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미국우선주의’ 시대…더 뜨거워진 ‘셀렉트 USA 2025’
“한국의 현대자동차, 메르세데스-벤츠, 혼다, 에어버스 등 글로벌 제조업체들이 이미 진출해 있다. 그만큼 인프라가 튼튼하다는 뜻이다. 앨라배마로 오라!”
12일(현지시각) 미국 메릴랜드주 내셔널하버 게이로드 리조트 1층 이벤트 홀은 미국 50개주가 외국인 투자자를 맞이하려고 차린 홍보 부스로 빼곡했다. 11~14일 동안 이 곳에서 열리는 ‘셀렉트 유에스에이 인베스트먼트 서밋’은 미국 상무부가 2015년부터 매년 주최하는 투자박람회다. 올해 행사는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첫 행사인만큼 미국 안팎의 관심이 집중됐다. 호텔 1~3층에 걸쳐 마련된 행사장에는 미국 각지에서 온 정부 관계자들과 해외 기업인들로 발디딜틈 없이 붐볐다. 아랍어, 프랑스어, 독일어, 일본어, 한국어, 중국어, 포르투갈어, 스페인어, 베트남어 등 총 9개 언어로 동시통역이 제공될만큼 다양한 국적의 투자자들이 참가했다.
각 주들은 저마다의 강점을 내세워 투자자들에게 어필했다. 한겨레와 만난 앨라배마주 상무부 사업개발 담당자 닉 셰이버는 “앨라배마의 법인세율은 6.5%로 매우 낮다. 미국 남동부의 핵심 위치에 있어 미국 전역에 접근도 쉽다”며 “이미 많은 한국 기업들이 우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벤트 홀 안쪽에 자리잡은 테네시주는 물류를 핵심 강점으로 내세웠다. 주 정부 인사는 “페덱스의 글로벌 허브가 있어서 익일 배송 가능 지역이 미국 내 최다”라며 “미시시피강, 테네시강의 내륙 수로를 통한 운송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텍사스·캘리포니아·버지니아주 등 미국 50개주와 워싱턴 디시(D.C.)·푸에르토리코 등까지 모두 부스를 차려두고 매력을 홍보했다.
미국 주지사들도 대거 행사장을 찾았다. 2023년 미국 내 신규 투자 프로젝트 수 1위를 기록한 한국을 향한 구애도 두드러졌다. 댄 듄리비 알래스카 주지사는 “알래스카 북부 해안의 대규모 가스 파이프라인 프로젝트는 인도·태평양 지역 아시아 동맹국들에 안정적인 저탄소 연료를 제공할 것”이라며 “지난주 타이·일본·한국에서 온 경제사절단이 알래스카를 찾아와 직접 투자 기회를 논의했다”고 소개했다. 웨스 무어 메릴랜드 주지사는 “인공지능·데이터센터 등 첨단 산업 유치를 위해 최근 일본과 한국을 순방했다”며 “일본의 도요타, 한국의 삼성 등 글로벌 기업과의 파트너십을 확대해 연구소·데이터센터 프로젝트를 공동 추진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글렌 영킨 버지니아 주지사는 “버지니아주는 최근 한국의 유수 케이블 제조업체와 손잡고 현지 생산거점 공장 착공을 시작했다”며 “버지니아는 500여 개의 ‘즉시 개발’ 부지를 마련해 인공지능 데이터센터와 첨단 제조시설에 최적의 입지를 제공한다. 한국 기업을 포함한 해외 투자가 잇따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장에선 외국 기업들의 미국 내 투자 사례 발표도 잇따랐다. 캐나다 기업 아쿠아액션은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 미국 본사 출범 소식을, 브라질에 본사를 둔 세계 최대 탄약 제조업체 중 하나인 시비시(CBC) 글로벌 애뮤니션은 오클라호마주에 새로운 부지를 조성하기 위해 3억 달러를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헝가리의 의료기술 회사 온컴퍼스 메디신에서 분사한 지노메이트 헬스는 미국 시장에 200만 달러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영상 축하 메시지에서 “규제 하나를 새로 만들 때마다 반드시 기존 규제 10개를 없애도록 했다”며 미국 투자를 설득했다.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직접 단상 위에 올라 “지금은 미국에 투자할 최고의 시기”라며 “규제 완화, 낮은 세율, 인공지능 기술 우위 등을 바탕으로 투자자들에게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특히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 중인 세제 개편안을 언급하며 “기계 설비에 대한 비용 전액 공제를 소급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며, 이는 투자자 입장에서 매우 매력적인 세제 혜택”이라고 설명했다.
13일에는 미 국무부 부장관 크리스토퍼 랜도, 조세 무뇨스 현대자동차 사장 겸 대표이사, 미 노동부 장관 로리 차베즈-더레머, 테이트 리브스 미시시피 주지사, 제니퍼 곤잘레스-콜론 푸에르토리코 주지사 등이 행사장을 찾는다.
내셔널하버(미국 메릴랜드주)/글·사진 김원철 특파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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