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이 돌아왔다, 귀향시대] (15) 거제에 살어리랏다
아버지 따라서 조선업계 진로 정해
고교 졸업 후 설계 부문서 일 시작
경기불황에 타지서 엔지니어 근무
조선업계 살아나 기대 안고 귀향
한화오션 입사 후 특수 용접 맡아
체계적 시스템·워라밸 등 만족 커
아내와 정착 후 마음 더 풍족해져
거제가 더욱 발전해 좋은 환경서
함께 미래 그려나갈 청년 많아지길
신록의 계절, 귀향 청년을 만나기 위해 찾은 거제시 아주동의 조선사 한화오션 사업장. 세계 최대 규모의 도크와 골리앗 크레인, 건조 중인 선박이 보이고 그 광활한 대지 속 수많은 청년들이 땀을 흘리며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한화오션 신입사원 장민씨가 조선소를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성승건 기자/
이 회사는 ‘무한한 바다를 향해 담대하게 항해합니다’라는 기치를 내걸어 국내 조선업의 미래를 그려가고 있다. 이곳에 존재하는 청년들 역시 지역에서 ‘지속가능한 항해’의 찬란한 꿈을 키워가고 있다.
이번 귀향 청년의 주인공은 한화오션의 신입사원 장민(30)씨다.
“조선소의 피가 흐르는 LNGC 생산 1팀 신입사원 장민입니다!” 한화오션 사업장에서 만난 장민씨는 자신의 땀이 묻은 근무복을 입고 이렇게 당차게 자신을 소개했다. 가족이 거제에 살며 아버지가 조선소를 다녔기에, 장씨가 조선소에 발을 들인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러나 이 자리에 있기까지 부침도 겪었다.
장씨는 “거제 마이스터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조선 설계 쪽에서 일을 했는데, 조선 경기가 어려워져서 부득이하게 무급휴직이나 일용직으로 일을 했다”며 “이렇게는 안 되겠다 싶어 고향을 떠났다”고 말했다. 장씨는 충남 아산의 기업에 취직해 지난해까지 약 6년간 설비 오퍼레이터·엔지니어로 일하며 타지 생활을 했다.
“아버지도, 친구 아버지도 조선소를 다니셨어요. 조선소도 호황이고 하다 보니 저도 조선소에서 일하는 걸 꿈꿨죠. 먹고살려고 직장을 따라 연고지가 없는 지역으로 떠났죠. 막상 고향에 돌아올 때도 긴가민가했어요. 조선소는 슈퍼사이클(호황기)의 영향을 많이 받고 경기를 많이 타기 때문에 걱정 반 설렘 반 마음이었습니다.”
그는 수년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지난해 11월 한화오션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6개월여간 근무했다.
회사 생활이 좀 어떻냐는 질문에 그는 “한화그룹이라는 대기업에 속해 있다는 그 자체로도 가슴이 벅차고, 무엇보다 규칙적인 생활과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 끝내준다”며 “회사에서 교육도 탄탄하게 받아 걱정은 눈 녹듯이 사라지고, 한화오션과 함께 그려나갈 미래를 생각하니 고향에 잘 왔다고 생각한다”며 자부심을 보였다.
그가 회사에서 하는 업무는 영하 163도로 액화한 천연가스를 저장하는 화물창을 생산하기 위해 초저온에 견디는 얇은 인바(invar) 합금강을 이어붙이는 특수 용접을 하는 일이다. 화물창은 LNG선의 ‘심장’으로 불리곤 하는데, 이를 만들기 위해서는 고도의 특수 기술이 필요하다.
그는 “인바 용접이 높은 기술력을 요구하기 때문에 현장 투입을 하기 위해 교육을 받아야 하고 자체 시험도 합격을 해야 한다”며 “내가 과연 잘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많이 힘들었지만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을 바탕으로 잘 이겨내고 열심히 업무에 매진하고 있다. 현재 조선소 호황을 이끄는 LNG선에 제 손길이 닿아 있고, 회사의 미래에 저도 이바지할 수 있다는 사실에 보람을 느끼고 기술자가 된 기분을 하루하루 만끽하고 있다. 내 일을 다 하고 칼퇴하는 순간이 제일 즐겁다”고 말했다.
장씨와 둘러본 사업장 곳곳에는 노동자들의 안전을 위한 구호들이 걸려 있었다. ‘안전을 두고 그 무엇과도 타협하지 않는다’ 등이다. 조선업은 위험한 작업과 공정이 많고 여러 협력업체가 참여하는 특성 탓에 산재에 취약한 고위험 사업장으로 분류된다.

한화오션의 신입사원 장민씨./성승건 기자/
또 청년들이 조선업 종사를 꺼리진 않는지, 청년 유입을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묻자 “블루칼라(육체노동자) 업종이 힘든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만큼 몸으로 부딪치며 얻는 것도 많다. 조선소에 근무하게 되면 생산직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배울 수 있다. 조금이라도 몸으로 부딪치며 일단 경험을 쌓는다는 생각으로 임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무엇보다 급여가 중요한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유년 시절의 고향을 떠올리며 현재와 비교해 “옛날에 비해 외국인 노동자가 많아졌다. 오랫동안 불황이어서 부동산 가격도 많이 내려갔고, 윗지방에 비해 집값이 싼 게 실감이 난다. 거제에서 조선업에 뛰어든다면 실거주도 좋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는 고향에 돌아왔을 때의 소감에 대해 “거제에서만 살다 보니 바다 예쁜 줄 모르고 살았는데, 다른 지역에 오랜 시간 살다 오니 지금은 바다가 주는 매력에 빠졌다”고 말했다. 또 “전 직장에서 교대근무로 인해 생활이 불규칙적이고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적었는데, 지금은 규칙적인 생활을 하면서 몸이 건강해지는 것 같다. 마음도 더 풍족한 삶을 살고 있다”고 덧붙였다.
장씨는 지난 2023년 아내 추화진씨와 거제에서 결혼식을 올렸는데, 그의 아내 역시 거제에서 태어나 오랜 기간 타지 생활을 겪었다고 한다.
장씨는 “아내도 거제에서 태어났는데, 8년 연애를 하다 고향에서 결혼식을 했다. 연애를 할 때는 함께 직장을 옮겨 다녔었는데, 지금은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거제에 정착을 했다”며 “내가 사는 거제가 조선소와 함께 더욱 발전해 미래 아이들이 생긴다면 이런 멋진 곳에서 자라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싶다”고 말했다.
또 “고향에 돌아오기까지 주변에 고마운 분들이 많다”며 “어릴 적부터 알고 지내던 형이 한화오션에 근무하고 있는데 이직하기 전까지 조언을 많이 해줬고, 무엇보다도 현시점에서 직·반장님께서 하나부터 열까지 알려주시며 아들같이 세심하게 챙겨주셔서 완벽하게 자리 잡은 것 같다”고 감사 인사를 했다.
장씨는 끝으로 귀향을 고민하는 청년들에게 “조선소에서 다시 일하는 것도 좋다. 일단 한번 일하면서 경험 쌓고 함께 미래를 그려나갔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한화오션 신입사원 장민씨가 조선소를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성승건 기자/
거제시 청년정책
조선소 훈련기관 입소생 지원금
무주택 1인 청년가구 주택사업
창업환경 제공 등 인구 유입 노력
◇거제시 청년정책= 거제시는 조선업이 불황을 겪는 시기, 청년 유출이 심각한 문제로 떠올랐다. 이에 따라 시는 조선업의 청년 등 내국인 인력난 해소와 정주 여건 개선을 위해 조선업 신규 취업자에 대한 이주 정착비 지원사업을 추진하는 것과 더불어 거제형 청년일자리를 만드는 데 집중했다.
거제형 청년일자리 창출 모델사업은 삼성중공업이나 한화오션 등 양대 조선소 훈련기관 입소생에게 고용노동부 훈련수당과 시비로 지원하는 훈련장려금을 매칭해 월 80만원을 지원하는 제도이다.
거제시는 조선업 플러스 일자리사업과 거제형 청년일자리 창출 모델사업을 시행해 지난해 훈련기관 수료생 364명 중 317명이 취업에 성공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거제시는 무주택 1인 청년가구의 주거비용 부담 완화와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 청년주택 사업도 추진해 왔다.
거제시 민간참여형 청년주택 지원사업은 금파재단의 기부를 받아 경상남도와 거제시가 사업비를 투입하고, 경남개발공사에서 노후 다가구주택을 리모델링해 청년들에게 주변 시세의 절반 수준으로 공급하는 사업이다.
이 밖에 청년 특화 정책으로는 창업을 꿈꾸는 청년들에게 창업 초기 비용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안정적인 창업 환경을 제공하는 공간으로 ‘내 일을 꿈꾸는 청년창업공간’ 지원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입점자는 음식업 창업에 필요한 공간을 저렴한 임대료를 통해 창업 아이템을 실현할 기회를 얻게 된다.
거제시 지역경제과 관계자는 “거제는 조선업 불황 등으로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되는 위기를 맞으면서 청년이 급격히 줄어들었다”며 “조선업이 활성화되고는 있지만 앞으로 청년 인구가 얼마나 많이 유입될지는 지켜봐야 한다. 청년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정책을 펼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재경 기자 jkki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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