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러 속 가출 여중생, 남성 무릎 꿇었다…실종 수사 '전국 1위' 비결

민수정 기자 2025. 5. 13.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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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서울 광진경찰서 실종전담수사팀 이진근 경사, 유원재 경위
[편집자주] 한 번 걸리면 끝까지 간다. 한국에서 한 해 검거되는 범죄 사건은 119만건(2023년 기준). 사라진 범죄자를 잡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이 시대의 진정한 경찰 베테랑을 만났다.

서울 광진경찰서 실종전담수사팀은 최근 3년간 3번에 걸쳐 경찰청 형사국 우수실종팀 1위를 달성했다. 왼쪽부터 수사팀 소속 이진근 경사, 서상현 팀장(경감), 유원재 경위./사진=민수정 기자.

#지난해 12월 서울 광진경찰서 실종수사팀 소속 이진근 경사(47)는 광진구 한 공유형 숙박 시설 문을 연신 두들겼다. 가출 여중생 김모양이 오픈채팅방에서 만난 남성 이모씨(가명·36)와 보름간 함께 지내고 있다는 신고 전화를 받고서다. 같은 팀 유원재 경위(46)는 이씨가 도주할 수 있는 경로를 사전 차단하기 위해 주변을 탐색했다.

30분간 실랑이가 이어졌을 무렵 실종수사팀은 숙소로 진입했고 곳곳을 수색했다. 잠시 후 숙소에 있던 의류 관리기에서 숨어있던 김양을 발견했다. "가만두지 않을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던 이씨는 금세 태세를 전환하며 무릎을 꿇었다.

당초 이씨는 김양과 성적 접촉은 없었다고 부인했지만 거짓말이었다. 이씨는 실종아동법 위반뿐 아니라 미성년자 의제 강간 혐의로 지난 1월24일 검찰에 넘겨졌다. 실종아동법상 정당한 사유 없이 가출 청소년 등 실종 아동을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 보호하게 되면 위법 행위로 처벌받는다.

경력 15년 이 경사는 10년 정도 강력 및 형사 사건을 맡으며 그 누구보다 끈질기게 피의자를 추적한다. 2008년 입직한 유 경위는 7년 동안 실종수사팀에서 근무해 실종 사건에 대한 잔뼈가 굵다. 서울청·본청 등과 협업하는 행정적 업무도 맡고 있다.

광진서 실종수사팀에는 일평균 15~20건 사건이 접수된다. 팀장 포함 7명이 1년에 최대 6000건을 해결해야 하는 셈이다. 잠실대교·영동대교 등 관내에서 담당하는 한강 다리만 7개로 자살 우려 신고가 많다. 한 달에 1~2건은 강력 사건과 연관된 실종 사건이 벌어진다.

최근 3년간 전국 실종 사건 현황. /시각물=김지영 디자인 기자.


광진서 실종수사팀은 최근 2년 동안 매년 한 분기씩 '경찰청 형사국 우수실종팀' 1위를 달성했다. 올해 1분기에도 김양 사건을 해결하며 1위를 놓치지 않았다. '끈기'는 광진서 실종수사팀만의 강점이다. 사람을 찾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형사 사건과 연관된 실마리를 발견하면 범인을 검거하기 위해 피해자를 설득하고 끝까지 추적한다.

가슴 아픈 사연도 많다. 2023년 집을 나간 중년 여성은 자신의 짐을 가족 몰래 모두 처분한 뒤 한강 주변에서 행방이 묘연해졌다. 실종 지역으로 출동해 드론을 띄우고 카드 명세까지 샅샅이 뒤졌지만, 여성은 결국 6개월 만에 주검으로 발견됐다. 최근엔 치매 노인이 아들 집 창문에서 뛰어내려 약 10시간 만에 아파트 수풀 사이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두 사람은 "실종 사건에 여러 사연이 많다 보니 웬만하면 감정이입을 하지 않으려 한다"면서도 "동시에 안타까운 마음이 들 수밖에 없는 건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특히 청소년 아이들이 극단 선택을 시도하는 경우를 보면 가슴이 찢어진다"고 했다.

두 사람은 실종 사건 발생 시 신고자의 정확한 신고와 빠른 대처가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가족·지인끼리 찾다 신고 시간이 지연되면 그만큼 실종자를 찾는 시간이 함께 늘어지기 때문이다. 실종 시각과 인상착의 등을 최대한 명확하게 설명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유 경위와 이 경사는 가족같은 마음으로 실종 사건을 대한다. 그러면 '우수실종팀 1위'는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라고 봤다. 이들은 "실종자 가족과 같은 마음으로 신고 접수부터 발견까지 실종자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며 하루빨리 가족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민수정 기자 crysta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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