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포항 지진 국가 배상책임 없어”…뒤집힌 2심에 주민 강력 반발

김규현 기자 2025. 5. 1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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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배상책임 인정한 1심 번복
주민 “고통 외면한 재판부 규탄”
포항지진범시민대책본부와 포항11·15촉발지진범시민대책위가 13일 오전 대구고법 앞에서 항소심 판결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김규현 기자

포항시민들이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낸 정신적 피해 손해배상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국가 배상 책임이 뒤집혔다.

대구고법 민사3부(재판장 정용달)는 13일 포항시민들이 지난 2017년 11월15일 지진(규모 5.4)과 2018년 2월11일 지진(규모 4.6)에 대한 국가 책임을 묻는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일부 패소 판결을 내렸다. 포항 지진이 국가의 지열발전사업 때문에 일어난 촉발 지진이라는 점은 인정했지만, 원심에서 인정한 국가 배상 책임은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지열발전사업의 물 주입으로 인해 지진이 발생했다는 점은 원심과 같이 인정한다”면서도 “관련 기관의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해 지진 피해가 일어났다고 인정할 충분한 자료가 없다”고 밝혔다.

시민들은 즉각 반발하며 상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 시민은 재판장에서 뛰쳐나와 “50만 포항시민의 고통과 아픔 외면한 재판부를 규탄한다”고 소리치기도 했다.

모성은 포항지진범시민대책본부는 재판 뒤 법원 앞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참담하기 이를 데 없다. 명백한 사법 농단이고 재판 농단”이라며 “포항 지진은 정부가 추진한 지열발전에 의한 촉발 지진이라는 사실을 정부 스스로가 밝혀냈다. 정부가 가만히 일상을 살아가는 포항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해도 아무 책임이 없단 말이냐”고 지적했다.

포항11·15촉발지진범시민대책위도 성명을 내어 “오늘 판결은 포항시민의 고통과 책임을 철저히 외면했다. 법은 약자의 편에 서야 하며 국가의 책임은 그 어떤 기관보다 무겁게 다루어야 한다. 국가의 책임을 회피한 이번 판결은 정의의 이름으로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강덕 포항시장도 입장문을 내 “이번 판결은 지진으로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은 시민들의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결정으로 시민 모두가 바랐던 정의로운 판단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 시장은 “감사원은 지열발전사업의 안전관리 방안과 대응조치 부실 등 20건의 위법·부당 행위를 지적했고, 국무총리실 소속 포항지진진상조사위원회도 지진 위험성 분석과 안전 대책 수립 미흡 등 이유로 관련 기관을 검찰에 수사 의뢰해, 관계자들이 업무상 과실치사상의 혐의로 기소됐다. 정부 스스로 여러 기관을 통해 지열발전사업과 지진의 인과 관계를 인정한 상황에서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시민들의 상식과 법 감정에서 크게 벗어난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제 우리는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번 판결로 실망이 크시겠지만, 포항시는 시민 여러분의 법적 권리 회복과 피해 치유를 위한 길에서 결코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2023년 1심 재판부는 “포항 지진은 2010년부터 벌인 지열발전사업의 인위적 활동이 원인이 되어 발생했다”며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했다. 또 지진을 겪은 시민에게 200만∼3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4만7000여명에 이르던 소송인단은 1심 판결 뒤 49만9881명으로 늘었다. 이는 지진 당시 포항시 전체 인구의 96%에 이르는 규모다.

김규현 기자 gyuhy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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