곰표 밀맥주 사업을 위해 수제 맥주 제조사 세븐브로이를 직접 방문하고 맥주 원재료 보관 시설에 대해 관심을 표명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대한제분은 지난해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정관 변경을 통해 사업 목적에 주류 제조 및 판매업을 추가했다.

대한제분은 곰표 밀가루 외 80여종 밀가루 제품과 튀김, 부침가루 등 60여종의 프리믹스 제품을 제조하는 중견기업이다. 정관에 맥주를 넣은 것은 대한제분이 곰표 밀맥주 출시 과정에서 맥주와 관련한 다양한 노하우를 흡수해 맥주 사업을 벌이기 위한 밑작업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한편으론 중소기업과 상생이란 가치가 외면됐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됐다.

곰표 밀맥주는 2020년 세븐브로이가 대한제분으로부터 상표권 라이선스를 받아 출시한 국내 대표 콜라보레이션(협업) 상품이다. 그러나 대한제분이 2023년 2월 세븐브로이와 계약을 갱신하지 않고 제주맥주를 새 파트너로 선정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세븐브로이는 일방적인 계약 파기라며 제주맥주가 불과 43일 만에 유사 제품을 출시한 점과 대한제분이 1500톤의 맥주 재고 판매를 제한한 점을 문제 삼고 있다.

공정거래조정원에 제출된 자료에 따르면 세븐브로이는 대한제분의 행위로 인해 약 173억 원의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대한제분은 부분 보상을 제안했으나 입장 차이로 조정은 종결됐다.

대한제분 측은 맥주보리 유통과 관련, "임원들이 기존 비즈니스 외에 다른 분야도 하라고 (지시)해서 한 것 같다"면서도 "OB맥주 측이 기존에 다른 시설을 이용하다가 대한싸이로로 옮겨온 것으로 물류기업인 대한싸이로의 곡물 하역 사업일 뿐"이라고 밝혔다.

단순 보관이라고 해도 맥주보리를 보관함으로서 맥주 공급망에 합류하는 의미가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원료 보관은 공급망에서 특히 품질 관리와 수급 조절에 영향을 미친다. 맥주보리 하역은 국내 대형 맥주사들과 네트워크를 강화시키는 요인도 될 것으로 보인다.

대한제분은 세븐브로이와의 계약 종료 이후 불거진 각종 논란에 대해 "사실 무근"이라고 했다.

김지훈 기자 lhshy@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