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건축의 조각, 고 김석철 '한국관' 모형…30년 만에 실물 확인

최가영 2025. 5. 13.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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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건축대학에서 찾은 고 김석철 한국관 모형
"까다로운 조건 속 협의점 찾은 한국관 역사 전세계인 조명"

현지시간 8일 방문한 2025년 베니스비엔날레 제19회 건축전 한국관에 고 김석철 모형이 전시됐다. 사진=최가영 기자
[베니스(이탈리아)=최가영 기자] 1994년 11월 이탈리아 베니스 산마르코 광장에서 역사적인 착공 기념 전시가 열렸다. 건축가 고 김석철과 이탈리아 건축가 프랑코 만쿠조가 공동 설계한 한국관의 첫걸음을 알리는 자리였다. 그로부터 30년 가까운 시간이 흘러 그 전시를 위해 제작됐으나 이후 행방이 묘연했던 고 김석철 건축가의 한국관 모형이 베니스건축대학 아카이브에서 발견됐다.

현지 시간 8일 한국문화예술위원회(아르코)는 고 김석철 건축가의 한국관 모형을 찾아 ''2025년 베니스비엔날레 제19회 건축전'이 진행되는 11월까지 한국관에 전시한다고 밝혔다.

한국관은 세계적인 건축전과 미술전인 베니스비엔날레가 열리는 자르디니 공원 내 마지막 국가관이다. 베니스 시 당국이 지면에 닿지 않고 나무 등 자연을 훼손하지 않는 방식으로 한국관 건축을 허용하는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어 건축이 쉽지 않았던 곳이다.

이번 모형의 발견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예술기록원이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관련 기록을 정리하던 중 이뤄졌다. 아르코 측은 한국관 아카이브 구축을 위해 2019년부터 만쿠조 건축가가 갖고 있던 한국관 도면, 사진, 행정 서류 등 실물 자료와 디지털 자료 등을 확보해 왔다. 대부분의 전시 도판과 문서가 보존된 가운데 실물 소재가 확인되지 않던 고 김석철 건축가의 한국관 모형이 최근 "베니스건축대학에 한국관 모형이 있다"는 제보를 받고 아르코 측이 현지 확인에 나선 결과 베니스건축대학 아카이브에서 실물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간 해당 모형의 행방이 묘연했던 이유에 대해선 착공 기념 전시회가 끝나고 별다른 어려움 없이 반송된 도판과 달리 운반의 어려움이 있는 모형이 베니스 현지에 남아 있던 것으로 풀이된다. 당시 한국관은 공사가 진행되고 있어 베니스건축대학 아카이브에 모형이 기증됐지만, 30년 이상 시간이 흐르면서 입수 경위가 남아 있지 않았다.

한국관 초기 나무모형 사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예술기록원 제공(기증 김석우)
모형은 고 김석철과 만쿠조 건축가가 각각 1개씩 총 2개를 만들었다. 고 김석철 건축가의 모형은 건축 스케일로 작성해 구축 개념을 표현하는 용도였다면 만쿠조 건축가가 만든 또 다른 모형은 주변 지형 맥락과의 조화를 중심에 둔 모형으로 만쿠조의 개인 스튜디오에 보관돼 있다.

아르코와 함께 모형을 찾으러 나섰던 전진영 명지대학교 건축학부 교수는 "이 모형은 단순 전시물이 아닌 수많은 대안과 설계 과정을 거친 끝에 만들어진 당시 한국관 구축 개념의 가장 핵심적 결과물"이라고 강조했다.

모형이 발견된 베니스건축대학 아카이브는 건축사 및 기록 연구 분야에서 국제적 권위를 지닌 공공기관이다. 최근 확장 이전을 마친 아카이브는 시설과 자료 접근성 면에서 도약을 이뤘다는 평가를 받으며 자체 전시 공간을 활용한 일반 공개에도 적극적이다.

전 교수는 같은 날 방문한 베니스건축대학 아카이브에서 디렉터인 마라스 교수와의 면담을 통해 한국관 건축 관련 기록물 조사에 상호 협력하고 교류하기로 했다. 전 교수는 "두 기관이 협력해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의 건축 기록이 전 세계 건축인에게 공개된다면 거의 불가능했던 한국관 건축의 협의 과정을 통해 '지속가능성'이라는 한국관의 건축 지향점을 조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라스 교수는 역시 "오늘 협의를 계기로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의 건축 기록물에 관해 아르코예술기록원과 교류 협정을 맺는 등 지속적인 협력을 이어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현지시간 8일 고 김석철의 한국관 모형이 발견된 베니스건축대학 아카이브를 전진영 명지대학교 건축학부 교수(왼쪽)가 방문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going@fnnews.com 최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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