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곧 슬픔이라네, “뻐꾹 뻐꾹 뻑뻐어꾹!”
뻐꾸기 울음 따라 소복 입고 피는 꽃들
들찔레 산딸나무 인동초에 개망초까지
다투어 하얀 울음보
쏟아내는 계절에
산이 높을수록 골이 그만 깊어지고
만나서 기쁜 만큼 이별 또한 슬프다는
그 모든 세상 이치를
새는 알고 있었네
남도 시인 시 속에서 깊게 울던 저 뻐꾸기
다도해 뻐꾸기가 내재율을 다 갖추고
그 어디 반쪽을 기다려
아직 저리 우는 걸
계절이 바뀌어도 뻐꾸기는 그냥 우네
세상이 바뀌어도 뻐꾸기는 그냥 우네
삶이 곧 슬픔이라네,
"뻐꾹 뻐꾹 뻑뻐어꾹!"
/2017년 고정국 詩
#시작노트
다도해 섬자락 제 작업실 근처에는 제주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몇 종류의 새들이 있습니다. 그중에도 몸집이 아주 작은 뱁새들이 떼를 지어 울타리 근처에서 먹이를 찾아 날아들곤 합니다. 그 뱁새 알의 색깔과 뻐꾸기 알이 비슷하다고 해서 뻐꾸기가 그 뱁새의 둥지에 산란을 했나봅니다. 탁란托卵이라 일컫는 이런 생존전략 때문인지, 오월의 작업실 근처에는 "뻐어꾹, 뻐어꾹!" 더욱 간곡해진 목청의 뻐꾹기 소리가 들립니다.
이와 때를 맞춰 들찔레, 산딸나무, 인동초, 삘기꽃 등이 산천을 하얗게 물들입니다.
간절한 촛불 앞에선
바람도 숨소릴 낮춘다더라
이중 삼중 철책에 갇힌
민주주의 시련에도
정직한 믿음의 꽃이
때가 되면
꼭
핀다.
- 「겨울 삘기꽃」(2013) 전문
시국이 어려울 때면 이 삘기 꽃은 약속이나 한 것처럼 한겨울에도 광화문 광장을 하얗게 물들입니다. 저 비폭력의 상징인 촛불이 연대를 이루면서 광장으로 몰려나와 이중삼중 철책에 갇힌 민주주의의 위기를 돌파해나간답니다.

▲ 1947년 서귀포시 남원읍 위미 출생
▲ 1972~1974년 일본 시즈오카 과수전문대학 본과 연구과 졸업
▲ 1988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
▲ 저서: 시집 『서울은 가짜다』 외 8권, 시조선집 『그리운 나주평야』. 고향사투리 서사시조집 『지만울단 장쿨레기』, 시조로 노래하는 스토리텔링 『난쟁이 휘파람소리』, 관찰 산문집 『고개 숙인 날들의 기록』, 체험적 창작론 『助詞에게 길을 묻다』, 전원에세이 『손!』 외 감귤기술전문서적 『온주밀감』, 『고품질 시대의 전정기술』 등
▲ 수상: 제1회 남제주군 으뜸군민상(산업, 문화부문), 중앙시조대상 신인상, 유심작품상, 이호우 문학상, 현대불교 문학상, 한국동서 문학상, 한국해양문학상 등
▲활동: 민족문학작가회의 제주도지회장 역임. 월간 《감귤과 농업정보》발행인(2001~2006), 월간 《시조갤러리》(2008~2018) 발행인. 한국작가회의 회원(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