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소에 얽힌 설명 태부족…주정공장 수용소 4·3역사관
4·3 당시 민간인 가둔 주정공장 수용소
온갖 고문과 수장학살, 불법재판 이뤄져
전시 상당수 평화기념관 내용과 겹쳐
"다른 얘기 하느라 정작 수용소 얘기 못해"

| ▶ 글 싣는 순서 |
| ①장소에 얽힌 설명 태부족…주정공장 수용소 4·3역사관 (계속) |
지난 7일 제주시 건입동 주정공장 수용소 4·3역사관. 지하 1층, 지상 1층 규모의 역사관 건물 앞 광장에는 물방울 모양의 조형물 앞으로 손이 묶인 사람 형체의 동상들이 눈에 띄었다. 거대한 조형물이 무색하게 역사관은 주정공장의 역사와 상징을 온전히 담아내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악명 높았던 주정공장 수용소는
4·3 시기에는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민간인을 가둔 수용소로 사용됐다. 초토화 작전 이후 한라산에 피신했다가 '귀순공작'으로 내려온 사람을 끌고 와 가뒀다. 모진 고문과 열악한 환경 탓에 목숨을 잃는 사람도 있었고, 임신부도 잡아들이는 바람에 수용소에서 아기가 태어나는 일도 있었다.
제대로 된 재판 절차도 없이 주정공장에 선 채로 형량을 통보받은 뒤 목포 등 육지형무소로 끌려가기도 했다. 사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정뜨르비행장(현 제주공항) 등지에서 총살당했다.

특히 시신을 수습할 수조차 없어 가장 비극적인 죽음이었던 '수장 학살'의 아픔도 깃든 곳이다. 1950년 8월 한국전쟁 직후 예비검속(범죄 저지를 개연성이 있다는 이유로 사람을 사전에 구금하는 것)으로 끌려온 제주읍·애월면·조천면 주민 500여 명이 제주항 앞바다에서 수장됐던 것이다.
상당수 4·3평화기념관 내용 겹쳐
취재진이 실제로 지하 1층에 마련된 전시실을 둘러본 결과 주정공장이 지어진 배경과 4·3 당시 수용소 상황에 대한 설명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전시의 상당 부분은 평화기념관에도 전시돼 있는 4·3 개요와 초토화 작전, 육지형무소 분포, 수형인 증언 내용, 진상규명 운동이 주를 이룬다.
희생자 추모공간과 전시의 일관성도 떨어지고 있다. 추모공간의 시작을 수장학살 희생자의 아픔을 노래한 김수열 시인의 '물에서 온 편지' 시 구절을 인용하면서도 전시 내용 중에는 수장학살과 관련된 설명은 빈약하다. 조악한 수준의 그림과 함께 개괄적으로만 다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역사자료 전시도 수형인명부 등 군사재판에 집중됐다. 4·3 당시인 1949년 5월 주정공장을 방문한 UN한국위원단 조사내용이 담긴 문서 등의 자료도 있지만, 전시내용에는 빠졌다.
"지역 4·3역사관, 장소성 드러내야"
김창후 4·3연구소장은 "주정공장 전시 내용을 보면 주정공장 자체 얘기만 해도 전시 공간이 좁을 텐데 다른 얘기하느라 해야 할 얘기를 못하고 있다. 불필요한 내용은 함축적으로 표현하고, 주정공장의 역사성과 장소성이 드러날 만한 내용으로 짜임새 있게 전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제주민예총 이사장을 지낸 박경훈 작가도 "주정공장 수용소는 콘텐츠가 많은 곳이다. 수용소뿐만 아니라 수장학살 사건, 군사재판 수형인 등 다양한 이야기가 담긴 곳이다. 현재 주정공장 수용소 4·3역사관 전시 내용을 보면 그 내용을 다 담지 못하고 전시 수준도 조악하다"고 비판했다.

"4·3평화기념관은 규모가 커서 개별적인 사건에 대해 조금씩 언급할 수밖에 없다. 반면 지역 역사관에서는 현장도 둘러보고 심층적으로 그 장소에 맞는 정보를 전시할 수 있다. 4·3평화기념관이 '행성'이라면 지역 역사관은 '위성' 역할을 하며 상호 보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이메일 :jebo@cbs.co.kr
- 카카오톡 :@노컷뉴스
- 사이트 :https://url.kr/b71afn
제주CBS 고상현 기자 kossang@cbs.co.kr
진실엔 컷이 없다
Copyright © 노컷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단독]윤석열·펜스 만남은 통일교 작품…"초청도, 통역도 통일교"
- [단독]의왕시 '여론조작' 사건 판결문 보니…시장에 보고 정황
- '묵묵부답' 尹…"계엄 두세번, 배신감" 또 쏟아진 軍 증언
- '서부지법 폭동'과 5·18이 같다?…12·3내란 후 왜곡·폄훼 급증
- 끝나지 않은 산불 공포…'산사태 위험' 경북 사람들은 장마가 두렵다[오목조목]
- 이준석, '10대 대선 공약' 발표…1호 공약은 '정부 조직 개편'
- [단독]220여건 치밀한 범행…구치소 넘어 소년원까지 법무부 사칭 기승[오목조목]
- 대선 장밋빛 청사진도 결국 '돈'…빈 곳간 채울 방책은 '흐릿'
- 軍민주통제 강조한 이재명…'계엄'도 뺀 김문수
- "튀면 죽는다"…인수위 없는 입성 '조용한 경쟁'